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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미역, 대게, 다시마의 천국, 기장시장으로 오이소"

마트댁의 전통시장 나들이 ③

내용

마트댁은 사실 의심 많고 쫀쫀한 구석이 있는 A형이다. 특히 먹는 것에 있어서는 유별나다. 어디서 뭔가를 사 먹을 때는 중국산은 아닌지, 혹시 인공색소가 들어간 저질 음식은 아닌지 먹으면서도 가끔 눈꼬리를 치켜뜬다.

그래서인지 외식을 나가면 다른 사람들의 밥상에는 오르지 않는데, 꼭 마트댁의 밥 속에는 머리카락, 벌레, 형체를 알 수 없는 외계물체 등이 자주 발견된다. ‘쩝…’이다.

그런 마트댁인지라 임신기간 동안에는 어떠했는지 안 봐도 눈에 훤한 일 아니겠는가.

한 예로 출산을 앞두고 산모 미역을 사기 위해 부산 기장까지 온 적이 있다.(당시엔 부산시민이 아니었다) 유통에서 속임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삐딱한 생각 때문에 오리지날은 오리지날에 와서 사야된다는 주의다.

추운 겨울날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며 먼 길 차를 타고 도착한 기장. 차에서 내린 이름 모를 어느 작은 어촌에는 빨랫줄에 빨래 내걸 듯 미역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마트댁의 기억 속에 기장하면 역시 미역! 미역이다.

두근두근.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처음 방문하는 기장시장.

‘네비’ 님께 길을 물어 45분쯤 내달렸을까. 분홍색 건물을 발견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도 대체적으로 주차시설을 완비하고 있어 물건 사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차에서 내리니 바닷내음이 물씬 느껴진다. 히야, 기장이다. 이 얼마 만에 맡아보는 바다 냄샌가.

그런데 아, 오늘도 실수했다.

전통시장 방문하기에는 다소 힘든 복장. 그날도 마트댁은 얇은 치마에 ‘또각또각’ 하이힐 구두굽 소리를 리듬삼아 싸돌아다니다 늦겨울 바닷바람을 심하게 맞았더랬다. 그 뒤로~ 켁켁켁. 며칠간 감기몸살로 앓아누웠더랬다. 앞으로 전통시장 나들이 하실 땐 꼭 따뜻하고 간소한 복장으로 쇼핑하시길^^

기장시장은 크게 건물 안에 자리잡은 가게와 길목에 펼쳐진 좌판으로 나눠져 있다. 그리고 구역별로는 기장시장 입구에서 해산물(생물), 채소, 젓갈, 반찬가게 등이 자리잡고 안쪽으로 대게식당들이 위치해 있다.

먼저 건물 안부터 구경했다. 1층은 횟집이 주를 이루고 2층은 미역과 멸치 등 건어물 파는 가게 등이 주류다.

붕장어, 광어, 우럭, 돔, 농어, 참가자미…. 마트댁은 처음 보는 ‘개상어’까지. 개상언지 괴상언지 불분명해 어느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정확한 한글표기에는 자신 없어 하신다.

네이버 어학사전을 뒤져보니 나오는 건 개상어. 「까치상엇과의 바닷물고기. 습성과 용도는 별상어와 비슷하나 몸 뒤쪽이 가늘고 등 쪽에 흰색 반점이 없다. 한국, 일본,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분포한다.」고 한다.

마트댁이 신기해 이것저것 물으니 한 성격하시는 이모께서, “아, 바빠. 빨리 찍어” 하시곤, 슥삭슥삭 회를 썰어 도시락에 담아 손님에게 건낸다. 전통시장 다니다보면 목소리 크신 분들 제법 많다. 수족관 구경은 이만 접고 얼른 자리를 옮겨야지.

2층에는 산모들이 애 낳고 몇 달씩 두고 먹는다는 ‘산모미역’이 즐비해있다. 역시나 기장은 미역이다. 깨끗하고 맛 좋고 영양가도 듬뿍. 그래서 마트댁 같은 새댁들이 집집마다 기장표 미역을 찾다보니 덕분에 택배 기사분들도 바쁘시다.

기장 미역과 세트? 아니 이를 능가할만한 놈이 있다. 바로 기장멸치다.

특히나 기장멸치는 말려서 따로 판매하고 있는데 젓갈에 넣어도, 국물 다시용으로 넣어도 맛의 변함이 없다는 게 이쪽 관계자들의 말이다.

마트에서 파는 평범한 마른 멸치들과는 그 위용부터 다르다. 말라도 폼새가 난다.

사실 기장멸치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을 만큼 기장이 자랑하는 특산물이다. 봄이면 대변항에 고소하고 통통한 기장 멸치를 맛보기 위해 식객들이 몰리기도 한다. 축제추진위에 따르면 올해 기장멸치축제에 40만명 정도의 인파를 예상하고 있단다.

