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추억을 따라서
어린이대공원 사생대회를 다녀와서…
- 내용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열리던 사생대회.
내 몸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커다란 직사각형 화판에 도화지 몇 장, 팔레트와 붓 등을 챙겨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 실려 오던 성지곡 수원지.
싱그러운 햇살아래 뛰어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시퍼런 물만 도화지 가득 그려대던 그때.
너나할 것 없이 나무와 물로 가득채운 똑같은 그림을 선생님께 제출하고는 푸른 나무아래에 앉아 맛난 김밥을 나눠 먹던 그 시절.나의 ‘어린이대공원’은 ‘성지곡수원지’로 더욱 친밀하게 남아있다. 누구랄 것 없이 부산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이곳에 대한 어린 날의 빛바랜 추억이 하나씩은 있으리라.
어린이날을 맞아 부모님 손을 잡고 엄청난 인파를 헤쳐 회전목마와 대관람차를 탔던 기억, 호랑이 구경에 빠져있다 다시 돌아보니 옆에 있던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아 눈물에 콧물까지 뒤범벅이 되었던 기억, 자기 얼굴보다 큰 솜사탕을 손에 들고 떡떡 달라붙는 손가락을 연신 빨아대던 기억, 고등학생시절 친구들과 겁 없이 탔던 청룡열차가 수원지 물밑으로 곤두박질치지나 않을까 무서움에 두려움까지 더해 ‘이걸 왜 탔을까.’ 후회했던 기억...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많은 가족들이 도심 속 시민공원인 ‘어린이 대공원’을 찾고 있다.
입구 쪽 만남의 광장에서 진행되는 놀이체험행사장에서는 노인단체회원들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투호놀이와 굴렁쇠, 페이스 페인팅, 칠교놀이, 블록 게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행 중이다. 각종 전통놀이에 신이 난 아이들과 게임방법을 설명해주는 시니어간의 어울림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산책길을 돌아가면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어린이회관’이 나타난다. 특이한 건물 모양으로 아이들을 무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이 건물은 여전히 굳건하다.
‘지구에 위기가 닥치면 지붕이 열리면서 로봇 태권 브이와 비너스가 나타나 지구를 지킨다.’는 지금 들으면 얼토당토않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그때는 꽤 진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었다. 성지곡수원지 주변에 새로 조성된 수변공원을 돌다보면 ‘아, 이곳은 지금도 여전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도 있고, ‘이곳은 새롭게 만들어졌네.’하고 다시 살펴보게 되는 곳도 있다.
자연을 가까이 체험할 수 있는 ‘녹담길’이라는 산책로와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인 ‘녹담대’가 설치되어 있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기 좋다. 또 수변공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군데군데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느긋하게 산책길을 즐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던 ‘놀이동산’과 ‘동물원’이 사라져 버린 것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하고, 멋지게 단장된 수변공원을 보면서 그 멋스러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라는 점이다. 부산과 함께한 추억의 장소가 또 다음세대의 추억의 장소로 거듭될 것을 기약하면서 멋진 산책코스를 마무리했다.
- 작성자
- 공민희/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2-05-0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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