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죽을 아시나요?
부평시장 미숫가루 집에는 ‘이야기 보따리’ 가득
- 내용
여름날 입맛이 없을 때 한 그릇 내어주시던 어머니 미숫가루가 생각나서 부평시장을 찾았다.
부평장에는 80년대부터 하나둘씩 생겨 지금은 미숫가루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7~8개나 되며 10년에서 30년 동안 영업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지금은 제품으로 판매되는 이유식도 많지만 예전에는 아기들의 입맛에 맞게 엄마들이 고른 다양한 종류의 곡물과 채소와 멸치등을 넣어 “암죽”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그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들이 흔하지 않는 것 같다.
미숫가루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선식으로 더 잘 알고 있으니까...배고플 때 한 그릇 먹던 미숫가루가 지금은 운동식과 다이어트식 당뇨식 등 이름도 종류도 참 천차만별이다.
부평시장의 미숫가루 집에는 저마다 휴게실이 있다고 한다. 주문한 곡물이 만들어지는 동안 기다리는 손님들의 이야기보따리가 한 가득이다. 쑥을 직접캐서 말려온 할머니, 시골에서 보내온 칡을 들고 온 아주머니, 날씬한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식을 사러온 아가씨 등 사장님이 미숫가루를 만드는 기계 두드리는 소리에 검은콩 볶는 냄새가 더 구수하다.
미숫가루가 만들어지는 동안 눈에 들어온 빨간색 티셔츠 할머니 두 분! 월드컵 때의 “대~한민국”이 생각난다. 함흥 식혜(좁쌀과 가자미를 무를 넣고 삭혀 만든 음식)를 만들어 파시는 할머니는 빨간색 식혜를 위해 판매 전략으로 맞춰 입으신 듯한데 오랜 세월 함께 하셔서 인지 닮아 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먹지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문구처럼 황토가루, 맥반석, 당귀등 종류도 다양한 마사지 곡물팩이 눈길이 간다.
여드름 때문에 고민인 딸을 위해 어성초를 사볼까? 미백에 좋다는 살구씨를 사볼까? 매미소리 들리는 여름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마시고 누웠던 평상이 그리운 날이다.
- 작성자
- 황은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1-06-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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