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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싱그러운 밥상, 봄나물 피어나다!

'묵자'의 Food Talking (13)

내용

싱그러운 밥상, 봄나물 피어나다!

어느 샌가 봄입니다. 봄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에서는 ‘고양이의 수염에서 나른한 졸음처럼 봄이 온다’고 노래합니다만. 묵자의 봄은 향긋한 밥상에서 옵니다. 정성껏 차려진 하얀 쌀밥과 향긋한 쑥국, 냉이나물, 달래 무침에서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맘때가 되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각종 영양소가 부족해지고, 춘곤증으로 나른해지면서 피곤해지기 일쑤입니다. 이럴 때 꼭 먹어줘야 할 음식이 있으니, 바로 봄나물입니다. 겨울철 잃었던 입맛을 북돋아주고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는 봄나물. 산이나 들에 자라나는 씀바귀, 쇠비름, 냉이, 달래 나물은 나른해지기 쉬운 이맘 때, 입맛을 되찾아주고 기력을 북돋아주는데요. 싱그러운 밥상, 봄나물의 향연 속으로 묵자와 함께 떠나보시죠~!!!


봄나물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맛깔스럽게 차린 밥상.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을 찾기 위해 며칠을 고심했는데요. 그러다 알게 된 곳이, 한정식 ‘정림’입니다. 동래역에서 동래 재래시장 쭉 걸어가다 보면 우리 은행 맞은편에 ‘정림’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도심 한가운데, 아담하게 자리한 한옥 집. 도심 속 바쁜 걸음을 옮기는 이들에게 들어오라 손짓하는 듯합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 한옥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선 왠지 우리 고유의 맛있는 이야기가 쏟아질 거 같습니다…

정림이 주는 첫인상. 어린시절, 할머니에게서 듣던 옛 이야기처럼 구수하게 다가옵니다. 가게 한쪽엔 아담한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정자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이 살랑대는 봄바람을 따라 딸랑땅랑 소리를 냅니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마당을 기웃거려보는데요. 마당 한 편에 자리한 장독에 발길이 옮겨집니다. 저 항아리엔 무엇이 있을까… 수리수리 마수리~ 램프의 요정 ‘지니’가 나타나 무언가 맛있는 전설을 들려줄 거 같은데요. 항아리에 숨겨진 맛있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마당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정림’의 주인장과 마주쳤습니다.

 

항아리에 무엇이 있습니까… 여쭤보니, 주인장이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 달래식초, 오디식초 등등 온갖 양념들이 장독 속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뚜껑을 열 때마다 맛있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거 같은데요. “얼른 와서 산야초즙 한번 맛보세요~” 개량한복을 입은 주인장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손짓합니다.

산과 들에 자라나는 생명력 질긴 풀로 만들었다는 산야초 즙. 어떤 맛일까… 살짝 맛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혀끝을 자극합니다. 산야초를 캐러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쏘다닌다는 주인장 정영숙씨. 그녀는 음식문화 개선 유공자로, 국무총리 정부 포상까지 받은 산야초 예찬가이며, 약초양념연구원장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뉴욕 등 각종 해외에 약선요리를 전파하며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2005년 대만에서 열린 세계 약선요리 건강토론회에서는 명인보다 높은 ‘대사부’ 호칭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또, 이곳 ‘정림’은 APEC 정상회의에 찾아온 국내외 손님들에게 추천하는 'APEC 음식점‘으로 선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대사부’ 또는 ‘장금이’로 통하는 주인장, 정영숙씨의 봄 밥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봄나물 밥상’이라 이름 붙여진 밥상에는 봄나물 위주로 상이 차려졌습니다. 손님들에게 1만7천원에서 3만5천원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봄나물 밥상’. 제일 먼저, 차려진 건 바로, 산야초 샐러드입니다. 산과 들에 핀 산야초를 생으로 뜯어 산야초즙에 솔솔솔 묻혔다는 산야초 샐러드. 싱그러운 초록빛이 보기만 해도 맛깔스럽죠. 쌉싸름한 맛이 날 거 같은데… 먹어보니, 상큼한 것이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줍니다.

