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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영도다리, 반갑구나!

내용

일요일. 영도다리 도개모습을 보기위해 남포동으로 나갔다. 11시 30분경에 도착했는데 영도다리 양쪽 난간과 다리 밑 점집골목은 벌써 수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모두들 나처럼 영도다리 도개모습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영도다리. 부산에서 오래 산 사람들에게 영도다리는 특별한 추억이 담겨있다. 나에게도 영도다리에 대한 추억들이 조금은 남아있다. 아침 10시와 오후 4시 그렇게 두 차례 다리가 들어올려지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때는 놀이터가 없어서 아이들이 주로 길거리에서 놀았다.(신작로라고도 했음)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말타기 등을 하다가 한 아이가 " 야! 다리 올라간다"라고 소리를 치면 아이들은 놀이를 그만두고 모두들 다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짙은 잿빛의 네모난 다리가 서서히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또 동네 젊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오후 4시 영도다리가 올라가면 "벌써 저녁 할 시간이네. 시장가야겠다" 라며 뿔뿔히 흩어지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그때는 영도다리가 그렇게 시계 역할도 했었다.

아이들이 울고 보챌때 그 당시의 어른들은 영도다리를 많이 팔았었다. " 너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라고 한마디 하면 아이들은 거짓말이란 걸 알면서도 혹시 참말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울음을 그치기도 했었다. 구포다리도 있고 한강 다리도 있었는데 그 당시의 어른들은 왜 영도다리만 그렇게 팔았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영도다리 하면 떼어놓을 수 없는게 바로 점집들이다. 6.25 전쟁 후 잃어버린 가족들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해 점집들이 하나씩 들어섰는데 60, 70년대에는 아주 성황을 이루기도 했었다. 삶은 힘들고 고달픈데 요즘처럼 정보를 쉽게 접할 수도 없고 마땅한 멘토도 없다보니 답답한 사람들은 영도다리 점집들을 찾아다녔다. '봉선화' '옥련화' 같은 꽃 이름의 점집들이 있었다.

정각 12시가 되자 교통은 완전히 통제되고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얼마 후 지상 위로 다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붉은 줄이 쳐져있고 갈매기 몇마리가 그려져 있다.

이게 얼마만에 보는 풍경인가... 1966년 이후로 처음 보는 풍경이다. 너무 반갑고 감격스러워 가슴 한켠이 울컥해 지기도 한다. 다시는 못볼 줄 알았는데 47년이 지나서 이렇게 영도다리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꿈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영도다리가 하늘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다리를 치켜들어야 그게 진짜 부산의 모습이 아닌가. 부산의 정체성 하나를 찾은 느낌이 든다.

작성자
정헌숙/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3-12-0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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