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1515호 기획연재

“컴 인! 예술, 오래된 미래를 일깨우다”

와이드 앵글로 본 부산-문화공간 변신 부산진역

내용

전시장에 발을 디뎠다. 오래된 기차역에 만들어진 임시 미술전시장이다. 7년 전 여객기차가 정차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발길이 끊겨 수북한 먼지로 세월을 견디던 곳. 서울로, 강원도로, 전라도로 쉼 없이 승객을 실어 나르던 옛 기억만 간작한 채 늙어가던 곳, 부산진역이다.

잊혀졌던 기차역, 부산진역이 독일과 한국 젊은 작가들의 노력으로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부산시와 독일 함부르크시가 함께하는 ‘To begin is to be half done(시작이 반이다)-만남의 시작’ 문화교류행사가 스러져 가던 기차역에 새로운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

부산과 독일 함부르크의 예술가들이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부산진역을 새로운 미술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이 행사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원도심 재생을 위한 부산시와 독일 함부르크시와의 국제교류 사업으로 (사)다빈예술공간협회가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다. 부산과 독일의 작가들이 부산진역의 역사성을 담은 독특한 설치·미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독일 작가 11명은 1층을 맡았다. 사람의 발길이 사라진 부산진역의 고독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머리만 있는 유령이 그려진 거울은 지난 7년 동안의 쓸쓸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손몽주 작가의 ‘Come in(들어오세요)’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숙소로 쓰였던 한쪽 방 전체를 검정색 밴드로 이어 붙여 독특한 조형미를 선보인다. 줄과 줄 사이, 직선의 조형미 사이로 비치는 흰색 벽면이 마치 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마냥 묘하게 안쓰럽다.

옥상에도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김경화 작가가 맡은 옥상 작업은 (길냥이로 짐작되는) 고양이 60여 마리가 부산항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다. 길 잃은 고양이는 쓸쓸한 부산진역의 현재 모습인 것만 같다.

손몽주 ‘Come in’.

부산진역에서 출발하는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본 이들은 알 것이다. 한때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웃음과 얘기소리가 흘러넘쳤는지를. 얼마나 많은 이들의 역사가 녹슨 철로 위에 새겨져 있는지를….

부산진역이 기억 속에 품고 있을 옛 영화를 추억하며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순간,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가 들린다. 환청이다. 마지막 노랫말을 애써 떠올린다.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원도심 재생작업으로 새 생명을 얻은 부산진역도 영원할 것이다.

이번 국제교류전은 오는 10일까지 계속된다.

작성자
글·김영주/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12-03-0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15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