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은행나무길’ 걸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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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의 이면도로에는 '동천대중교통전용지구' 라고 정해진 거리가 있다. 그런데 이 거리의 이름을 '동천은행나무길' 로 불러달라고 한다. 사실 전자의 이름은 너무 행정적인 용어여서 딱딱하게 들린다. 반면에 후자의 이름은 한결 정감가고 아름답게 들리면서 그곳에 은행나무들이 그렇게 많았던가.... 그렇다면 지금쯤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제법 운치가 있을 텐데 한번 구경 가볼까....하는 호기심마저 불러일으킨다. 단순한 언어의 차이인데 시민들이 느끼는 정서의 체감은 이렇게 달라진다.
올 4월 부산진구청은 NC백화점(구 밀리오레)에서 더샵 센트럴스타 아파트까지의 740 미터 거리를 출퇴근 시간에는 버스만 다니는 동천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4차선 도로를 2차선으로 축소하고 대신 보도를 3 미터에서 6 미터로 넓혀 보행자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가보니 더샵 센터럴스타 아파트 앞의 보도길은 굉장히 넓어서 걷는 것이 갑자기 여유로워진다. 거기다가 옛날 동천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서 있고 거리의 장식도 아름답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벤치도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정도의 인도라면 길을 걷는 보행자들은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러나 잔뜩 기대하고 갔던 은행나무들의 노란 물결은 볼 수가 없었다. 거리의 가로수들은 모두 은행나무 단일종이었지만 아직은 물이 들지 않은 짙은 초록색이었다. 같은 부산지역인데도 해운대의 은행나무들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는데 이곳의 은행나무들은 그렇지 않는 것을 보니 매연 때문에 온도가 높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서면구경을 나갔는데 좀 아쉬웠다. 좀더 날씨가 추워져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길 하나만 있어도 그 도시의 경쟁력은 높아진다. 부산진구청에서는 이 거리를 삶의 여유가 느껴지고 낭만과 추억을 만끽할 수 있는 친환경의 쾌적한 명품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길의 이름을 '동천은행나무길' 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적합한 것 같다. 시민의 입장에서도 부르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쉽고 친근감도 느껴진다. 늦가을이면 시민들이 이곳에 들러 노란 은행잎들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도록 부산의 아름다운 길로 조성되면 좋겠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5-11-1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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