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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21호 기획연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석양과의 조우

부산 소풍_⑫장림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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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석양과의 조우
희망은 아침 햇살처럼 다시 떠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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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 선셋로드 중간에 자리한 장림포구 부네치아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일몰 맛집'이다. 해가 넘어간 후에도 오랫동안 긴 여운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사진은 부네치아선셋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일몰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 12월이다. 소행성 B612에 사는 어린왕자는 의자의 방향만 조금씩 옮기면 온종일 노을을 감상할 수 있지만, 지구별의 우리는 그런 호사를 누리기 어렵다. 찰나의 낙조를 조금만 더 여유롭게 즐길 순 없을까. 이럴 땐 '사하 선셋로드'를 찾으면 된다. 시원하게 펼쳐진 낙동강 주변으로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가 저물어가는 석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12월 더 아름다운 '사하 선셋로드'
조금만 있으면 끝나겠지, 오늘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 속에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을 맞았다. 누가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1월의 일출, 추석의 보름달처럼 12월에는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봐야 한 해가 끝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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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강변대로 노을마루 산책로.


부산 낙조 명소로는 몰운대, 다대포해수욕장, 아미산전망대, 을숙도생태공원 등을 들 수 있는데, 모두 사하구에 있다. 그리하여 몰운대를 출발해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아미산전망대, 홍티아트센터, 노을나루길, 낙동강 하굿둑 등을 거쳐 낙동강하구에코센터까지 보석 같은 일몰 명소를 엮은 '사하 선셋로드'가 탄생했다. 이곳의 지는 해를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한 곳을 정한 후 미리 도착해 대기하거나, 오후 2~3시 무렵 다대포해수욕장을 출발해 길게 늘어져 가는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서서히 물들어가는 노을과 만나는 것이다.

전체 코스를 다 걸으면 약 4시간. 기자는 늦은 오후 낙동강 강변대로 '고니나루쉼터'에서 일정을 시작해 요즘 새로운 '석양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림포구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다대포해수욕장 끝 노을정휴게소에서 낙동강 하굿둑까지 이르는 코스는 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길이다. 이름도 예쁜 '노을나루길'로 불리는데 보행로가 잘 정비돼 있어 특별한 장비나 준비가 없어도 누구나 산책하듯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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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철새들은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사회적 거리'를 지킨다(사진은 고니나루쉼터에서 탐조망원경으로 건너편 철새들을 살피는 사람들).


'고니나루쉼터'는 강변대로 코스 중간쯤에 있다. 하트 모양의 큰고니 조형물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눈이 멀 듯 눈부시게 반짝이는 강 건너편으로 철새들의 서식지가 펼쳐진다. 한두 마리씩 이따금 날아가는 철새를 보며 "에게~"라고 생각하는 것은 속단이다. 쉼터에 자리한 탐조망원경으로 건너편을 살피면 강, 바다, 철새가 어우러진다는 이곳의 진가가 드러난다. 건너편 갈대숲 앞으로 보이는 것은 작은 점점이 모두 철새다. 흰색, 회색, 덩치가 큰 새, 작은 새…. 망원경 속 각양각색의 철새들은 유유히 헤엄치고 물속으로 멋지게 잠수해 들어갔다가 위로 날아올랐다를 반복한다. 사람과 철새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간 거리를 두며 예의를 차린다.


어촌마을 장림포구, '부네치아'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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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건물과 포구가 어우러져 이탈리아 무라노섬을 연상케하는 '장림포구 부네치아'. 사진·비짓부산


'고니나루쉼터'의 풍경을 마음에 담고 다시 조금 더 강을 따라 걸었다. 이번에는 모형 장난감을 쌓아놓은 듯 알록달록한 색감이 매력적인 장림포구를 만날 차례다. 포구에 정박한 작은 배와 형형색색의 건물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마치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섬과 닮았다 해서 부산의 베네치아 '부네치아'라 불린다.

원래 장림포구는 연안 어장을 중심으로 어업과 김 양식 등을 하던 평화로운 포구마을이었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맞아 인근에 우후죽순 많은 공장이 들어서며 상류 장림천을 비롯한 주위 환경이 오염되기 시작했다. 김 양식은 위기를 맞았고 어촌마을 일대는 회색빛 공장지대로 변했다.

