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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511호 기획연재

지하상가, 몇몇 공무원 묘안이 만든 큰 결실

부산시정 현대사 숨은 얘기를 찾다- 제1화·부산지하철 뚝심으로 뚫다⑩

내용

“부산지하철은 지형여건상 땅을 깊이 팠다. 지하철 공사하면서 깊게 판 땅을 그냥 되메우기 해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공사비도 줄이고, 지하공간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부산에도 지하상가 같은 ‘지하도시’를 만들자.”

부산지하철 1호선 공사가 한창이던 때 지하철 건설에 참여했던 부산시 공무원 몇사람이 아이디어를 냈다. 30여년 전의 일이다. 당시 부산지하철 건설본부장을 맡았던 임원재, 설계계장 이재오, 계획계장 조창국 씨 등이다.

부산은 그때만 해도 하루 벌어 먹고살기 팍팍한 ‘촌 도시’나 다름없었다. 지하공간을 개발해 점포를 넣고, 보행로로 삼으리라는 생각은 해내기 어려운 게 당시 현실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굴착한 땅을 되메우고, 차량을 소통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터였다.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부산의 간선도로는 출퇴근 시간은 물론 한낮에도 차들이 뒤엉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시민들의 민원과 아우성이 빗발쳤다. 그 긴박함 속에서 지하상가를 계획하는 것은 어쩌면 ‘엉뚱한 생각’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산의 지하상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30여년 전 공무원 몇사람의 아이디어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만들어졌다(사진은 부산 지하상가가 막 문을 열었을 당시인 1985년 7월 모습).

“여건은 긴박했지요. 그러나 사정이 아무리 급박하기로 판 땅을 되메우기 한 뒤에 다시 지하상가 필요성을 느껴 몇 년 뒤에 땅을 다시 파헤친다면 시민이 겪는 불편은 이중삼중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메우는 공사비에, 다시 파는 공사비도 어마어마할 것이고요. 그래서 좋다, 해보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지하철 건설업체를 찾아다니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부산의 가장 중심부에 속하는 남포·광복동 일대와 서면 일대 건설업체를 타깃으로 잡았다.

임원재·이재오 씨의 이야기다. “우선 건설업체에 지하철 공사와 병행해 지하상가를 건설토록 권유하고 설득할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몇 달에 걸쳐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타당성도 꼼꼼하게 되짚었습니다.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고 나선 바로 실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이 건설업체를 설득한 논리는 이렇다.

‘부산지하철 건설구조물은 지형여건상 심도가 매우 깊다. 지하철 구조물을 설치하고 나서도 구조물 상단면에서 도로 노면까지 깊이가 상당해 되메우기 하기 전에 지하상가를 만들 공간이 충분하다. 병행해서 건설하면 경제적인 효과도 많다. 공사를 하고 있는 당신네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지하철 상단부와 지하상가 하부 슬래브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고, 이미 터파기에 소요된 공사비도 부산시와 건설업체간에 분담할 수가 있어서 쌍방간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부산지하철은 실제 1호선을 건설하면서 땅을 깊이 팠다. 서면역의 경우 장래에 들어설 2호선 구조물을 먼저 건설한 뒤 그 위에 1호선 역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굴착 깊이가 30m나 될 정도였다. 최신 공법을 동원하고, 지상의 교통을 통제해가며 어렵게 판 땅을 무작정 되메우기 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이들을 움직였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건설업체들도 집요한 설득에 차츰 반응을 보여 왔다. 설득하는 논리도 탄탄했다. 무엇보다 공사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었다.

“그렇게 해서 당시 서면지역은 서면지하상가와 대현지하상가 구간의 건설업체인 공영토건에게, 남포동지역 상가구간은 롯데건설과 코오롱건설을 권유하고 설득해 지하상가를 짓자는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지하철 구조물 상부 굴착부분에 지하상가를 동시에 건설케 함으로써 수백억원의 건설비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로 붐비는 현재의 서면지하상가.

부산의 지하상가는 그렇게 지어졌다. 서면지역의 서면지하상가, 대현지하상가, 남포동 지역의 롯데지하상가, 코오롱지하상가가 그것이다. 지하상가가 가져다 준 것은 공사비 절감뿐만이 아니다. 중앙동에서 자갈치역까지 1천815m, 부전동역에서 대현지하상가를 거쳐 서면지하상가까지 1천27m 긴 지하구간은 넓은 보도까지 확보함으로써 또 다른 세계를 구축했다. 비가 올 때나 하절기, 동절기에 보행자들이 지하를 이용해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들 지하상가에는 1천여개의 점포가 들어서 부산시민의 삶터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부산시민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쇼핑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부산지하철 공사에 참여했던 부산시 공무원 몇사람의 적극적인 업무개발과 추진으로 얻어진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서면이나 남포·광복동에 지하상가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인파로 붐비는 이들 대도시 중심부에 만약 그때 지하공간을 개발하지 않았더라면, 지상의 차량흐름에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차량과 사람이 뒤섞여 나타나는 열악한 보행환경은 또 얼마나 큰 골칫거리일까?

작성자
박재관
작성일자
2012-02-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51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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