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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마음까지 치료하는 것이 건강한 암 치료 시작

닥터B의 의학칼럼 / 암환자 정신건강
암 진단·치료로 불안·우울·공황 느끼는 환자 많아 … 전문의 도움으로 극복 가능

내용

요즘 방송국마다 다중인격, 대인기피증, 강박증 등 다양한 정신병리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인기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인들을 만나면 가끔 이러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필자가 '암센터'에 근무한다고 하면, 대부분 '암센터?' 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암센터에서는 신체적인 '암'을 치료할 뿐 아니라, 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를 돕고 있다.

여기에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이제 막 알게 된 환자, 암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암 치료가 끝나고 생존 단계에 들어갔지만 재발이나 전이에 대해 여전히 걱정하는 환자, 완치되기 어려운 암을 장기간 앓으면서 정서적인 도움이 필요한 환자, 또는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으로서 자신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보호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암 환자 우울증 치료에도 좋지 않아

암 환자는 몸이 아픈 사람인데 왜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가 필요한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암을 겪는 대상이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암 치료 과정에서 '걱정과 슬픔' 이라는 두 가지 정서를 함께 겪게 될 수 있다. 슬픔은 정신적 고통의 범위에서 어떻게 보면 가벼운 감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슬픔이 심해지면 마지막에는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평소에 하던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다. 무기력해지고 절망적인 느낌에 빠질 수도 있다. 식사나 수면과 집중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일상적인 일도 하지 못하고, 암 치료에도 방해를 주게 된다. 처음에는 정상 수준이었던 두려움과 걱정이 중증의 불안, 공황, 공포, 긴장 및 정신적 고통으로 번져갈 수도 있다. 심한 정신적 고통은 신체적 고통만큼 견디기가 어렵다. 잠을 못 자고, 식욕이 떨어지며, 안절부절 못하고, 겁에 질리고 짜증을 내게 된다. 예전에도 신경이 예민한 편이거나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암 투병 중에 심한 불안 증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문가의 도움, 즉 진료가 필요한 문제들은 매우 다양하다. 기존에 불안증을 안고 있던 사람이 암에 걸렸을 경우에는 암 때문에 갖게 되는 일반적인 부담에 정서적 괴로움이 가중될 수도 있다. 또한 원래부터 신경이 예민하고 불안과 두려움이 많은 편이라면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사별했거나 부모나 다른 가족이 암으로 사망했을 경우 암 진단을 받게 되면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자신도 같은 운명으로 고통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유명인이나 공적인 인물이 병에 걸리거나 사망하면 자신을 그들과 동일시하는 암 환자들은 더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제 환자들 중 일부가 배우 김자옥 씨가 대장암으로 사망했을 때 일시적으로 자신과 동일시해 새삼스럽게 자신의 질병과 죽음에 대해서 걱정하고 강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암 환자 1/3이상 정신적 고통 심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암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암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대조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과거 의료진들은 암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인식하지 못했다. 현재 의식 있는 의료진은 암 자체가 인간의 정서에 영향을 주고, 병기나 치료 등의 과정에서 인간이 받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추세다.

통계 조사에 의하면, 암센터에서 치료 받는 환자들 중 많게는 1/3 이상이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고 조사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 진료를 의뢰하는 환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암 환자라는 낙인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신의학적 문제를 둘러싼 낙인은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환자들은 자신이 미쳤다는 취급을 받을 것 같다, 암이 진짜 문제인데 심리적 도움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사가 자신을 너무 불평이 많은 환자로 생각할 것 같다, 가족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등의 이유로 정신과 진료를 거부한다. 또한 진료 후에도 자신은 정신병자가 아니라고 몇 차례 단언을 하거나, 여기서 치료 받을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라고 증상을 축소하거나, 약물 치료에 대해서 정신과 약물은 독하다던데, 먹으면 중독된다던데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태도들 때문에 환자들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그리고 의사들도 환자들의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진료 시간이 점점 짧아짐에 따라 의사들이 '암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물어볼 시간이 없어지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암 환자의 상황이 매우 다양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현재 상황, 마음 상태, 그리고 앞으로 환자에게 일어날 일들과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함께 의논할 수 있다. 실제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어떤 느낌, 기분을 경험했고, 현재 경험하고 있는지, 이것이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중등도의 우울, 불안, 불면, 건강에 대한 염려 등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피게 된다.

암의 정신적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타당한 방법은 없다. 환자 각자가 고유한 존재이며, 환자마다 자신의 경험치가 다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과거의 위기에서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있었던 대처방식을  암 치료에서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정신과 치료 꺼리지 말고 얘기해야

예를 들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도움이 될 때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 두렵고 심란한데, 일부러 '행복한 얼굴을 하도록' 자신에게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심리적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실제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 솔직하게 의사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도와줄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우울한 느낌이 든다고 하면 가족들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하게 된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고 싶다고 하면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 또는 부적절한 성격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될까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지금은 스스로 감정에 솔직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야 할 중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원래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성격의 환자라고 하더라도 암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사람들도 많고, 반대로 긍정적 태도가 암을 이겨내게 해 줄 것이라고 믿고 노력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결국 암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따라서 치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의료진 역시 환자들 각자의 대처 방식을 존중하고 지지해야 될 것이다. 자신의 기질, 타고난 대처방식이나 믿음에 따라 자신만의 편안한 수준을 유지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작성자
심인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작성일자
2015-03-0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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