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식동굴 저 깊은 곳에서 바라본 낯선 풍경
- 내용
태고적 거대한 발자국을 남겨놓은 그 공룡들은 다 어디 갔을까? 공룡 발자국의 흔적 옆 이기대 해안가에 와서 부딪히는 파도는 깊숙이 동굴하나 만들어 놓았다. 이기대 푸른 갯내음 맡으며 찾아가 앉은 고요한 자리. 그 곳에 내 영혼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리와 부딪히고 저리와 쪼개져 공룡처럼 거대한 바위도 뚫어져 태어난 ‘해식동굴’. 바닷가 가파른 해안절벽을 수없이 쪼아대는 파도는 동굴을 만들었던 것이다.
해식동굴로 가는 길에는 암석카펫이 있다. 밝은 암석사이 카펫을 길게 깔아 놓은 것 같은 어두운 녹색의 암석. 이기대 해안에 뜨거운 마그마가 암석의 약한 부분이나 틈을 뚫고 위로 올라가 굳어진 암맥이다. 특히 이기대의 암맥에는 어두운 색을 띄는 광물중 하나인 각섬석이 큰 결정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육지에 드러나 있는 이기대 해식동굴은 과거 해안절벽이 바다에 잠겨 있을때 파도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후, 지각의 변동으로 땅이 솟구치며 우리 곁에 다가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프롤로그에 오랜 시간 반쪽을 기다리는 화산섬이 부르는 러브송 ‘라바’(LAVA)가 있다. ‘라바’(LAVA)는 영어로 용암이라는 뜻이다. 바다 한 가운데 홀로 떠있는 화산섬 우쿠(Uku)는 자신 주변에 짝을 지은 새와 거북이, 고래를 보며 언젠가는 자신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러던 중 우쿠는 화산 폭발로 바다 깊숙이 가라앉고 그의 용암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반면 바다 속에서 우쿠의 사랑 노래를 들으며 그를 만날 날 만을 기다리는 렐레(Lele)는 해면 위로 떠올라 서로를 만나지 못한다.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기대 갈맷길 공룡발자국과 암석카펫과 해식동굴은 그 거대한 지각변동의 힘을 전해온다. 이렇게 거대한 자연 속 잠시 숨을 쉬고 스러져가는 인간의 삶의 고뇌와 아픔은 곳곳에 층층이 쌓아놓은 돌들에 살포시 묻어있다.
해식동굴 안쪽에 저어기 앉아 저 밖의 찬란히 빛나는 햇살과 바다의 푸른 물결을 보니 생명과 빛을 갈망하는 인간의 깊은 욕망을 영혼에 심어놓은 조물주의 깊은 숨소리를 듣는 듯하다.
- 작성자
- 김광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5-10-0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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