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한 일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세요"
[청년이 청년에게 묻다] 김나윤 부산시 청년정책 홍보 서포터즈 청년 창업가 박재홍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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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을 보장받는 삶을 원하는 대다수 젊은 구직자들이 한 곳만 바라보며 하나의 길을 추구할 때,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일,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아 마침내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만들어낸 이가 있다. 환경복원 기술로 황폐화된 토양을 되살리는 생태기업, `코드 오브 네이처'를 창업한 박재홍 대표다.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이른 나이에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박 대표의 장래 희망은 요리사였다. 사고라는 불청객을 만나고부터 그의 진로는 완전히 바뀌었다. 낙담한 나머지 주저앉을 수도 있었지만, 그 위기를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자연의 생태와 환경 복원을 이뤄낼 기술을 연구하게 됐다. 창업한 사업체의 입지를 굳히는데 안주하기보다 더 큰 꿈을 향해 미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그의 모습은 부단한 도전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부산시 청년정책 홍보 서포터즈 김나윤(오른쪽) 씨가 부산 출신 청년 창업가 박재홍 대표를 인터뷰하는 모습.시골 청년의 솔직한 성장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 집이 시골로 귀농을 했습니다. 살던 집이 지붕에 기와를 올린 오래된 집이어서 이끼가 끼어 있었어요. `저리 빛이 다량 비치고 건조한 곳에 어떻게 이끼가 자생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이끼에 관한 관심의 시초였습니다. 이후 농업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재학 중이던 식물생명공학과는 식물 분야를 폭넓게 다루는 학문이었는데,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거냐는 교수님 질문에 시골에서 접했던 이끼가 떠올라 이끼를 다루어보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그때부터 이끼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구상 최초의 식물' 이끼의 생명력에 대한 박 대표의 관심은 본격적인 연구로 이어졌지만, 아무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저희 가정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 경제적 형편이 못됐어요. 그 둘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수입으로는 한 학기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빠듯했습니다. 그러한 현실에 질려 있던 차에 학과 게시판에 걸린 공모전 포스터를 보게 됐어요. 공모전 상금이 6개월간 학업과 생활에 드는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큰 금액이었습니다. 2년간 공모전에 매달렸는데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공모전이라면 영상, UCC 관련 대회를 제외하고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출전했어요. 몇 백 개의 대회에 도전을 하다 보니 하나둘 수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때는 심사위원 한 분과 3개의 공모전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분 말씀이 상금만 타가지 말고 제 연구물에 투자할 용의가 있으니, 사업을 해보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그 제안을 계기로 창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환경복원 기술로 `코드 오브 네이처' 창업
박 대표는 생태기업 `코드 오브 네이처'가 주변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시장을 분석하거나 MVP(Minimum Viable Product:최소 기능 제품)를 제작하는 것보다, 제게 불편한 점이나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점을 발견해 그 문제를 전공 학문과 결합해 해결할 방도를 찾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길이 저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어 향후 큰 발전 가능성이 있으리라 추측했습니다."
박 대표는 `코드 오브 네이처'를 전 인류의 핵심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감추지 않았다.
"궁극적으로는 이끼를 매개체로 황폐화된 토양의 중립화가 목표입니다. 이제까지는 토양 복원 사업이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만, 장차 인류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그러한 문제로 부상하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하는 차원에서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을 사회적 의무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의 장기 목표는 지구 환경을 복원하는 일에 앞장서는 차원을 넘어 태양계, 우주로까지 진출하는 것입니다."
지역 청년들의 삶에 대해 논하다
박 대표는 지역에서 성장한 청년으로서, 지역 청년들이 느끼는 갈증에 대해 정확하게 짚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청년들의 삶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제도는 웬만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인구가 떠나는 이유는 더 나은 사회적 기반을 찾아서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그들의 기대는 사람과 환경, 기회의 다양성을 향하는 것 같습니다.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다,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훨씬 어려운 과업일 것입니다. 선뜻 던지기 힘든 주제지만, 개선방안을 도출해내는 데 시간과 자본을 투자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행복한 삶'을 중요한 선택의 기준으로 삼기를 당부했다.
"제가 분명히 깨달은 점은 무엇보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직업 또는 직장을 선택하기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라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감에서 하게 되는 일을 내려놓고 가급적 만족감, 행복감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글·김나윤
- 작성자
- 구동우
- 작성일자
- 2025-01-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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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202501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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