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어릴 적 크레파스에 '살색'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살색은 살색으로 쓰여졌다. 요즈음 아이들이 사용하는 크레파스에는 '살구색'이라는 이름으로 쓰여지는 것을 보았다. 우리사회의 인식변화를 보여주는 표징이라 하겠다. 여러 색깔의 인종이 함께하는 국제화된 우리사회의 인식변화가 요청되고 그것을 수용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로 전환될 준비가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부산도 예외일 수는 없다.

행안부의 200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사회 전체 결혼 건수 대비 국제결혼의 비중은 1990년 1.2%에서 2005년에는 13.6%에 이르고 있으며, 국제결혼 중 외국여성과의 결혼은 72%에 이른다(통계청, 2006.3). 2009년 5월 결혼이민자는 167,090명으로 2008년에 비해서는 15.9%나 증가했다.

다문화가정의 아동들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인데, 2006년 4월 초·중·고 학생은 7,998명으로 추산되는데 그중에도 초등학생이 85%이다(보건복지부, 2005). 2009년 4월에는 다문화가정 학생 수가 초등학교 20,632명 중학교 2,987명 고등학교 1,126명으로 총 24,745명에 이르고 있다. 초등학교 83.4%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것은 향후에 중·고등학교 및 대학과 사회진출에 있어 다문화가정 출신 아동의 숫자의 증가를 예견해 주고 있다.

우리사회가 이렇게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는 가운데 단일집단에 대한 의식이 다문화 사회를 수용하고 다문화 가정을 한국 사회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7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한국 사회가 사회 변화기에 따라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다인종의 성격을 인정하여 외국인 노동자나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자녀 등이 고용, 결혼, 주거, 교육, 대인관계 등에서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보장 받도록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를 초·중등학교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 등을 제안했다.
 

하누리 국제학교

부산에 몇 안 되는 다문화 대안 학교중 '하누리 국제학교'를 찾아보았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해 있다.

(사)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다문화 국제초등학교를 설립하였고, 학교이름은 하누리 국제초등학교이며 기독교대안학교로 이미 중·고등학교가 설립되어 있었다. '하누리'는 '우리는 하나'라는 뜻이라고 한다.

하누리 국제학교 현 건물 옆에 3층 건물을 건축예정인데, 1층은 경성대 이종문교수에 의해 다문화 국제 도서관을 지을 것이고, 2-3층은 초등학교 건물을 준비하고 있다. 출신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고, 일반 대학교에 진학하던지, 대안학교 특례입학이 있는 한동대나 계명대 등에 진학한다고 한다. 공교육의 대안으로서 생겨진 하누리 국제학교는 마닐라대학과, 미국 스탬턴 대학과도 연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는 3명, 초등부는 신설되면서 2~5학년 받는데, 영어와 중국어로 특성화된 교육을 한다고 한다. 특히, 다문화 아동들에게는 50%의 장학금 혜택을 지원하고자 한다.

오세련 담당교사를 만나보니, 우리 부산의 다문화아동들이 질 높은 좋은 교육을 받고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여 인재로 양성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아이들도 여러 다문화 아동들과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루어지는 대안교육의 현장을 통해 다문화사회에 대한 감각을 체득하는 리더로 성장해 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부산에 이렇게 아시아공동체학교를 비롯해 하누리 국제학교 등 새롭게 생겨나는 다문화 대안학교를 보며, 시대의 변화를 읽고 변화에 잘 대응하며 우리 사회가 무지개빛깔처럼 여러 문화와 인종이 잘 조화되는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