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준비하는 화명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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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긴 것 같아 꽃피는 봄이 많이 기다려진다. 지난 1월 중순 화명수목원에서 '납매' 가 피었다고 하길래 한번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계속 날씨가 추워서 가보지 못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화명수목원을 찾았다.
입구 안내원에게 '납매' 가 있는 곳을 물으니 대천교를 지나 중앙광장으로 가면 볼 수 있다고 한다. 입춘을 한참 지났는데도 대천천은 하얗게 얼음으로 얼어있고 나무들은 빈가지만 보여주고 있어서 수목원의 풍경은 아직도 스산한 겨울이었다. 그나마 공원 한편에서 설날맞이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둥글게 조성된 공원을 기웃거리다 보니 '납매' 라고 쓰인 팻말이 보인다. 공원에는 세그루의 납매가 있었는데 꽃은 만개하지 않았고 듬성듬성 피어있었다. '납매' 란 섣달에 피는 꽃이란 뜻이고, 겨울에 찾아오는 손님이라 해서 '한객' 이라 부르기도 하고 ,눈속에서 노란꽃이 핀다고 해서 '황설리화' 라고 부르기도 하고, 원산지가 중국이어서 '당매' 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꽃은 연노랑색으로 엄지손톱 정도로 작았고, 향기를 맡아보니 꽃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데 조금 거리를 두고 보니 아주 좋은 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져 나왔다.
광장을 조금 더 돌아보니 키가 큰 생강나무가 빈가지에 노란 꽃망울을 피우고 있었다. '생강' 하면 김장 부재료의 생강이 떠오르는데 그것과는 다르다. 김유정의 '동백꽃' 에 나오는 알싸한 향기의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다. 생강나무에 꽃이 피면 산수화와 개나리가 이어서 노랗게 피어날 것이니 그래도 봄은 오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로 만들어진 온실속으로 들어가보니 외투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기가 후끈 전해온다. 열대성 식물인 야자수들이 종류별로 보이고, 레몬과 자몽도 열려있고 커피나무도 보인다. 그러다 번쩍 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다. 극락조를 닮았다는 '극락조화' 다. 어찌보니 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꽃이 아주크고 색이 선명해서 화려하게 보인다. 원산지는 아프리카이고 꽃말은 '신비' 인데 난생 처음 보는 꽃이라 어쩐지 행운이 느껴진다. 그외에도 식물인데 벌레를 잡아먹고 사는 '네펜데스', 털방울 같은 케리안드라 홍천층, 박쥐란도 보였다.
온실을 나와 무작정 걸어보았다. 바람이 불어 좀 쌀쌀한 느낌은 있었지만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신선해서 산책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생각보다 상당히 넓은 수목원이었고 특이하고 귀한 수종들도 많았는데 모두들 성실하게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구경하기에는 편했다. 보기는 많이 보았어도 이름을 몰랐던 꽃나무들의 이름도 알 수 있었다. 능소화로 둘러져진 터널도 지나고 숲속도서관과 숲속전망대도 가보았다. 중간중간 시민공원에 있는 녹나무도 보이고 나루공원의 팽나무도 보이고, 애기동백나무와 황금향나무도 보이고, 나무가지에 구슬을 달고있는 멀구슬나무도 보인다.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떡갈나무 등 참나무 6형제들도 한곳에서 구경할 수 있었고, 손수건나무, 덜꿩나무, 국수나무, 화살나무 같은 이름이 재미난 꽃나무들도 보인다. 아직은 겨울이라 제모습을 다 보여주지는 못해도 봄이오면 잎과 꽃을 피워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화명수목원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냥 멀다고만 생각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가보니 그리 먼 곳도 아닌데 이렇게 좋은 곳을 왜 그동안 와보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 꽃피는 봄이 오면 다른 지역에 꽃구경하러 가기보다는 화명수목원을 자주 찾아 꽃과 나무들에 대한 지식들을 많이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숲속 전망대에서 쉬엄쉬엄 내려오다 보니 수목원을 둘러싸고 있는 금정산의 산등성이가 부옇게 보이고 낙동강도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것을 보니 봄기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화명수목원도 지금 속으로는 부지런히 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 작성자
- 정헌숙/이야기 리포터
- 작성일자
- 2018-02-18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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