생명력 넘치는 봄철 나물들이 정성스럽게 장만되어 거하게 차려지는데요. 이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바로 요 봄나물 무침입니다. 비름, 머위, 씀바귀, 시금치, 달맞이, 냉이 등의 봄나물이 저마다의 특징을 살려 제각각 산야초즙으로 무쳐졌습니다. 여느 산나물과는 사뭇 다른 맛으로, 봄나물 제각각의 맛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산야초즙에 살짝 버무려진 봄나물은 고소하면서도 향긋하고 향긋하면서도 쌉싸름한 저마다의 향기를 내는데요. 먹을 때마다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봄나물의 향긋한 향내에 취해 콧노래가 저절로 흥얼흥얼 거려지는데… 여기에 봄나물 튀김을 이 집만의 특제소스에 살짝 찍어 먹어보면 바삭하면서 고소한 맛에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됩니다. 달래전이나, 쑥전, 파래 전 등 다양한 봄나물전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특미 중의 특미입니다.

깻잎위에 얇은 오징어를 저며 올리고, 그 위에 삭힌 오디를 올린 이번 요리는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아삭하고 상큼한 맛을 내는데요. 아울러, 주인장이 추천하는 ‘버섯탕수’까지 그만입니다. 나무랄 것 없는 진수성찬이지만, 살짝 단점을 꼬집자면 양념장이 전체적으로 단맛이 강한 편입니다.

여름 더위를 물리쳐 주는 씀바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각종 세균을 살균해준다는 쑥, 알레기성 비염치료제로 새롭게 각광받는 머위, 스트레스를 달래주는 달래 등등 봄철 봄나물들의 효능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여러분이 잘 아실 겁니다. 면역력을 길러주고 싱싱한 생명력을 가진 봄철 나물.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을 맛보니 몸이 건강해지는 듯 한데요.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는 묵자의 말에, “약선이 약을 써서 약선이 아니라,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이 모두 약상입니다. 이는 곧 밥상이 약상이니… 우리가 밥 차리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건강하게 우리의 밥상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후손이,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요즘 젊은 엄마들은 우리의 음식을 대충 만들어 먹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집집마다 항아리를 만들어 하나하나 관리를 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는 사장님의 말씀에서 우리 음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철학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밥상’에 열 올리는 사장님 손을 자세히 보니, 산과 들에 쏘다녀서 그런지… 산야초즙을 만든 손이라 그런지… 손이 퉁퉁 부어 있습니다. “산과 들로 쏘다니며 이렇게 산야초즙을 만들려면 힘드실 거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에, “어릴 적 부모님께서 과수원을 했던 터라 철이면 철마다 산이나 들로 쏘다니며 그곳에 피는 열매나 풀을 뜯어 식초나 즙을 만들어 먹었어요. 7남매 중 셋째인데 어머니께서 우리 땅에서 자란 음식을 늘 해주셨기에, 저는 당연히 그래야 되는 줄 알았죠. 그때 만들었던 모든 음식들이 지금 저의 뿌리가 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에게 배웠던 산야초즙을 다시 만들고, 우리 문헌을 찾아 공부하고 재연하며 천연소재 양념장이라는 분야를 스스로 개척한 주인장. 천연소재를 직접 연구하고 이를 양념으로 적극 활용해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데요. ‘우리 음식’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확고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제대로 된 약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정성껏 차린 밥상이 약상이다”는 사장님 말씀이 자꾸만 맴도는데요. 우리 집, 밥상은 건강할까… 정성껏 차린 건강한 밥상을 만들고 있는 건지… 자신을 돌아보며 왠지 모르게 숙연해집니다. 제대로 된 ‘밥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정림이 주는 귀한 선물입니다. 정림 051)552-1211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3-2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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