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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사소한 술자리 시비가 전쟁 낼 뻔

이야기 한마당 - 러시아 장교와 일본 기생

내용

광복동거리에서 용두산을 향해 오른쪽 돌계단을 얼마간 따라 오르면 기원(棋院)과 자동야구장이 나타나면서 동광동쪽으로 내리는 길이 15m쯤의 경사진 좁은 골목길이 있다.

이 골목길 아래 끝자리 가까이에 3층으로 된 동현여관이 있고 이 여관에 이어진 아래는 2층의 목조집이 불탄 흔적이 보이며 단층이 되어 있고 그 아래 동광동과 광복동을 향한 골목길을 향해서는 찰리Ⅱ 바가 문을 열고 있다. 말하자면 불탄 폐옥을 정리하지 못한채 챨리Ⅱ 바가 들어서 있는 상태다.

이 자리, 그러니 동현여관에서 찰리Ⅱ 바까지 이어진 자리가 옛날 일본식 2층 목조건물로 된 경판정(京坂亭)이란 일본요정이었다. 이 요정에서 러시아 해군장교와 일본기생 사이 술자리의 사소한 시비로 러시아와 일본 사이 날카로운 대립으로 국제간의 마찰이 크게 일어날 뻔한 옛집 옛터다.

그 일이 1899년 7월11일의 일이고 보면 백년 하고도 3년을 더한 지난날이 된다. 그때 러시아는 부동항(不凍港)을 동아시아지역, 그 가운데도 부산항에 얻으려고 1888년 복병산(伏兵山 : 부산지방 기상청과 남성여고가 있는 산)을 측량까지 했으나 일본의 방해로 얻지 못하고 1895년에는 절영도(영도)에 조차지(租借地)를 얻으려 우리 정부에 교섭하고 있었으나 이 또한 일본의 갖은 방해로 좌절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의 1899년이라면 일본과 러시아는 상호간의 발전전략으로 갈등을 크게 빚고 있을 때가 된다. 그때 부산항으로 기항한 러시아군함 카이다마쯔크호에서 내린 해군장교 고리우바키스 대위가 경판정(京坂亭)에서 일본기생의 시중을 받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거나해진 러시아 해군장교와 일본기생 사이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손시늉 몸시늉을 하다가 일본기생이 고분고분하지 않다 하여 후려갈기게 되고 그를 말리는 종업원도 러시아장교가 후려갈기게 되었다.

그 광경에 놀란 같은 종업원 한사람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일본영사관으로 뛰어가서 고발을 했다. 영사관에서는 외무서기가 현장으로 왔다. 와서 보니 사건을 일으킨 러시아장교는 술에 취해 그랬는지 군복의 휘장과 모자를 떨어뜨린채 돌아간 뒤였다.

일본영사관 외무서기가 러시아장교에게 맞은 사람을 오라해서 그 상처를 보니 치료할 정도도 아닌 가벼운 것이었다. 그래서 술에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경판정의 일본사람도 영사관 사람도 대수롭지 않은 일을 가지고 떠벌릴 게 없다고 그 일은 일단락 된 양했다.

그런데 그 이튿날 일본의 전국 각지 신문에 그 사실이 엄청난 침소봉대(針小棒大)로 보도되었다.

“러시아 해군대위가 일본기생에게 정조를 강요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그를 말리는 종업원들까지 때려 눕혔고 그 난동을 뜯어말리려 온 일본경찰관에도 총으로 대항했다.…”

그렇게 과장된 기사였다. 이 기사에 일본 국민은 그들대로 흥분한 반면 러시아의 카이다마쯔크호 함장은 터무니없는 말로 사건을 날조하여 국가 체면을 손상시켰다고 일본영사관에 항의 비난하는 한편 서울에 주재하고 있는 러시아공사 웨베에게 악의(惡意)에 찬 의도적 조작이라고 보고했다.

일이 벌어지자 일본영사는 일본측 신문기사가 과장된 것이라 해명하고 러시아측에 사과를 하면서 정정기사를 신문에 싣게 됨으로써 일본국민도 그 흥분이 얼마간 누그러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부산에서 얻으려는 조차지가 일본의 책략적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할 때고 일본은 러시아의 남진(南進)을 극력 막고 있을 때가 되어 이 일이 감정적으로 계속되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이 일이 있고 5년 뒤에 러·일전쟁이 벌어져 일본은 러시아의 동아시아지역 진출을 막을 수 있었지만 그날 국제간의 불씨의 도화선이 될 뻔했던 경판정(京坂亭)은 위·아래를 합하면 330㎡이나 될 넓이에 여러 방을 가져 일본인 주거지 중심지에서 요정으로 번창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4년 전 2층에서 난 화재로 군데군데 남아 있는 초석위에 옛가옥 일부가 그날이 가진 토막진 역사를 묻고 있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2002년 3·4월호
작성일자
2013-03-1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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