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이야기리포트

헌책이 아닌 문화를 판매합니다

새롭게 성장하는 보수동 책방골목

내용

어릴 적 집집마다 방문해서 책을 팔던 출판사 영업사원의 권유로 50권짜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이 집에 들어오던 날, 마법에 걸린 공주, 새엄마의 계략에 빠진 불쌍한 딸, 하루아침에 하녀가 된 소공녀,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는 하이디를 알게 되면서 책이 가진 무한한 상상의 공간속에 빠져 몇날몇일을 헤어나지 못했다. 전자기기가 발달하면서 EBOOK의 인기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로 만든 책을 즐겨보고 있다. 독서란 단순히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 그 행위의 의식(Ritual)이 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새 책보다는 오래된 책이 주는 독특한 느낌이 있는데, 정겨움과 편안함 등이 그것일 것이다. 손때가 묻은 누런 종이, 오래된 한글 맞춤법으로 정리된 책들을 보면 책이 만들어졌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은 묘한 향수를 느끼곤 한다. 잘 만들어진 양장본 새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감성이다.

보수동은 이런 감성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헌책이 아닌 오래된 책을 판매하는 이곳 책 골목을 돌아다니며 옛 추억에 잠겨보았다. 한때 넘쳐나는 새 책들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던 느낌을 받은 후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찾아가 보았는데, 예전 보수동의 쓸쓸하고 쇠락하던 느낌과는 180도 다른 활기차고, 멋스러운 장소가 되어있었다.

단순히 헌책만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헌책방 골목이라는 이미지에 걸맞는 브랜드를 형성하여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서로 상생하는 거리가 된 것이다. 오래된 책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어 서점 주인장이 아니면 찾지 못하는, 빼곡이 들어찬 헌책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책방이 아니라, 각 분야별로 보기 좋게 책을 진열하고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차 한잔 마시며 책을 골라 볼 수 있는 ‘북카페’를 연계하여 운영하고, 오래되고 먼지 풀풀나는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은 갤러리처럼 아름답게 꾸민 헌책방들이 속속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책과 함께 오래된 LP판과 플레이어를 함께 판매하면서 전시하는 공간도 아주 멋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는 이 보수동 책방 골목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전쟁으로 고통 받던 1950년대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와 고물상에서 수집한 헌책을 팔던 노점상이 발전하여 지금의 이곳 책방 골목이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소개와 함께 당시 유행하던 잡지와 그 시절의 보수동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여 책방골목이 단순히 책을 파는 상업적인 공간이 아닌 부산과 함께 숨 쉬며 살아온 문화공간임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지금까지 온전히 자리잡고 있는 이유는 부산시민들의 관심과 문화를 가꾸고 발전시키고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은 문화도 정성을 기울여 가꾸어가면 소중한 역사가 되고, 문화의 지류로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작성자
공민희/부비 리포터
작성일자
2013-02-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