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광장과 모너머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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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광장이 있었던가? 없지는 않다. 시민들의 궐기대회가 열리는 부산역광장, 남포동의 BIFF 광장, 시청의 녹음광장과 등대광장 등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시설물의 부속광장일 뿐 부산을 대표하는 광장은 아니다.
6월 12일 부산을 대표하는 송상현광장이 드디어 개장을 했다. 20년만에 조성된 광장이라고 한다. 규모면에서는 축구장 5개 크기이고 서울의 광화문 광장보다 2배나 더 크다고 하니 부산시민들의 속이 시원해질 것 같다.
광장을 둘러보니 시민공원과는 달리 이기자기한 시설물들은 별로 없었지만 푸른 잔디광장만은 명품이었다. 눈이 시원할 정도로 잔디는 푸르고 싱싱하고 튼튼했다. 잔디가 풍기는 풀 냄새도 싱그러워 잔디밭에 눕거나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송상형광장이 있는 이곳은 원래 모너머고개라고 불리우던 곳이었다. 지금은 평지처럼 보이지만 예전에는 황령산과 화지산 사이의 고개로 많이 가파른 곳인데다가 도적들이 많아 쉽게 넘어가기 힘든 고개였다고 한다. '모너머 고개' 란 말도 '못넘는 고개' 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해서 부산은 안과 밖이 나누어졌는데 고개 안쪽은 거제리를 포함해서 동래부의 내륙문화가 형성되었고, 고개 밖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바다문화가 형성되었다. 그것은 곧 향반들의 선비정신과 어민들의 개척정신으로 구분되기도 했는데 이들이 갈라졌다가 다시 하나로 모이는 경계지역이 바로 이 모너머고개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곳이야말로 부산시민들이 모여드는 광장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바닥분수에는 부산의 고지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보기에 불편할 정도로 잘 드러나지 않아 좀 아쉬웠다. 검은색으로 윤곽만이라도 또렷하게 표시하면 시민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마당 끝부분에서 왼쪽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송상현부사의 동상이 서 있다. 예전에는 매연에 찌들어 거무스름했는데 이제는 동상이 말쑥해 보인다. 송상현 부사의 동상이 동래에 서 있지 않고 이곳에 서 있는 이유는 아마 이 모너머 고개에서 외적이 쳐들어 오는지를 지켜보기 위한 것은 아닐런지.
송상현 부사가 지켜보고 있는 모너머 고개의 새광장에서 시민들은 그동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끼와 열정과 기질을 이제는 한껏 발휘해서 부산사람 특유의 멋있는 광장문화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마침 월드컵도 열렸다. 서울의 광화문 광장에서도 응원행사가 열린다고 하니 부산의 송상현 광장에서도 월드컵 응원으로 광장문화의 첫 페이지를 장식해 보면 어떨까 싶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4-06-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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