마트댁도 시댁 어르신들 따라 기장 멸치회를 맛 본 적이 있다. 새콤달콤매콤한 초장에 야채를 넣고 멸치를 버무리면, ‘아사삭~’하는 상큼한 내음과 함께 고소한 멸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입에 ‘꿀~꺽’이다. 처음 기장멸치회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맛일지 모르겠지만 도전해보시라. 어쩌면 멸치회 마니아가 될지 모른다.  

멸치자랑에 취해 한참을 구경하다 건물 밖 좌판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전통시장 구경은 역시 노점상이 ‘맛’이다.

들어나 봤나, 곰장어묵? 고래고기, 상어투투…. 한국어 모르는 외국인이 봤으면 떡인 줄 알았을테다.

이것은 박쥐인가?

아니다, 앗싸, ‘가오리’다. 가오리의 벗은 모습은 영락없는 박쥐 같고,

통통하게 배가 불러 있는 복어의 모습은 내가 아는 모모씨랑 닮아 있다.

서른 후반을 후딱 지나 몇 밤 지나면 마흔이 될지 모르는 마트댁도, 아직 먹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귀한 생물 구경에 신기하기만 하다.    

가는 길마다 지긋하신 이모들께서 “새댁, 여기 사진 찍어” “이거 가지고 가” 연신 마트댁을 불러댄다. 우리 신랑 머리보다 더 큰 문어를 한 손으로 휘어잡고 포즈도 취해주신다.

“기장시장에 오면 이래 싱싱한 미역을 싼 값에 사가실 수 있습니대이. 많이 오이소.”

30년 이상 기장 시장 바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해 오셨다는 할머님. 아직도 쌀쌀한 바람에 춥지 않냐는 질문에, “아이고, 겨울에는 이것보다 훨씬 추웠는데, 인자 봄인기라”며 좋아하신다.

인생의 수십년을 한 자리에서 일해오신 이모님, 할머님들끼리는 가족과 다름없다. 반찬을 나눠드시기도 하고 가게를 봐주시도 하고 쌈지돈을 꿔가기도 한다.

봄이 온다. 시장에서 일을 하시는 모습에서, 말에서, 마음에서 봄이 느껴진다. 훈훈한 바람이 시장통으로 불어온다.

 

“부산하면 자갈치시장인줄 알지예, 아입니대이~. 기장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또 다른 수산물 종합 시장입니더.”

이 날 종일 마트댁의 가방을 들어주시며 에스코트(?) 해주신 상가번영회 정영태 이사님. 1944년 개장, 67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역사와, 미역이나 대게를 사러 전국에서 몰려든  손님들 덕분에 최근 보기 드문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 시장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신다.

그렇다. 자갈치가 부산을 대표하는 종합수산물시장이라면, 기장은 미역, 다시마, 대게로 특화되는 대표적 특산품 수산시장이다.

시장 한 켠에서 만난 또 다른 상인 한분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신다.

자갈치에서 오래 가게를 운영하다 기장으로 옮겨오셨단다. 말하자면 자갈치에서 노하우를 얻어 기장에 2호점을 내신 것. 살짝 귀띔하시기로는 시장바닥 텃새도 시장 경험과 노하우로 견뎌낼 수 있다고.

그 말씀 들으니 새삼 또 느껴진다. 세상에 발 딛고 있는 모든 동물들이 경쟁과 텃새, 이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사실 말이다…. 시장에서 또 하나 얻는다.  

장을 보고나면 언제나 출출하다. 맨 마지막 코스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렇다. 당연히 달콤하고 짭조름하고 입맛 돋는 주전부리. 불기운이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오늘의 간식은 호떡을 추천한다.

 

처음이었다.

기장시장을 어슬렁거리다 인근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려던 순간, 붉은색 전구빛으로 물든, 장터가 파하는 시간을 본 것은.

하늘을 향해 두팔을 크게 벌리고 있던 파라솔이 차례대로 접히고, 힘차보이던 상인들에게서도 하루의 노곤함이 뚝뚝 묻어난다.

‘아, 하루가 끝나는 구나.’

새벽 6시에 시작해 8시가 지나서야 끝나는 고된 시장의 하루.

이래서 시장에 오면 나는 배운다. 다른 사람들의 삶 앞에 숙연해질 줄 알고, 제멋대로 요동치는 내 일상의 감정도 누를 수 있게 된다.

밝고 인정 많고 웃음 많은 부산사람들의 시장. 기장시장의 하루가 그렇게 저문다.

작성자
감현주
작성일자
2011-03-2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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