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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신평공단 열 받았나? 스팀 하얗게 올라오네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기 ⑧

내용

살을 에는 추위는 텅 빈 골목으로 인해 더 춥게 느껴진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추위는 대화마저 꽁꽁 얼렸다. 마을 골목길처럼 서로 웃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단 말이다. 한낮의 공장 골목은 그야말로 휑하다. ㅠㅠ

으아~ 오늘 추위 장난 아니네.

그렇지만 공장 안은 전혀 다르다. 동장군(冬將軍)의 매서운 기세도 이들 앞에선 어쩔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는 힘. 골목 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이 느껴진다. 쿵쿵거리는 기계음은 그들의 맥박이며, 공장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그들의 숨결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인간의 역사는 ‘일하는 사람들’의 역사이지 않은가.

운동장을 밝히는 거대한 조명탑을 만들어 운반하고 있다.

대형 저장고 덮개를 손질하고 있다.


신평공단은 부산의 ‘산업 심장’. 총면적 885,248㎡, 160여개 업체에 5,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금속과 섬유, 의복이 주력업종이다.

공단하면 굴뚝에서 연기 펄펄 올라오는 사진이 역시 제격. 연기가 많이 나는 쪽으로 간다. 허걱! 골목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연기 진짜 많이 난다. 게다가 분진, 소음도 적지 않다. 잠깐 사이에 눈이 따갑다. 염색공장과 제강업체가 모여 있는 지역이다. 공장에서 나온 온수를 모아놓은 저장탱크에서도 마치 온천물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뜨끈한 온천욕 생각 간절하다.^^;;

공장 건물이 안 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처럼 증기가 나오고 있다.

비행기 스팀 세차?



아니나 다를까. 이처럼 신평공단에 넘쳐나는 증기(폐열)를 인근 아파트 단지에 공급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부산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옛 염색공업협동조합)은 공단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인근 하단동과 신평동 일대 아파트 4개 단지 5천178가구에 공급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단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주민들은 연간 13억원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고, 조합도 폐열을 판매해 연간 19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단다. 이를 일러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줍고, 꿩 먹고 알 먹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一擧兩得에 sweep yard and pick up money, one stone two bird, 윈-윈” 이라 하는가. 그런데 문제는 시설을 바꾸는 일이다. 돈이 솔찮이 든단다.
 


사실상 그동안 이 지역은 악취·오염 등 환경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염색, 섬유 공장이 밀집한 골목길을 걸으면 연신 코를 막아야 한다. 눈도 따갑다. 이런 환경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근로자,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고통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지금 신평공단은 친환경 생태산업단지(EIP·Eco-Industrial Park)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EIP 사업을 추진할 에코(Eco) 사업단이 꾸려져 있는 상태다. 2015년 5월까지 5년간 8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폐자원순환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업용수 재이용 기술, 분진 및 슬래그 재활용, 폐열 교환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기업들이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생산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폐자원 순환 재활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이 생산만 하고 이익만 추구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며 지역사회도 돌봐야 한다. 사실상 EU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환경 유해 물질에 대한 국제 기준을 엄격히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고 선박이고 이 기준에 못 맞추면 앞으로 수출이 힘들어진다. 예전처럼 당장의 개발과 생산에만 급급해서 환경 문제를 뒷전으로 돌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상식적으로도, 공장을 돌리기 위해 공기와 물을 오염시켰으면 기업 이윤을 공기 질 개선과 오염 치유에 쓰는 것이 도리 아닌가. 자연생태환경은 어느 누구도 사사로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공물(公物)이다. 그러기에 환경을 지키는데 투자하는 일은 비용이 아니라 우리는 물론 후손들의 건강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절박한 의무다.
 


여기서 문제 하나. 이 사진 유심히 보시라. 신평공단과 주거단지 사이 상가 쪽이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으신가? 

와우~ 예리하신 당신은 사하구 주민? 우후훗!

그렇다. ‘푸른산 컴퓨터’ 앞에만 나무가 멀쩡하고 그 옆으론 가로수가 전멸이다.
묘하구나! 가게 이름이 ‘푸른산’이라서 거기만 나무가 잘 자라나?
어느 가난한 시인이 엄동설한 너무 추워서 땔감으로 베어갔나?
외계인이 식물채집으로 가져갔나?

“가로수 있던 자리 흙을 파서 분석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야!”
어허, 영험하기로 소문난 처녀애기보살의 천기누설! 염전 지역도 아닌데 소금이 검출될 것이란다.

인도가 좁긴 하지만, 그래도 가로수가 너무 미워 아침저녁 몰래 소금 뿌려댄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_-;

작성자
원성만
작성일자
2010-12-2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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