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문화거리에 숨겨진 '국제시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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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래 생각한다. 힘든 세상에 태어나가꼬 힘든 세월을 견딘게, 우리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게 참 다행이라꼬”
'국제시장' 영화의 가슴뭉클한 대사다. 영화의 핵심키워드는 단연 '아버지'이다. 전쟁의 아품을 겪은 피난민들이 정착한 부산국제시장을 공간적 배경으로 풀어내며 덕수와 영자 부부를 통한 부모세대의 모습을 조명한다.
12월 성탄절이 가까운 요즘 '국제시장' 일대 풍경은 어떤가? 주말 저녁이면 국제시장 남포동으로 가는 길은 차량행렬로 비좁다.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가 광복로 중앙로에 펼쳐져 성탄별이 20m높이로 12개 삼각형 면속에서 빛 커튼으로 빛난다.
광복로 거리에는 35만개나 동원된 불빛아래, 행사 공연과 판매부스가 열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국제지장 광복로 거리는 젊음과 열기로 가득하다. 발 디딜 틈 없이 오가는 인파속에 셀카봉을 들고 저마다의 추억을 만드는 청춘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예전의 국제시장은 '돗떼기시장'이었다. 질서 없고 시끌벅적한 시장의 표현은 국제시장에서 비롯되었다. 골목마다 빼곡한 가게들. 오토바이와 사람들을 피해 걷는 길. 최근 영화로 개봉되면서, 새로운 관심과 조명을 받게 되었다. 영화는 피난, 독일광부(간호사)파견, 월남전, 이산가족찾기 시대를 관통하는 4가지 역사적 사건의 굴곡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제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이다. 다름 아닌 ‘이산가족찾기’에서 따온 이야기 전달방법이다.
도대체 국제시장이란 어디를 지칭할까? 국제시장은 중구 일대 신창동 4가의 2층건물 6개공구를 말하지만, 신창시장, 창선시장,깡통시장 일대를 통틀어 국제시장이라 부른다.
일제말 미국 폭격에 대비해 만든 공터가 귀국하는 일본인들이 현금마련으로 전시통제물자를 한꺼번에 내파는 시장통이 되었다. 광복후 해외에서 귀국한 귀환동포들이 노점상으로 보따리장사를 했고, 일본인이 남긴 각종 물건들을 구입하려 부산 상인이 모두 모였다. 일본어 '토루'에서 '돗다 하는 곳'의 의미를 따왔다. 미군구호물자를 확인하지 않고 포장 채 구입하는 거래방식에 낙찰 받는 경매꾼들이 '돗따!'를 외쳤다. 그래서 '돗떼기 시장'이라 불리웠다.
1950년 국제시장과 관련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 10만명. 영화에서 덕수가족들처럼 고향떠난 피난민이 부산으로 몰리면서 이곳은 피난민의 생활필수품 거래장이 된 것이다. 전쟁으로 황폐한 곳에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물품이 전부였던 시절,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던 것들이 밀수 유통되는 곳이 국제시장이었다.
2014년의 크리스마스트리 축제거리를 걸으며, 국제시장과 그 속에 삶의 애환을 담으며 장사하며 가게를 일구어왔던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의 노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분들의 눈물 젖은 빵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화려한 조명등이 이 곳에 걸려 질 수 있었을까? 높이 솟아난 크리스마스트리아래로 시대의 굴곡진 역사를 살아오며 죽음의 갱도를 헤쳐나온 아버지들이 있었음에 코끝 찡하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울림이 되어 마음에 남는다. 흥남부두에서 막내동생을 찾느라 배에서 내린후 생사를 알지 못한 아버지께 덕수가 드리는 한마디.
'아버지, 저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 작성자
- 김광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4-12-2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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