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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6호 기획연재

신석기시대 사람들 부산 생활 흔적 찾아서

부산 나들이_⑩동삼동패총전시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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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삼동패총의 실제 퇴적층.


"동삼동 패총은 신석기시대 사람이 버린 각종 생활 쓰레기와 조개껍데기가 쌓여 무지를 이룬 것이다. 시기로 따지면 기원전 6천~1천500년 사이로 8천 년 세월이 쌓인 부산 생활사의 현장이다."

글·동길산 시인/사진·문진우

국가사적이 된 조개무덤
나는 좀 둔하다. 무얼 하나 제대로 아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조개무덤이 그런 경우다.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중학교 땐가 고교 때. 그리 어려운 말이 아닌데도 대학 들어가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이쯤 되면 좀 둔한 게 아니고 아주 둔하다. 내가 이해했던 조개무덤은 조개로 덮은 사람무덤. 망자를 조개껍질로 덮은 무덤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사람과는 무관했다. 선사시대 내다 버린 조개껍질과 생활 쓰레기가 차곡차곡 층을 이뤄서 무덤처럼 높아진 게 조개무덤이었다. 그게 뭐라고 그걸 아는 데 몇 년이나 걸렸는지 나도 참 어지간하다.

억울하단 생각은 든다. 뜻도 모른 채 학창 시절 그 귀한 몇 년을 그냥 보냈다. 그 귀한 몇 년을 그냥 보낸 이유는 둘이다. 하나는 이런 것쯤은 설명 안 해도 알겠지 싶어서 대충 넘어간 선생님 잘못이고 다른 하나는 조개무덤 유적지나 박물관 정보의 부족이다. 물론, 가장 큰 잘못은 모르면서 모르는 줄 몰랐던 내 아둔함이다. 


그러기에 동삼동패총전시관은 귀하다. 귀하고 귀하다. 패총(貝塚)은 조개무덤의 한자 표현. 인근 패총 유적지를 기념해 부산시가 2002년 영도 동삼동에 세운 전시관이다. 조개무덤이 뭔지, 역사는 어찌 되는지 하나에서 열까지, 처음에서 끝까지 미주알고주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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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삼동패총전시관은 유적지, 갈맷길과 인접해 볼거리가 풍성하다(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전시관 모습).


전시관·유적지 함께 자리해 인기
여기 패총전시관은 인기 만점이다. 코로나19가 번지기 이전에는 부산박물관 '시민 참여 박물관 투어' 필수 코스였다. 대연동 부산박물관을 출발해 임시수도기념관을 거쳐 패총전시관에 들렀다. 소규모라서 박물관 대신 전시관으로 불리지만 인기가 높은 건 코앞 유적지 덕분.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투어 안내자는 유적지를 전시관 으뜸으로 내세웠다. 

유적지가 있는 곳은 전시관 옆. 도로에서 보면 전시관 왼편이다. 넓고 편평한 터에 잔디를 심어서 초원처럼 보인다. 보기만 해도 평화롭다. 유적지 바로 앞은 갈맷빛 바다. 초원 보다가 바다를 보고, 바다를 보다가 초원을 보면 눈이 시원하다. 유적지 따라서 부산의 명품 갈맷길이 이어지므로 걷는 맛 또한 시원시원하다.

유적지는 현재 국가사적 제266호. 지자체 사적이 아니고 국가사적이다. 꽤 오래전인 1979년 지정했다. 국가에서 일찌감치 지정한 문화재인 만큼 동삼동 패총 유적에는 이야깃거리가 차고 넘친다. 신석기 유적이라서 해양도시 부산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꾼이라고 추켜세운들 누구 하나 토 달 사람이 없다. 

유적지를 발견한 때는 1929년. 동래고교 일본인 교사가 발견했다. 이듬해부터 발굴에 들어갔다. 전시관은 발굴 장면이 담긴 사진을 시기별로 전시한다. 1930년에 이어 1932년 부산고고회 발굴, 그리고 광복 이후인 1963년 시굴 조사, 1969년부터 3년간의 국립중앙박물관 발굴조사 과정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발굴 현장도 보여주지만 1930년대 영도도 보여준다. 지금도 그렇지만 역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그때 그 시절 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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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동물 뼈, 조개껍질 등으로 만든 생활 도구.


