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만큼 깊은 여운과 정
재미있는 우리 부산말 ⑦ 줄임말과 짧은 표현
- 내용
- 짧은 표현에 많은 정보 담은 부산말  
 컴퓨터그래픽 서상균- '생쥐'는 '새앙쥐'의 준말이다. 우리가 아는 생강의 원래 말이 새앙인데, 한 음절로 줄인 것이 '생'이다. 생쥐는 생강처럼 생긴 쥐를 의미하지만 이것이 준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생쥐의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새앙을 생으로 줄인 것은 발음을 적게 하려는 노력 경제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 알록달록, 얼룩덜룩 같은 말도 준말이다. 알록달록은 알로록달로록의 준말이고 얼룩덜룩도 얼루룩덜루룩의 준말이다. 준말은 단어의 일부가 줄어든 말로 그 대상이 낱말에 한정된 개념이다. 준말은 한꺼번에 발음하는 단위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이'가 '그게', '어떻게 해'가 '어떡해'로 줄어든 것이 그 예다. 준말은 기억하기도 용이하고 발음도 편하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은 빈도로 쓰고 있다. - 부산사람은 짧은 표현에 많은 정보를 담아 새로운 단어처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형님을 `햄(ham)'으로 바꿀 수도 있고 선생님을 '샘(泉)'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아이'를 '가'로, '무엇을 한다고?'를 '만다꼬'로 바꿀 수 있다. '덥히어 주다'를 '데파 주다'로 줄이더라도 이것을 '대파를 주다'와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높낮이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높낮이라는 강력한 무기는 짧게 줄여 다른 말과 동일한 형태로 만들더라도 뜻을 구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효율성 있게 준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 준말은 발음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 비슷한 발음의 모음은 줄이고 어려운 자음 발음은 없애는 것이 기본적인 방법이다. 또 음절을 줄이되 첫음절과 끝음절의 흔적을 남기고 문법적인 것은 생략하지 않는다. 즉, 축약으로 의미 전달에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것만 줄이는 합리적 방식을 사용한다. - 예를 들어 '무엇이라고 하노'를 준말로 만들어 보자. '무엇이라'의 첫째 음절과 모음을 줄이면 '뭣이라'가 되고 어려운 자음인 'ㅅ'을 생략하고 이중모음을 축약하면 `머라'가 된다. 여기서 네 음절을 두 음절로 줄이는 방법으로 사용한 것은 첫음절의 자음 'ㅁ', 둘째 음절의 모음 'ㅓ', 셋째 음절은 생략, 마지막 음절을 그대로 발음하는 방법이다. 또, '-고하노'에서 첫음절의 자음만 취해 둘째 음절에 축약하고 마지막 음절의 물음의 표지는 그대로 두면 '카노'가 된다. 그 결과 일곱 음절이 네 음절로 줄어든 '머라카노'가 완성된다. 더 압축하면 '머라노', '멀카노'가 된다. - 부산사람은 줄임말과 함께 문장의 여러 성분을 줄여 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가족 중 누군가 텔레비전 시청을 방해할 때는 '좀'이라는 단어만 사용해 금지의 의도를 전달한다. 반가운 누군가가 집을 방문했을 때 '왔나' 혹은 '왔능교'라고만 한다. 대화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발화하고 상황에서 추론이 가능한 부분은 생략하는 현상이다. - 짧은 표현은 상대에 대한 의례적 표현과 여러 정보를 생략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는 무례하게 보이거나 퉁명스럽게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할밴교, 왔능교'와 같은 표현은 낯선 사람에게 사용하는 어법이 아니라 잘 아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임을 이해해야 한다. 친한 사이에서는 격식적 요소를 생략해 말하더라도 그 속에 많은 정이 들어 있다. 오랜 기간 집 떠나간 아들이 돌아 왔을 때 '왔나'라는 아버지의 한 마디에는 의례적인 반가움의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 녹아있다. 말이 짧아졌다고 그 속에 인간적 가치까지 작아진 것은 아니다. 부산사람의 줄임말과 짧은 표현에는 줄어들고 짧아져 생긴 여백만큼 깊은 여운이 있다. - 이근열 - 부산대 국어교육과 강의교수 
- 작성자
- 강아랑
- 작성일자
- 2022-07-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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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이라좋다 제202212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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