장림포구가 오늘날 '부네치아'로 전환을 맞이한 것은 지난 2012년 '장림포구 명소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낡은 포구를 정비하고 어구창고는 다시 칠하고, 여러 가지 조형물로 멋을 더했다. 사진 명소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며 사업은 더 탄력을 받았다. 최근에는 맛술촌, 놀이촌, 문화촌 등 테마거리를 만들어 즐길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늘리고 있다.

누구나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소문에 장림포구 안쪽을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오후의 햇살과 아기자기한 건물이 어우러진 작은 포구는 유럽 어느 마을로 여행이라도 온 듯 평화롭다. 이리저리 둘러보는 동안 어느새 해는 반대편 산머리에 걸려 하늘을 조금씩 물들이기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인 해넘이를 놓칠까 부랴부랴 부네치아선셋전망대로 자리를 옮겼다.


수고한 이들에게 전하는 자연의 위로
부네치아선셋전망대는 3층 높이의 작은 건물이다. 1층은 다양한 브랜드의 부산어묵을 판매하는 수산식품판매장, 2층은 커피숍, 3층은 전망대다. 전망대가 3층 높이? 의구심은 2층에만 올라서도 "와"하는 탄성으로 바뀐다.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일까. 시야가 아주 조금 높아졌을 뿐인데 한눈에 들어오는 장림포구 풍경은 옆에서 바라봤을 때와는 또 다른 멋과 상쾌함을 선사한다. 

자 그럼 어디서 지는 해를 감상한다? 지금부터는 선택의 시간이다. 2층 커피숍은 한없이 노을을 바라보고픈 어린왕자들을 위한 맞춤형 장소다. 그림 같은 낙동강 풍경이 펼쳐지는 커다란 유리창 앞은 보기만 해도 푸근함이 느껴지는 안락의자가 사람들을 유혹한다. 추위를 막는 따뜻한 실내와 배경음악까지 어우러져 이른바 '노을멍(노을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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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네치아선셋전망대 2층.


3층 전망대는 인증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할만하다. 글자에서부터 경쾌함이 느껴지는 커다란 '부네치아' 조형물이 카메라 셔터를 기다린다. 전망대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작은 가림 하나 없이 그야말로 탁 트인 풍경과 차가운 겨울 공기가 만나, 닿지 않아 간지러웠던 마음 깊숙한 곳까지 통쾌함을 전한다. 단 1m라도 좀 더 노을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전망대를 내려와 건너편 강변대로 난간 앞으로 가보자. 산책로를 따라 걷던 사람들도 해가 넘어가는 순간에는 모두 걸음을 멈추고 옹기종기 난간 앞으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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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네치아선셋전망대 3층


해는 맞은편 산 끝에 매달려 강물에 황금빛  그림자를 만들었다가 산등성 주위를 서서히 붉게 물들이고는 이윽고 산 너머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해가 사라지면 곧바로 어둠이 밀려오는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의 해넘이는 긴 여운을 선물한다. 공연을 마친 연주가가 "한 번 더 한 번 더" 앙코르곡을 끝없이 연주해 주는 격이다. 그러나 세상에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는 법. 결국 저녁은 깊어지고 어둠은 모든 것을 덮는다.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 1층에서 인터넷에서 유명한 부네치아 일몰 사진을 보고 있자니 누군가 해 질 녘이 아니라 일출 사진이라고 정정해줬다. 아니나 다를까 사진은 방금 보았던 낙조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이 아니라면 지는 해와 뜨는 해를 구분할 수 있을까. 노을은 자연이 전하는 작별 인사이자 내일 다시 만난다는 희망의 약속이다. 2021년의 끝. 아쉬움으로 저녁노을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기대에 찬 아침노을을 맞이할 것이다. <끝>


- 포구 내 매장 운영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무.
- 가는 법 : 도시철도 1호선 신평역 4번 출구 → 2번 버스 탑승 → 장림포구입구역에서 하차. 장림생태공원 방향으로 도보 10분.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12-1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2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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