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해변으로 가는 길
사오정 사회를 벗어나 소통의 사회로 가는 걸음을 생각하다.
- 내용
바쁜 세상은 나쁜 마음을 조장하고, 문명의 이기들은 사람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부르짖는 슬로건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아침이면 학교로 직장으로 가는 차량의 줄을 이은 행렬이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는 순간에도 휙 하니 지나가고, 건널목에 선 보행자들은 파란불로 바뀌어도 함부로 걸음을 뗄 수가 없다.
날이 갈수록 살아가는 삶의 사이클은 스피드를 더해가고 경쟁사회는 그 바쁨을 경주하듯 부추기는데,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여유와 공백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1997년 IMF라는 낯선 용어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 같았다. 그 때 우리 사회에는 일명 사오정시리즈가 유행했다. 자신의 일에 바쁘고, 문명의 이기들의 노예가 된 듯한 고속성장 스피드 질주의 한 복판에서 한국사회를 향한 경종이 울린 것이다.내가 아는 사오정 이야기에 이런 것이 있다.
(식당에서)
사오정 1 : 난 자장면 주세요.
사오정 2 : 그런데, 저는 자장면 입니다.
사오정 직원 : 예 잘 알겠습니다. 여기 짬뽕 2개요.우스개 이야기 같지만, 그렇게 자기 고민 자기 생각에만 빠져 남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귀 기울여 들을 여유가 없는 만화경 같은 우리 사회를 풍자한 것이다. IMF를 지나면서 한국사회의 각처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명의 속도를 줄이며, 우리의 주변을 보고, 환경을 보고,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며 소통하며 살자는 것이다.
최근 2010년 초, 광안리 해변으로 가는 세흥시장 길 약 250M 정도가 새로운 길로 변모했다. 차들이 오가는 복잡한 길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 삶의 공간과 여유가 있는 거리로 새 단장을 한 것이다.
어린 시절 시골의 도랑가에서 들을 수 있던 물소리를 도심 한 복판에서 들을 수 있고, 쉬어갈 수 있는 돌판도 있고, 거기 앉으면 시인들의 싯구절들도 읽으며 삶을 돌아보게 한다. 푸른 사슴 조형물이 푸른빛으로 반짝이고 강아지 모양의 의자도 아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부산KBS방송국에서 수영로터리로 가는 대로변에서 유일하게 광안리 바다가 보이는 길이 바로 이 세흥시장 길이다. 그렇게 가족들과 길을 걷는 즐거움 파도가 출렁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갈 수 있는 길을 새롭게 단장했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게 한다.
바쁜 우리의 일상이지만, 가끔은 혼자서로도 호젓이 걸어보고, 친구와 가족과 함께 그렇게 우리 사는 세상을 음미하며 걸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부산에 그린웨이(Green Way)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 곳곳에 걷기 좋은 길들, 자전거 타기 좋은 길들을 만들어서 바쁘게 사는 우리 삶에 새로운 길을 열어 보겠다는 좋은 시도이다.
문명의 이기임과 동시에 바쁜 삶의 상징이 된 자동차를 잠시 놓아두고, 우리의 발걸음으로 땅을 밟고서 바다와 강과 산을 만나고, 이웃과 사람을 만나는 여유가 우리에게 있었으면한다.
내 생각에만 빠진 사오정사회를 벗어나 함께 교감하고 소통하는 아름답고 살맛나는 부산이 되기를 소망하며, 광안리 해변으로 난 새 길을 걸어 본다.
- 작성자
- 김광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0-03-2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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