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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천마(天馬)의 등에 올라 마추픽추를 바라보다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기 ④

내용


천마의 등에 올라 마추픽추를 바라보다

한국의 마추픽추,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태극도 마을 맞은편 산마루다. 오른쪽으론 산토리니, 왼편으론 감천화력발전소와 감천항이 보인다. 이곳에 서기 위해서는 고개를 하나 넘어와야 한다. 대티고개처럼 그렇게 완만한 고개도 아니다. 버스나 승용차도 숨을 몰아쉴 정도로 가파르다. 까치도 힘겹게 넘는다고 ‘까치고개’일까? 처음 이 고개를 접하면 ‘아찔하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다. 그러니 사람 사는 집들도, 골목도, 마을도 비탈지고 가파를 수밖에 없다. 골목과 집들은 천마산(天馬山) 등성이를 따라 무늬를 이루고 있다. 마치 천마(天馬)를 덮고 있는 철갑인 듯하다. 그렇다면 천마(天馬)는 마을과 사람들의 꿈을 태우고 어디로 달려가고 싶은 것일까?


천마산을 감싼 마을, 감천 2동

이곳에서 골목길을 어슬렁거리기 위해서는 다리 힘이 무척 좋아야 할 듯하다. 마을 맨 위 임도로 보이는 곳에서 골목길을 따라 감천고개 쪽으로 내려가는데도 다리가 잠시 후들거린다. 돌아서서 내려오던 길을 올려다보니 “이 길을 어떻게 다시 올라오나” 싶다. 마을 사람들은 아침저녁으로 이 골목길을 오르내릴 것이다. 골목길에는 오가는 사람 없이 너무도 조용하다. 학교를 마치고 늦은 귀가를 하는 아이 두셋이 재잘대며 골목길 안으로 사라질 뿐.

골목길에서 나와 감천고개 대로변에 서니 차와 사람이 붐빈다. 17번 버스 종점이나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로변 가게나 ‘감천2동 시장’에서 물건과 찬거리를 사서 산토리니 언덕이나 천마산 등성이 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총총히 올라 갈 것이다.


감천 2동 시장 할머니들의 연평도 포격 성토

감천2동 시장은 작고 어둡지만 깨끗하다. 밑반찬을 파는 가게에서 할머니 세 분이 TV를 보며 연신 “저 봐라. 아직도 연기가 풀풀 나고... 전쟁 나는 거 아이가?” 하신다. 무슨 일이냐고 여쭈니 “북한 놈들이 우리 군대에 포탄을 수십 발이나 쏘아가꼬 우리 군인이 한 명 죽고, 10명이나 다다 안카나. 우짜겠노, 저걸.”

“연평도 주민들도 다 피난 나왔다고 하는데, 전쟁 나면 우짜노 응?”

“북한이 중국하고 더 가까버졌다고, 전 때보다 더 가까버졌다고 난린데 그래서 저라나?”

TV에선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다는 긴급 소식을 전하고 있다. 화면 가득 검은 연기가 피어난다. 할머니들의 성토와 토론 못지않게 사태가 심상찮아 보인다.

“나라에서 잘 대처 안하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지켜보는데 (북한도) 함부로 못할낀데예.” 할머니들을 안심시켜 드리려고 꺼낸 말에 할머니들은 이미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인생 경험으로 아시는 양 사진 포즈까지 취해 주신다.

방송에선 전군에 ‘진돗개 하나’가 떨어졌다 한다. 전면전 돌입 직전 상황이다. 여유롭게 어슬렁거릴 상황이 아닌 듯하다. 왔던 길을 돌아가는데 그냥 갈 수가 없다. ‘앵두’가 골목길을 막고 자꾸 바짓가랑이를 당기며 반긴다. 앵두는 아기 이름이다. 아기(요즘 교양인들은 강아지를  ‘아기’라 부른단다. 동물병원에서  ‘개’라고 했다가 화성인 취급당한 경험이 아직도 쓰리다)를 데리고 바람 쐬러 나오신 어르신은 이 골목에서 50년을 사셨다.

오래도록 머물며 살 수 있는 마을을 꿈구며

“젊을 때 충북 음성서 왔는데 없는 사람들은 여기도 살만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 내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땐 저 고개(까치고개)를 넘어서 걸어왔다 갔다 했는데 지금은 버스도 들어오지. 그땐 저 밑이(감천고개 도로) 전부 자갈길이었지.

이쪽 삐알은 물이 귀해서 저 밑(17번 종점 쪽)에까지 가서 물을 져다가 하루를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수돗물 잘 나오지. 여기도 살만하지.”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담담하게 말씀하시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물지게 지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내리고, 매일같이 까치고개를 넘어 시내까지 오간다는 것이 예삿일은 아니다. “청춘을 여기서 다 보내셨네요.”라고 하니 고생스런 옛일들이 회상되시는지 “여기서 애들 다 키우고, 지금은 다 서울 가서 살고 있어요. 여긴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많아. 빈 집도 많고,,, 이 집도 빈 집이지. 저 집도 빈 집이지.” 라고 하신다.

노인 보행 환경 살피는 생활복지 필요

어르신은 국유지를 불하받았지만 빈 집들은 국유지 위에 지은 집이라 마음대로 고치지도 못한단다. 이곳엔 차가 다니는 도로에도 인도가 따로 없다. 노인들이 비탈진 길을 오르내리려면 힘도 들거니와 특히 할머니나 임산부가 한 손에 물건이나 장바구니라도 드는 양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차가 다니는 길만이라도 한 쪽에 예쁘게 안전펜스를 쳐서 어르신과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잡고 다니실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서민 복지는 생활환경을 안전하고 편하게 만드는 데서도 꽃필 것이기 때문이다.

작성자
원성만
작성일자
2010-11-25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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