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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그는 명예퇴임 따른 인터뷰도 거절했다

내용

부산시보 12.1일자 5면엔 며칠 전 명예퇴임한 배영길 전 행정부시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는 30여년의 공직생활을 접고 ‘무보수 봉사’의 길로 들어선, 잔잔한 화제의 인물이었지요.

배영길(57·사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그러나, 기사에 썼듯 그와의 인터뷰는 실패했습니다. 인터뷰를 가질 꼬투리는 미리  마련해 둔 상태였습니다. 그가 퇴임식을 갖기 전날, 남은 짐을 챙기던 그와 한 시간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때, “저쪽 취임식 마치는 대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못질을 했었지요.

부산시에 근무하며 느꼈던 몇 가지 소회, 지난 2003년 8월 돌아가신 안상영 시장님 모시고 평양 갔을 때(당시 그는 행정관리국장) 모든 일정 잘 끝내고 숙소인 양각도호텔 43층 스카이라운지에서 가볍게 칵테일 나눈 기억도 떠올렸지요. 그러고도 인터뷰를 갖질 못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장 취임식을 마친 이튿날, 전화 드렸을 때 일입니다. “지금 어디 계시냐? 인터뷰를 좀 해야겠다”. 그의 반응은 완강했습니다. “내가 뭘 했다고 인터뷰를 다 하냐. 못하겠다”, 계속 “시간을 내라”고 설득했더니 그의 마지막 말은 “아, 내가 뭐 잘났다고 인터뷰 같은 걸 다 하냐. 못하겠다. 앱서루틀리(Absolutely)!”, 그 인터뷰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퇴임 기사 한 줄을 쓰지 않을 순 없는 일이었습니다. 미리 받아둔 퇴임사를 살펴볼 밖에요. 실상 그는 직접 쓴 퇴임사를 꺼내 보이며, “내 마음 닿는 대로 썼다. 혹 빠트린 부분이나 조직에 누가 될 표현이 있는지 좀 봐 달라”고 얘기를 꺼내더군요. 그 퇴임사 더하고 뺄 것도 없었습니다. 정말 그의 마음 흐르는 대로 쓴, 진솔한 퇴임사이더군요.

근데 지난 주말 언듯 페이스북 들여다보니, 청내 어느 분 올린 담벼락 글 한 토막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의 환송연 자리에서 배영길, 그가 꺼집어낸 소회 한 꼭지입니다. “인생에 있어 때로 걸치는 수를 둘 수도, 날일자 수를 둘 수도, 어쩔 수 없이 빈삼각 수를 택할 쑤도 있다. 다만 나아갈 길은 하나, 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는 바둑의 수를 예 들어 살아가는 이치를 설명하더랍니다. 듣는 이들은 새 인생을 당당하게 내딛는 모양새에 뜨거운 응원을 보냈답니다.

당연히, 이 구절 인터뷰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확보해 둔 퇴임사가 있으니 그의 생각을 간취하기엔 큰 어려움 없었습니다. 아, 글 쓰는 이가 “이 인터뷰 실패했다, 그가 한사코 거절하므로. 그래서 퇴임사 보고 썼다”고 밝히고 나서는데, 누가 뭐라겠습니까?

작성자
차용범
작성일자
2010-12-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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