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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6호 기획연재

연탄불에 구워내는 부드럽고 쫄깃한 맛

음식 속 부산_⑩자갈치 양곱창 골목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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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양곱창 골목은 소양곱창 '단일 품목' 식당가로는 전국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이 골목 양곱창은 강한 불로 단시간에 구워내 부드럽고 쫄깃하다.


싱싱한 수산물이 가득한 자갈치시장 한쪽, 이곳과 조금은 어울리지 않지만 연탄불에 익어가는 고소한 향기가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전국 최대로 꼽히는 '자갈치 양곱창 골목'이다.

부산항으로 쏟아진 선원과 인근 직장인을 품었다가 일본 관광객의 마음마저 훔친 맛. 연기 자욱한 목로에 앉아 쫄깃한 맛을 음미하다 보면 근심과 걱정이 날아간다.

·사진 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전국 최대 '자갈치 양곱창 골목'

부산 음식특화거리 중에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 몇몇 있다. 그중 자갈치시장 인근 남포동 '양곱창 골목'을 빼놓을 수 없다. 자갈치농협 뒷골목을 시작으로 '자갈치로47번길' 전체 350여 미터, 세 블록에 걸친 골목에 30여 집이 양곱창 골목을 이루고 있다. 단일 가게 안에 '코너'를 빌려 개별 영업하는 점포까지 합치면 100~150여 개가 족히 되고도 남는다. 한때는 50여 집, 200~300여 점포가 밤낮없이 성업했던 시절도 있었다. 소양곱창 '단일 품목' 식당가로는 전국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양곱창구이'는 소 내장 중 위장과 창자 부위를 구워 먹는 음식이다. 소의 첫 번째 위장 '양'과 작은창자인 '곱창'을 붙여 '양곱창'이라 한다. 이를 연탄불 석쇠에 구워 먹는데, 실제로는 양, 막창(소의 4번째 위장), 곱창, 대창, 염통 등 다양한 부위를 섞어 한 접시를 낸다.

부산 '양곱창구이'의 맛은 '전국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소문이 났다. 부산이 전국 규모의 '양곱창 소비지'인 데다 양질의 '양곱창' 재료가 제때제때 공수되기에 신선하고 육질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골목 양곱창은 높은 온도의 연탄불 석쇠로 빠른시간 내 직화로 굽기 때문에 식감이 부드럽거나 쫄깃하거나 부위별로 최적의 맛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럼 부산은 어떻게 양곱창구이의 본향이 되었을까? 원래 부산은 일제강점기부터 소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이 있고 물류도 활발했다. 일제는 우수한 조선의 소를 일본으로 반출하려고 우암동에 '이출우검역소(移出牛檢疫所)'를 설치해 수탈했고, 대도시의 육류유통과 소비를 위해 부산 곳곳에 도축장을 두었다. 이런 역사가 지금의 양곱창 음식문화의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자갈치시장 인근에 양곱창 골목이 들어섰을까? 양곱창 골목의 터줏대감인 '백화양곱창'이 이 골목에 들어서면서부터이다. 1959년 영업을 시작해 6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자리를 지키며 영업을 하고 있다. 이 집이 대박을 치면서 이후 양곱창집들이 하나둘 들어서 골목을 이루게 된 것이다.


선원·직장인·관광객 모두가 즐기는 맛
원래 1970년대만 해도 자갈치 뒷골목은 수산업의 호경기로 선원들이 배에서 내려 술로 목을 축이던, 맥줏집과 작부 집이 흥청대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전후 수산업 경기가 안 좋아지자, 양곱창집으로 하나둘 업종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곳은 망망대해를 돌아들던 선원들이 배에서 내려 제일 먼저 들르던 곳이기도 했다. 당시 양곱창은 싸고 맛있는 동물 단백질이었기에 먼저 이곳에서 짠물에 절은 목젖을 씻었다. 선원뿐 아니라 인근에 자리 잡고 있던 관청의 공무원들도 양곱창 골목의 단골이었단다. 법원과 검찰청, 시청과 세관 공무원들이 술 한 잔에 양곱창 한 점 꼭꼭 씹으며 지친 하루의 일상을 마무리하곤 했단다.

1990년대 들어서는 엔고(円高) 시대가 무르익으며 일본인들의 부산 방문이 잦아졌다. 이때 일본인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던 곳이 양곱창집이었다. 양곱창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관동대지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많은 일본인이 굶어 죽었는데, 조선 사람들은 통통하니 살이 올랐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후 일본 식품학자들이 연구해보니 당시 일본인은 먹지 않았던 소 내장에 우수한 영양 성분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었다는 것이다.

양곱창은 재일동포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기도 했는데, 그 뒤 일본의 규슈,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일본인 또한 양곱창요리를 보양식으로 널리 먹으며 지역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여 일본인들이 부산을 방문하면 싸고 양 많고, 양질의 영양소를 함유한 부산 양곱창을 먹는 것이 필수코스가 된 것이다.


이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육류 음식으로, 남녀노소 국적과 지역을 넘어서 즐겨 먹는 양곱창. 비록 지금은 도축장의 시외 이전으로 인해 그 식재료가 타지역에서 공급되지만, 그럼에도 부산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즐겨 먹어왔던 조촐한 우리의 향토음식이 양곱창인 것이다. 찬 바람이 불면 자욱한 연기가 어지러운 양곱창집 목로에 앉아, 격의 없는 지인과 왁자지껄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는 곳, 양곱창집. 바로 부산의 소소한 풍경이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10-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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