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12년 겨울
- 내용
2012년이 저물고 있다. 보내는 아쉬움과 맞이하는 기대감이 서로 엇갈려 공연히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쯤이면 부산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궁금하기도 하고 쇼핑도 할겸해서 지난 주말 서면으로 한번 나가 보았다.
서면은 西쪽에 있는 面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동면도 있을 것이다. 동면은 법기 수원지가 있는 곳이다. 지도를 펼쳐보면 동면은 북쪽에 있고 서면은 남쪽에 있어 방위표시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 한양에서 보면 그렇지도 않는 모양이다.
서면은 지리적으로 부산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특히 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는 서면역은 부산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 중의 하나이다. 도대체 서면역은 하루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일까.
승강장을 나와 서면지하도를 걸어본다. 주로 가방, 옷, 화장품, 구두 등을 파는 가게들이 길을 따라 나열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인파. 말 그대로 사람들의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것 같다.
서면은 광복동처럼 화려하지 않다. 크리스마스트리도 잘 보이지 않고 캐롤송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지하상가 내의 휴식공간에 약간의 장식을 해놓았을 뿐이다. 볼것이라곤 가게의 물건들과 사람들 뿐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을 보면 서면은 분명 부산의 중심지임에는 틀림없다.
대형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길목도 번잡하다. 걸어간다는 느낌보다는 떠밀려 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 속에서 문득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그냥 스쳐가는 사람들이 많다. 불경기 탓인 모양이다. 백화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화려함과 고급스러움과 따뜻함과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이 물씬 풍겨온다. 소비의 전당답다. 주로 장갑, 머플러, 양말 따위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추운 겨울날씨가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것이라도 나누게 하는 것 같다.
백화점을 나와보니 뒷쪽으로 긴 줄이 하나 있다. 무슨 줄인가 보니 부산의 명물이 되어버린 씨앗호떡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줄이다. 유명하다더니 이렇게 줄을 서서 사먹어야 할 줄은 몰랐다. 나도 아직 맛을 못 보았는데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2012년이 저물고 있는 부산의 겨울을 돌아다녀 보니 문득 60년대 김승옥의 단편소설 '서울 1964년 겨울' 이 생각난다. 그때와 비교하면 세월이 많이 흘러서 풍경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있다. 꿈틀거림이라고 해야 할까. '부산 2012년 겨울' 에도 어떤 꿈틀거림은 있는 것 같다. 서면 지하도를 빽빽이 메우며 꿈틀꿈틀 몰려오는 거대한 인파들을 보고 있으면 엄청난 에너지 같은게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부산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역동성'은 아닐런지....
- 작성자
- 정헌숙/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2-12-2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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