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202308호 기획연재

차별 없는 세상, 기다리며 이해하는 법 배워야 온다

사회적협동조합 '희망이 가득찬' 어석원 사무국장

내용

부산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초등학교 ‘장애이해교실’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다. 어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나요?”


사회적협동조합 ‘희망이 가득찬’의 어석원 사무국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아닐까요?”


그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전문기술직으로서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건 없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됐다. 그러던 그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장애이해교실 강사로 뛰면서 ‘장애인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필요 없는 사회를 고민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7-1 교체 

△두 아이의 아버지인 어석원 씨는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의 자립을 돕는 지원조례 제정과 사회인식 개선활동 등 공론화에 힘쓰고 있다. 


장애인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필요 없는 사회가 목표


“둘째가 다섯 살 때 발달장애라는 걸 알았어요. 그전까진 장애와 저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걸로 생각했죠. 처음엔 자폐에 대해 너무 몰랐어요.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화부터 내고 윽박지르곤 했으니까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그의 둘째 아들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 흔히 아는 자폐성 발달장애이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부산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이해 강사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관련 자료를 찾고 공부하다 보니까 저의 그런 행동이 아이에게 정말 안 좋은 거였어요. 두 번 세 번 물어봐주고 아이가 대답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법, 이해하고 참는 법을 배웠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무지했다고 깨달았죠.” 


17+3 제주도 자전거 

△아들과 둘이서 제주도 자전거길 234㎞를 완주했다. 



참고 기다리며 이해하는 법 배워야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무지한 것은 시민도 마찬가지 아닐까? 장애인 학교를 혐오 시설로 취급해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주민과 그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며 울고 있는 부모들 모습. 종종 보던 풍경 아니던가.

“다른 분들이 장애나 자폐를 혐오스러워하는 건 처음에 저처럼 잘 몰라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폐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틈틈이 아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관련 글을 쓰고, 공모전에 출품하고, 아이와 함께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발달장애인 부모님들과 사회적협동조합도 만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것도 그 때문이죠.”


17-2  어묵체험 

△삼진어묵에서 아이와 함께 어묵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도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을 키워갈 수 있다. 어석원 씨와 사회적협동조합 ‘희망이 가득찬’ 회원 부모들이 지역사회에서 자폐성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지원조례 제정과 사회인식 개선활동 등 공론화에 힘쓰는 이유이다.


의료-돌봄-특수교육 통합 

공적 시스템 지원 필요


매년 4월 2일은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이다.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조기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2007년 국제연합총회에서 지정됐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조기 발견과 초기부터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유치원, 어린이집, 일반 학교에 다니더라도 따로 언어·행동치료를 받는 경우 사교육비가 만만찮다.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다. 자폐스펙트럼에 의한 행동 양태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다. 그야말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의 연속. 충치 치료 한 번 하려면 전신 마취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아이가 5분, 10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돌발행동을 하니까 이발하다가 자칫 가위 같은 데 다칠 수가 있어요. 미용사나 손님들도 좋아하지 않고요. 저희 같은 경우엔 강서구에 아는 분이 계셔서 연제구에서 강서구까지 가서 머리를 깍습니다. 이발 한 번 하려고 반나절이 날아가 버리는 거죠. 병원 이용도 마찬가집니다. 편의시설 이용이 아주 힘듭니다.”


정부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있지만 이용시간, 활동지원사의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로 혜택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이란다. 그래서 자폐스펙트럼 특성을 잘 아는 사람의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간호사였던 어석원 씨 부인이 직장을 그만둔 이유이다.


차별 없는 세상 향해 모두가 한 걸음 더


전문가들은 장애로 인해 발현하는 여러 증상들을 완화하고 세상과의 소통에 익숙해지려면 의료-특수교육-돌봄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통합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적 시스템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발달장애인 돌봄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보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기에 발달장애를 발견해 영유아기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간다. 또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는 힐링캠프, 테마여행 등 휴식·여가 서비스 경비를 제공하고, 부모교육도 적극 지원한다.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올 8월 해운대 벡스코에서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를 개최한다.


차별 없는 세상이란 남모를 어려움과 아픔으로 눈물짓는 이웃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것이 아닐까.


글·원성만/사진·어석원 제공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3-05-1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308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