반만년 넘는 부산 생활사의 현장
부산은 대망의 2000년대를 앞두고 전면적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1999년 부산박물관에 이어 2004년부터 2015년까지 경성대박물관, 동아대박물관이 꾸준하고 면밀하게 발굴하고 조사했다. 부산시 발굴조사의 결실이 여기 동삼동패총전시관이다. 2002년 4월 24일 개관했으니 내년이면 20주년이 된다. 잔치라도 열어야 한다. 참고로 동삼동은 영도 동쪽의 세 마을. 상리, 중리, 하리를 말한다. 전시관과 유적지는 하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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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 어로활동을 보여주는 어패류와 바다 동물의 뼈.


'신석기시대 사람이 버린 각종 생활 쓰레기와 조개껍데기가 쌓여 무지(무더기로 쌓여 있는 더미)를 이룬 것.' 하리 유적지 안내판은 동삼동 패총의 내력을 밝힌다. 쉽게 말하면 그때는 쓰레기였지만 지금은 귀중한 유물이란 이야기다. 시대로 따지면 신석기이고 시기로 따지면 BC 6천 년과 BC 1천500년 사이다. BC 1천500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쌓인 무지들도 귀중한 유물이다. 그래서 동삼동 패총 유적지에는 길게 잡으면 8천 년 세월이 쌓였다. 반만년 넘는 부산 생활사의 현장이 여기고 여기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의 총화가 동삼동패총전시관이다.


불에 탄 조와 기장, 항아리무덤, 조몬토기와 흑요석제 석기. 동삼동 패총은 격이 높다. 학계에선 다들 인정하는 신석기시대 대표 유적이다. 패총만 유명한 게 아니고 주거지, 화덕자리 등등 당대의 생활상을 담은 대규모 복합유적은 '엄지 척'이다. 특히 불탄 조와 기장 등등은 동삼동 패총을 신석기 유적의 맨 앞에 세운다. 신석기시대 한반도에서 농경생활을 했으며 화식(火食)했다는 증명인 까닭이다. 항아리무덤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무덤. 일본 신석기 조몬토기와 일본 흑요석은 이때 이미 부산이 해양으로 나아가 일본과 교류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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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시대 대표 유물인 빗살무늬토기. 


실제 유물 만져 보세요
여기 전시관은 몸을 한껏 낮춰서 또 좋다.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낮춘 거겠지만 관람객 누구라도 여기서 발굴한 유물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 이런 박물관, 이런 전시관이 어디 있을까 싶다. 3단 서랍장 같은 데를 열면 어떤 서랍은 빗살무늬토기를 쑤욱 내밀고 어떤 서랍은 호랑이인지 고래인지 통뼈를 삐쭉 내민다. 다음 서랍은 무엇을 내밀까. 그런 궁금증이 전시관을 재미있게 하고 있어 보이게 한다. 

여기 전시관은 작은 편이다. 같은 층에 나란히 붙은 전시실 둘이 다다. 그러나 곰곰 들여다보면 속은 대단히 알차다. 신석기 빗살무늬토기를 서랍 열어 만져 보는 곳이 여기 말고 어디 있겠으며 호랑이인지 고래인지 통뼈를 만져 보는 곳도 여기다. 강풍 불어대고 파도 몰아치는 한바다에 맨몸으로 맞선 이들의 영혼을 달랬을 신앙관이며 물자 귀한 그 시절, 아이를 그냥 묻지 않고 항아리에 넣어서 묻은 아동 존중의 세계관을 보는 곳도 여기다. 


그렇긴 해도 여기 전시관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은 바다다. 바다는 신석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으니 왜 안 그렇겠는가. 전시관 나무계단에 앉아 바다를 본다. 조개껍질 묶어 그대의 목에 걸던 기억이 부표처럼 뜬 바다. 신석기 그때도 누군가는 조개껍질 목걸이를 그대의 목에 걸었고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이 어디쯤에서 바다를 봤으리라. 8천 년 세월을 사이에 두고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저 바다. 여전히 바람 불고 여전히 파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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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삼동패총전시관 외관.


· 홈페이지: museum.busan.go.kr/dongsam
· 문의: 051-403-1193
· 홈페이지서 온라인 예약 후 관람
· 가는 법: 도시철도 1호선 남포역 6번 출구 → 시내버스 8, 30, 190번 환승 → 해양대 입구 정류소 하차(부산시 영도구 태종로 729)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10-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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