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광안대교의 불빛은 부산사람의 눈빛을 품고 있다
- 내용
누군가는 이 다리를 보며 서먹서먹 끊겼던 얘기를 이어가고,
누군가는 이 다리에 기대어 한 시름 털어 내고,
누군가는 이 다리와 함께 생계를 이어간다….부산 하면 떠오르는 명소들, 해운대나 태종대나 자갈치시장 다음으로 광안리는 몇 손가락 안에 들까? 광안리 앞바다 풍경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화려한 네온사인말고는 겨울이면 퀭한 바다가 전부였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찬겨울 매운 바람에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따뜻한 불빛이 해안선을 완만하게 감싸고 돈다. 순간순간 때로는 듬성듬성 틈을 두고 불빛이 다른 불빛을 갈아입는 곳에 몇 년 전에 들어선 아름다운 다리 하나가 있다. 광안대교. 광안대교는 여러 각도에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우선은 광안리 앞바다를 휘감고 도는 백사장에서, 때로는 먼바다에서, 높이 올라가면 인근의 장산과 황령산에서 서로 다른 느낌과 감탄을 자아낸다.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구 우동 사이를 곧장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교통의 편리함만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구석이 있다. 거기에는 벌써 여러 사람들의 정과 추억이 묻어난다. 누군가는 이 다리를 보면서 처음 보는 사람과 서먹서먹 끊어질 수도 있는 얘기를 이어가고 누군가는 이 다리에 기대어 한 시름을 털어내고 또 누군가는 이 다리와 함께 절실하게 생계를 이어간다. 명멸하는 광안대교 불빛은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눈빛을 품어안고 서 있다. 늦은 밤까지. 광안대교의 위치는 이제 광안리 앞바다라고만 말하기 힘들다. 크게는 부산에 있고 다르게는 부산에서 빛나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부산을 집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멀리는 타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는 다리. 가만히 들어보면 그 교각과 불빛 하나 하나가 더없이 소중한 우리들의 얘기로 다가온다.
- 작성자
- 글/김언·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05-01-1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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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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