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다원시대’의 부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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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부산에는 어떤 음식들이 있었을까? 흔히 꿀꿀이죽을 떠올리는데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란 소설을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 소설은 1951년 1.4 후퇴 때 부산으로 피난 온 한 지식인의 삶을 다루고 있는 단편소설이다. 공간적으로는 보수동, 광복동, 남포동, 범일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시간적으로는 바로 지금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 속에는 당시 부산의 음식이야기가 몇가지 나온다.
첫째는 커피다. 소설의 배경이 '밀다원'이란 다방이기 때문에 커피의 등장은 당연한 것 같다. 소설 속에서 "'밀다원'은 광복동 로터리에서 시청 쪽으로 조금 내려가서 있는 이층 다방이었다"라고 묘사되어 있다. 지금은 많이 변해서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잘 알 수가 없다. 당시 주인공이 마신 커피는 '김이 모롱모롱 오르는 노리끼리한 커피'였으며 "가슴속에 쌓이고 맺혀 있던 모든 아픔을 한꺼번에 쓸어내려 주는 듯 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둘째는 우동이다. 주인공이 다방에서 친구들을 만나자 부산에 거주하던 길여사가 우동을 사겠다고 사람들을 우동집으로 데려간다. 예전에는 광복동에 우동집이 더러 있었는데 지금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종각집이란 우동집 이외는 별로 눈에 띄는 우동집이 없다. 종각집은 지금의 중장년층들이 학창시절 많이 애용하던 추억의 우동집이기도 하다.
셋째는 빈대떡이다. 돈이 좀 생긴 한 문인이 친구들에게 한턱을 낸다고 데려간 곳이 빈대떡집이다. 소설 속에서 "빈대떡집은 남포동 뱃머리라고 하는 선창가였다. 바로 코끝에서 시퍼런 바닷물이 철썩거리고 있었다. 갠날에는 대마도가 빤히 건너다보인다는 영도와 송도 사이의 아득하게 트인 해변 위엔 안개 같은 구름이..." 라고 묘사되어 있다. 지금은 선창가 주변에 빈대떡 집은 보이지 않고 시퍼런 바닷물과 영도만 바로 눈앞에 보이고 있다. 빈대떡집은 충무해안시장 맞은편 골목에 몇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 뿐이다. 부산에서는 빈대떡을 '지짐'이라고 부르는데 이 거리를 '지짐이거리' 라고 부른다고 한다.
넷째는 냉이무침이다. 주인공이 범일동에 사는 오정수의 집에서 저녁상으로 대접받은 음식이다. 소설 속에서 "이거 냉이나물이지요. 맛있임대이" 라고 말하며 "냉이를 여러가지 양념과 함께 멸치젓에다 버무린 것이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멸치젓은 멸치액젓을 말하는지 아니면 덩어리 모양의 젓을 말하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부산에서는 요즘도 간장 대신 멸치액젓으로 나물을 버무리기도 한다.
다섯째는 생전복, 생미역, 여러가지 젓갈이다.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구미 당기는'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6.25 전쟁 중에 생전복이나 생미역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하니 좀 놀랍기도 한데, 생각해 보니 부산은 전쟁을 직접 치른 지역이 아니라서 생활면에서는 비교적 안정되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 세가지 음식은 부산에서는 대표적인 겨울 음식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다방에서 토스트를 먹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밀다원 시대' 속의 부산 음식들을 살펴보다 보니 요즘 향토음식이라고 칭하는 밀면이나 돼지국밥 같은 음식이야기는 니오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음식들은 밀다원시대 이후에 피난민들이 부산에 정착하면서 나온 음식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3-01-0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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