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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211호 기획연재

남천동 벚꽃길 - 춘사월 설레는 맘 가져간 하얀 벚꽃 눈·눈·눈…

수령 이삼십년… 아파트단지 사이로 긴 터널
앙증맞은 꽃잎… 밤이면 눈부신 빛 뿜어내 장관

내용

바야흐로 벚꽃의 계절이다. 마음에는 벌써 봄이 왔지만 이 봄을 두드러지게, 아니 흐드러지게 장식하는 것은 아무래도 벚꽃들 차지인 것 같다. 만개한 벚꽃의 솜사탕 같은 때로는 지난 겨울의 함박눈을 새삼 뒤집어 쓴 듯한 자태는 더 올라갈 곳 없는 절정으로 우리들의 춘심을 몰아간다. 아파트 단지 사이를 흐르고 있어서 벚꽃단지나 벚꽃거리라고도 부르는 이 길에 들어서면 자가용도 사람도 저마다 속도를 죽이고 한껏 마음을 빼앗긴다. 벚꽃이 이루어 놓은 새하얀 지붕이랄까, 터널이랄까 그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드는 사람들. 자동차들. 월 하늘을 덮어가는 그 작고 앙증맞은 꽃잎 하나 하나가 밤이 되면 가로등 불빛에 섞여서 마치 수백만 개의 알전구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낸다. 그래서일까.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둘러가는 길을 택하는 자동차도 이즈음에는 드물지 않게 보인다. 몇 걸음 간격으로 촘촘히 박힌 이곳 벚나무들의 수령은 대부분 이삼십 년을 넘어간다. 1980년 삼익비치아파트가 들어설 때 같이 조성된 것이라 하니 가히 이곳의 또 다른 주민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한 세대 가까이 이곳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남천동 벚꽃길은 삼익비치아파트가 시작되는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누가 따로 챙길 필요도 없이 스스로 봄의 축제를 열어간다. 우리들은 잠시 짬을 내어 가벼운 발걸음만 보태면 되는 것이다.

작성자
글/김언<시인>·사진/문진우
작성일자
2006-04-0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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