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커피는 무엇인가요?
고소한 원두를 꽉 채워 향긋한 커피를 즐기세요
- 내용
올해 5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커피류 시장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1명이 연간 커피를 377잔 마신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커피는 우리 가까이에 자리 잡았습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흙 수저 고은찬은 커피를 배우면서 바리스타의 꿈을 꾸고, 마침내 이태리에 커피 유학을 떠납니다. 영화 ‘블랙호크 다운’의 그림즈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커피를 내려마시며 안정감을 찾아 탈출에 성공합니다.
업무상 1톤 트럭을 모는 필자 역시 장거리 운전하기 전에는 커피를 1잔씩 먹고 출발합니다. 도로에서 졸지 않고 무사히 주행하게 되더군요.
어떤 분위기와 장소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음료 커피. 필자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몇 주 전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커피 제작 실습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알고 9일(일요일)에 광안동에 위치한 ‘커피 갤러리’를 찾아갔습니다.
2호선 금련산역 2번 출구에서 올라와 수영로 521번 길에서 꺾어 올라가다 보면 주택가를 지납니다.
가는 구간마다 표지판이 있어서 헤매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데요. 이날은 엄청 더워서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걸어 올라갔던 기억이 나네요.
커피 열매와 잎사귀가 보이는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면
빨간색으로 칠한 가게가 나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사장님의 이력과 방송 출연에 대한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소문으로 들리던 게 진짜였군요.
커피 갤러리 하면 떠오르는 메뉴인 ‘24k 골드 카푸치노’입니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타지마할을 건설한 것을 모티브로 24k 금박이 수북이 뿌려져 있는 커피는 영원히 변색되지 않는 사랑을 의미한다는 글이 쓰여있는데요.
이 커피에 들어가는 금은 마셔도 건강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까워서 마시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역사 박물관에 온 느낌이 드시나요?
커피의 발견과 전파경로가 전시되어 있어요.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간식이라고 할 수 있죠.
첫 번째 작업입니다. 원두를 내리기 전에 초콜릿을 만드는 작업인데요. 비닐에 초콜릿 칩을 넣고, 뜨거운 물에 녹입니다. 그리고 스푼으로 차곡차곡 누릅니다.
녹은 초콜릿을 틀에 절반씩 짭니다. 냉동실에 꽁꽁 얼리면 틀에 가득 부풀어 오른답니다.
핸드드립 체험을 시작해 봅시다. 핸드밀에 원두를 넣고요. 직접 원두를 갈아줍니다. 이날 제가 사용한 원두는 ‘브라질 산토스 원두’입니다. 볶은 원두를 시식했는데, 굉장히 고소했습니다. 이렇게 원두는 기본적으로 윤기가 있는데요. 오래된 원두는 기름이 다 빠지고 시큼한 맛이 납니다. 물론 잘 볶고, 관리를 잘하면 마실 수는 있습니다.
곱게 접은 커피 필터에 원두를 모두 붓습니다.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처음 하시는 분도 따라할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을 부어봅시다. 구수한 냄새가 나면서 원두커피가 만들어지는군요.
필자가 고3인 시절, 5월 말에 학교 앞 굴다리에 토스트집이 생겼습니다. 사장님께서 심성이 좋으셔서 토스트를 사면 원두커피 반잔 정도를 무료로 시식하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호응이 좋아서 장사가 꽤 잘 됐던 것으로 기억나는데요. 장사를 처음 하셨다는 말이 무색하게 원두커피의 맛이 굉장히 깔끔하고 고소했습니다.
물을 다 따르면, 커피가 내려오는 것만 관찰하면 됩니다. 건강한 원두라면 기포가 생기면서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데요. 너무 오래된 원두는 그런 현상이 잘 안 생긴다고 하네요.
완성된 초콜릿과 원두커피를 즐겨볼까요?
그맛은....... 제법 괜찮습니다. 마치 카페에서 초콜릿 케잌과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는 기분입니다.
필자는 초콜릿을 자주 찾아먹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말 초콜릿이 끌리더군요.
2부 수업인 ‘핫초코 아트 라떼’를 하기 전에 시간이 좀 생겼는데요. 남은 커피 제작 기구들을 둘러봤습니다. 위에 보시면 커피 잔 받침대, 연도별로 사용한 기구들이 있죠?
각각 색상의 나무 그라인더를 비롯하여.....
금속이 제법 첨가된 그라인더까지 있네요.
터키의 커피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커피 점술’이 신기했습니다. 동물의 뼈나 가죽 등을 이용해서 점치는 것을 보았지만 이런 것은 처음 봅니다. 이슬람 국가 사람들은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데요.
필자는 대학 3학년 2학기에 모 중공업 사우디 건설현장으로 실습을 나간적이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거기서 느꼈던 것은 중동 사람들이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인데요. 사우디 시내에서나 바레인에 휴가를 갔을 때도, 커피숍마다 사람들이 붐벼서 십몇 분을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 사막 날씨가 더워서 체력 소모가 높은 데다 야행성인 그 나라 주민들은 본능적으로 달고, 기름지고,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많이 찾습니다.
저 역시 현지 커피나 간식을 먹다 보면 너무 달아서 고생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요, 터키도 커피와 달달한 간식을 아주 좋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핫초코 아트 라떼가 시작되었습니다.
핫초코 아트 라떼는 선생님께서 핫초코에 거품을 얹어주신 것에 저희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어느 뮤직비디오를 보면 굉장히 어려운 작업처럼 보여서 망설인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다행히 선생님께서 정성껏 지도해 주셔서 재미있게 했습니다.
바람개비 모양인데요.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각도, 회전 방향, 도는 횟수를 잘 봐야 합니다. 약간 ‘동물적인’감각이 필요한데요. 다행히..... 저는 한 번 만에 했습니다.
꽃 모양도 있고, 나뭇잎 모양도 있다고 하는데요. 다른 모형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선생님이 설명해주십니다. 이번에 교양이 많이 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이 공간. 참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죠?
체험이 다 끝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려는 찰나, 한국의 커피 역사에 대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종황제께서 즐겨 드셨다는 커피는, 처음에는 상류층들만 즐기는 음료였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면서 본격적으로 군용식품이 공급되었고, 초콜릿, 껌 등과 함께 커피도 일반인들에게 풀리기 시작했죠. 호텔, 다방, 기업체 등에서 쭉 퍼지던 커피는 몇십 년 만에 우리 모두의 필수 식품이 되었네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잔들, 인형들과 커피 액자, 고풍스러운 시계를 뒤로하고 출구로 나갈 시간이 되었네요.
이번 체험 역시 유익했습니다.
일상의 당연한 일과 현상들도 호기심을 가지면 다르게 보이는데요.
작년에 8달 정도 도서관, 독서실만 들락거리며 취준생으로 살았던 필자도 최근 일상을 돌아보면 그런 감정을 느낍니다.
부모님이 꾸려오신 생업에 대해 감사하다거나,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처럼 보이는 직업에 계신 분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사는지 말이죠.
다음 달의 이야기 리포트 원고는 부산을 떠나 타지방에서 겪은 일을 몇 가지 올릴 예정입니다.
어느 지역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제 나름대로 많은 도전과 자극을 받고 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만 7월의 이야기 리포트를 마칩니다.
- 작성자
- 윤홍찬/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7-07-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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