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시원한 만남
‘위드맘(With Mom)’ - 비영리법인 한부모가정지원센터 방문기
- 내용
날씨가 후덥지근한 여름오후, 대한적십자사 맞은편 5층 건물(기독교회관)에 주차를 했다. 차가 들어가니 사람을 태워 올려 5층 주차장에 내리는 독특한 방식의 주차시스템이다.
508호를 찾아 낯선 건물을 헤매는데 아기를 안은 키 큰 젊은이가 눈에 들어왔다. 초면인지라 사무실을 찾아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한분이 나를 불렀다. 이렇게 그와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노란색 벽 위에 아이들의 사진이 예쁜 액자에 넣어져 한쪽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허브티를 작고 투명한 잔에 내어왔다. 14년 전부터 부산 소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위한 만남과 봉사를 1년에 2번씩 진행해 왔단다. 소년교도소 부산에도 소년교도소가 오륜대 있는 곳에 있다고 한다.
7년 전부터는 미혼모들을 위한 돌봄을 시작하게 되었단다. 12가정이 연결되어 그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고 한다. 사진 속에 있는 한 가정. 아빠가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자 아내와 아이들을 버려두고 돈을 챙겨 집을 나갔단다. 2아이를 가진 남자에게는 군 면제가 된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정상발육이 안되어 인큐베이트에서 생명연장을 받게 되었는데 약 750만원의 돈이 긴급하게 들어가게 되었다.
지금 안고 있는 남자아이는 10개월이 되었다. 이런 아이들에게 백일잔치와 돌잔치를 해주는 것이 어려운 형편의 미혼모가족들에게는 큰 감동이 있다. 미혼모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생활전선에 뛰어들다보니 공부도 할 기회가 안 되고, 직장도 제대로 가질 수 없어 사회의 음지로 흘러가기 일수라고 한다.
복지법에서 이들을 위한 검정고시지원정책이 있지만, 대부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우리 복지법이 찾아가서 세심히 알려주는 형식이 아니라, 본인이 귀동냥으로 찾아서 챙겨야 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혼모들에게 젊은 분이 대표로 대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도리어 나이가 젊어 아이들 어린이집 행사나 공적모임에 대리 아빠로 동석해 줄 수 있어 엄마들이 더 좋아한다고 한다. 사실 본인도 작년에 결혼하기 위해 준비했던 8년간 교제중인 애인이 있다. 하지만, 작년 인큐베이트 아이에 대한 긴급한 상황 때문에 그 자금 500만원을 지원하면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는 개인사를 털어 놓았다. 요즘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한 구석에서 이런 숨은 귀한 일을 하고 있다니 마음에 감동이 있다.
처음에는 기독교단체로 시작하려했으나, 비영리법인을 설립하여 세금도 내고 누구든 종교의 벽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었다. 이렇게 현재 미혼모 청소년 자립지원 프로그램인 ‘비상’을 진행하는 이효천 대표는 부산시 청소년 종합지원센터, 학교폭력예방재단 등 멘토링 협력 및 강사 등을 역임했다.
12가정 이상은 돌볼 수 없어, 가정이 조금 자립되어 나가면 또 충원하는 형식으로 12가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뿔테 안경너머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이대표의 잔잔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말투에 빠지다 보니, 어느새 찻잔의 차(茶)가 다 식어간다.
“잠시 시설을 둘러봐도 될까요?” 동의를 구한 뒤, 옆에 있는 사무실에 발을 디뎠다. 아이들을 위한 기저귀, 분위, 재활용 옷, 물티슈 등이 있었다. 무엇보다 애기 용품 중에 가장 필수적인 것들이라 한다. 기저귀와 분유는 비싼 가격대에 형성되어있으면서도 필수품이기에 후원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물티슈는 공급하시는 분이 최근 상황이 안 좋아 더 이상 후원이 끊겨진 상황이라고 한다.
미혼모들은 송상현광장 맞은편 재개발지구의 그나마 값이 싼 집들에 거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입소문으로 이곳을 찾아와 아이들의 물품도 받아가고, 장을 보는 동안 아이들도 맡기고 한다. 봉사자들이 함께 아이들과 시민공원에 놀러가기도 하고 미혼모들과 장을 봐주기도 하며 친구가 되어준다.
밖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의 미혼모들이다. 사회적 편견과 눈치에 굴하지 않고, 아이를 책임감 있게 낳고 기르려는 그들에게 우리 이웃들이 또 다른 가족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무더운 여름의 열기도 봉사와 나눔의 손길이 이어진다면 갑갑한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줄 것 같다.
주소- 부산시 진구 전포2동 608-1 신우빌딩 508호
이효천 대표 facebook.com/gycjs11
- 작성자
- 김광영/부비 리포터
- 작성일자
- 2015-06-2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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