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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부산 밀다원시대 문학제를 보고

내용

"부산진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기차는 바다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하여 몸을 뒤로 뻗대었다. 초량역에서 본역까지는 거의

한걸음을 재이듯 늑장을 부렸자. 이종구는 ....."

 

위 글은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의 첫 도입부다. 1951년 1.4 후퇴 때 주인공 이종구는 부산으로 혼자 피란을 온다. 연고도 없고 갈 곳도 없는 그는 같은 처지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광복동의 밀다원 다방을 찾는다. 이곳은 그들에게는 잠시 쉴 수 있는 안식처이며, 지인들의 안부를 들을 수 있는 연락처이며, 작업공간이기도 했으며, 전시실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이종구는 많은 예술인들을 만나는데 그들의 모습을 통해 피난살이의 처참함, 불안, 우울, 절망 같은 것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거의 실화에 가깝다고 하는데 피란 당시 광복동, 보수동, 자갈치, 범일동의 풍경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서 피란시절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서는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밀다원시대 문학제 002.JPG 

 

지난 11일 부산영화체험관에서 부산밀다원 문학제가 열렸다.  대부분의 문학제가 작가 위주의 문학제인 반면 이 문학제는 '밀다원 시대' 라는 짧은 단편소설 한편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 문학제다. 처음 이 문학제가 열렸을 때만 해도 일시적인 축제로만 생각했었는데 벌써 4회나 되었다고 해서 좀 놀랐다.

 

문학제의 내용은 개막식 축사, 문학제 경과보고 등을 시작으로 해서 피란시절 이야기를 공모한 밀다원 문학제 공모상 시상으로 이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희미해지고 망각 되어가는 피란시절의 이야기를 시민들로부터 수집하는 작업은 의미있는 작업이란 생각이 든다. 이어서 오발탄, 두만강 등의 영화를 통해 피란시절의 정서를 설명해 주는 강연도 있었고, 가마골 소극단 단원들의 밀다원 시대의 낭송 연극도 있었다.  그리고 부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피란시절 드로잉 작품들도 책자에 실렸었는데 이왕이면 전시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밀다원시대 문학제 001.JPG

 

밀다원시대 문학제 006.JPG
 

마지막으로 광복로에서 김동리 작가의 작품집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행사도 있어서 나도 발걸음을 광복로로 옮겨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날 밀다원 다방이 있던 곳을 찾아 보았다.   광복로 66-2  번지가 적힌 건물 바로 옆 건물인 UNDER ARMOUR 이란 옷가게가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측면에 이곳이 밀다원 다방 이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작은 팻말이 하나 걸려 있었다.

  

밀다원시대 문학제 005.JPG

 

어두워지는 광복로 거리에 서서 그 건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지금은 현대식의 4층 건물이지만 66년전만 해도 '삐걱' 소리가 나는 나무계단이 있는 이층 건물이었을 것이고, 그 속에 열기가 있는 드럼통의 스토우브와  카운터 쪽에 상록수가 한그루 놓여있는 테이블 스무개 정도의 아담한 다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란을 온 소설가, 평론가, 화가, 시인 등 많은 예술가들이 왕왕거리는 꿀벌떼처럼 우왕좌왕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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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이야기하면 '피란수도 부산' 을 뻬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피란수도 부산' 에 관한 정체성 확립이 되어 있지 않는 것 같다. 피란시절 부산의 중심지 였던 광복동의 모습과 예술인들의 모습을  너무나 상세하게 묘사한 소설 '밀다원 시대'는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성자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작성일자
2017-11-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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