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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212호 기획연재

여백만큼 깊은 여운과 정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⑦ 줄임말과 짧은 표현

내용

짧은 표현에 많은 정보 담은 부산말


16-1
컴퓨터그래픽 서상균

 


'생쥐'는 '새앙쥐'의 준말이다. 우리가 아는 생강의 원래 말이 새앙인데, 한 음절로 줄인 것이 '생'이다. 생쥐는 생강처럼 생긴 쥐를 의미하지만 이것이 준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생쥐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새앙을 생으로 줄인 것은 발음을 적게 하려는 노력 경제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알록달록, 얼룩덜룩 같은 말도 준말이다. 알록달록은 알로록달로록의 준말이고 얼룩덜룩도 얼루룩덜루룩의 준말이다. 준말은 단어의 일부가 줄어든 말로 그 대상이 낱말에 한정된 개념이다. 준말은 한꺼번에 발음하는 단위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이'가 '그게', '어떻게 해'가 '어떡해'로 줄어든 것이 그 예다. 준말은 기억하기도 용이하고 발음도 편하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은 빈도로 쓰고 있다.


부산사람은 짧은 표현에 많은 정보를 담아 새로운 단어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형님을 `햄(ham)'으로 바꿀 수도 있고 선생님을 '샘(泉)'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아이'를 '가'로, '무엇을 한다고?'를 '만다꼬'로 바꿀 수 있다. '덥히어 주다'를 '데파 주다'로 줄이더라도 이것을 '대파를 주다'와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높낮이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높낮이라는 강력한 무기는 짧게 줄여 다른 말과 동일한 형태로 만들더라도 뜻을 구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효율성 있게 준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준말은 발음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 비슷한 발음의 모음은 줄이고 어려운 자음 발음은 없애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또 음절을 줄이되 첫음절과 끝음절의 흔적을 남기고 문법적인 것은 생략하지 않는다. 즉, 축약으로 의미 전달에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만 줄이는 합리적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무엇이라고 하노'를 준말로 만들어 보자. '무엇이라'의 첫째 음절과 모음을 줄이면 '뭣이라'가 되고 어려운 자음인 'ㅅ'을 생략하고 이중모음을 축약하면 `머라'가 된다. 여기서 네 음절을 두 음절로 줄이는 방법으로 사용한 것은 첫음절의 자음 'ㅁ', 둘째 음절의 모음 'ㅓ', 셋째 음절은 생략, 마지막 음절을 그대로 발음하는 방법이다. 또, '-고하노'에서 첫음절의 자음만 취해 둘째 음절에 축약하고 마지막 음절의 물음의 표지는 그대로 두면 '카노'가 된다. 그 결과 일곱 음절이 네 음절로 줄어든 '머라카노'가 완성된다. 더 압축하면 '머라노', '멀카노'가 된다.


부산사람은 줄임말과 함께 문장의 여러 성분을 줄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군가 텔레비전 시청을 방해할 때는 '좀'이라는 단어만 사용해 금지의 의도를 전달한다. 반가운 누군가가 집을 방문했을 때 '왔나' 혹은 '왔능교'라고만 한다. 대화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발화하고 상황에서 추론이 가능한 부분은 생략하는 현상이다. 


짧은 표현은 상대에 대한 의례적 표현과 여러 정보를 생략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보이거나 퉁명스럽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할밴교, 왔능교'와 같은 표현은 낯선 사람에게 사용하는 어법이 아니라 잘 아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임을 이해해야 한다. 친한 사이에서는 격식적 요소를 생략해 말하더라도 그 속에 많은 정이 들어 있다. 오랜 기간 집 떠나간 아들이 돌아 왔을 때 '왔나'라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는 의례적인 반가움의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 녹아있다. 말이 짧아졌다고 그 속에 인간적 가치까지 작아진 것은 아니다. 부산사람의 줄임말과 짧은 표현에는 줄어들고 짧아져 생긴 여백만큼 깊은 여운이 있다.




이근열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작성자
강아랑
작성일자
2022-07-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21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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