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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동래동물원 가는 길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기 (16)

내용

주말, 동물원 가는 길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모처럼, 단수(장롱) 속에서 잠자던 낡은 양복을 차려 입은 아버지, 평소엔 화장도 안하시던 어머니의 화장 시간은 왜 또 그렇게 길었던지... 온 가족이 동물원 가는 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설랬다.

동물원 가는 길은 금강원 입구 망미루를 통해서 가든지, 아니면 식물원에서 금강사 앞을 지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엔 길이 있고 길은 막힌 듯 연결되어 있다. 동래별장 주변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동래동물원에 닿는 재미를 발견한다.

동래별장 담장은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캔버스 같다. 돌의 색과 모양이 따뜻하다.

저녁 놀 비친 동래별장 뒷마당 정자. 아직 저녁시간이 아니라 조용하고 한가하다.

동래별장은 한 때, 기생(妓生)들이 나오는 고급요정으로 유명했다. 일본인이 지은 별장으로 해방 후에는 미 군정청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정원 덕분에 결혼식 장소로 많이 애용되고 있으며, 궁중요리가 나오는 정통 한식당으로 유명하다. 우리 음식의 한류 열풍 진원지가 부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건물 옆에 현대식으로 지은 송향(松香)이라는 건물은 300년이 넘는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지붕을 관통해서 지었다. 전통과 멋을 이어가는 마음은 바로 이런 데서 출발하지 않을까 싶다.

동래별장 뒷골목은 온천장 일대의 번화함과는 달리 아직도 옛 모습들이 많다. 녹슬고 빛바랜 철 대문, 보루꾸(구멍 뚫린 시멘트 벽돌) 담벽... 구불구불한 골목 안을 걷다보면 서민의 정서가 담긴 정겨운 메시지들도 가끔 눈에 띈다.

벽에 동물원 가는 길을 표시해 놓았다. 척 봐도 오래된 자태다. ‘6통 정화위원회’라... 5공 때 붙였나?

바로 옆에 숙희 미용실에 들어가 물어본다. 골목 안에 있는 작은 동네 미용실이다. 마침 동네 아주머니들이 머리를 하면서 한창 수다중이다.^^

“20년도 더 됐지예. 우리가 여(여기) 이사 온 지 20년 됐는데, 그때도 붙어있던데예. 이 길로도 금강원 가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예.”

골목길은 ‘우장춘로’로 연결된다. 동물원 가는 길에 쏠쏠한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다.

동래금강동물원은 2002년에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동물원이었다. 지금도 철문이 굳게 닫혀져 있다.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정면 통과할 수 없다면 “우회 통과!”^^

동물원은 정글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크고 좋은 나무들도 많고, 옛길들이 아직 남아 있어서 군데군데 호젓한 산책길 느낌이다.

코끼리가 살던 곳이다. 이 자리에서 코끼리에게 과자를 주던 아이는 벌써 40대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코끼리가 거닐던 마당은 텃밭으로 변했다. 물개와 함께 가장 있기 있던 코끼리. 지금은 대전동물원에서 잘 살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호랑이가 살던 곳. 어릴 땐 그렇게 커 보이더니, 호랑이 떠난 골에 까마귀 소리만 가득하다.

인간들이 동물원을 만든 중요한 목적은 무엇일까? 최초의 동물원은 기원전 2,000년에 메소포타미아의 슐기아 왕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처음엔 부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동물원의 교육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이 점차 강화되었다.

그러나 동물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본래적인 야성(野性)의 구속이며, 자연으로부터의 격리이자 길들여짐이다. 동물원의 교육적 기능을 말할 수 있으려면 동물들의 가장 자연스런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원래 서식지와 흡사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최대 급선무이며 동물원 시설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늑대가 살던 곳으로 기억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부산에는 국내 최초의 도보형 사파리 테마파크인 더 파크(THE PARK)가 옛 성지곡동물원 자리에 만들어지고 있다. 호랑이를 주 테마로 하여 108종, 650여 마리의 동물들을 관람객들이 걸어 다니면서 보고, 직접 먹이도 주면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기장에는 국내 최대의 사파리형 나비생태공원도 만들어지고 있다. 가족이 함께 나들이 나갈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좋다.

나무에 꽃눈들은 하루가 다르게 탱탱하게 살이 오른다. 나무들의 물빛도 화사하다.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봄 마중하려는 마음들이 분주해질 때다. 부산의 테마파크들이 어서 문을 열고 아이들과 시민들을 반갑게 반겨주기를 기대해 본다.

작성자
원성만
작성일자
2011-02-2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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