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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11호 문화관광

부산 시단 일구는 중견의 깊은 목소리

김요아킴 시집 ‘공중부양사’
기억, 응시 그리고 성찰의 언어

내용

김요아킴 시집 ‘공중부양사’. 

△김요아킴 시집 ‘공중부양사’.


‘바람에 실려 흔들리는 생의 밧줄/절대 끊겨서는 안 될 마음으로//소스라치듯, 자는 아이들을 챙겨보며/공중에서 부양하는 그 몸짓으로//오늘 하루를 기어이 살아내야 할’(‘공중부양사-금곡동 아파트’ 중).


부산의 중견 시인 김요아킴의 시집 ‘공중부양사’는 ‘부산’이라는 시공간에 밀착된 시 세계를 보여준다. 삶의 거처에서의 시 쓰기라는 시인의 본원적인 질문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모범을 보여준다. 부산이 이 시집에 눈길을 주어야 할 이유다.


‘공중부양사’는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그는 2003년 등단 이후 줄곧 삶에 대한 진지한 응시와 성찰, 사회적 쟁점이 발생하는 고비와 길목마다 시인으로서의 현실참여와 문학적 응답을 회피하지 않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일상의 시공간을 직조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만드는 데 온 마음을 다한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에 수록한 대부분 시는 지금 사는 ‘금곡(金谷)동’이라는 지역의 장소성을 통해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현대 아파트 문화의 다층적 일상을 그려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분명한 시적 지향을 담아내고자 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시인의 도전은 연작이라는 형식을 통해 구체화된다.

‘금곡동 아파트’라는 부제로 이어지는 연작 시들은 시인은 물론 모든 인간의 원형적 생의 질감과 우리 시대의 질곡을 찾아보려는 흔적들로 구성돼 있다. 시인의 시적 도전은 흔적의 단순한 구성에 머물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간다. 우리 사회와 역사 속에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직시하고 이를 시를 통해 상기해 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의 두드러진 특징은 3·4부를 구성하는 ‘금곡동 아파트’ 연작이다. 이 연작시는 현대인의 소외 의식과 장소 상실감을 문명 비판적 시각에서 표현하며 부서진 `대지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인이 바라보는 ‘부산시 북구 금곡동’은 도시 개발과 자연 파괴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고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생의 배움을 얻는 장소다. 표제작 ‘공중부양사’는 아파트 외벽 창문 청소 노동자에 관한 작품이다. 시인은 노동자의 삶과 시적 화자의 생을 오버랩시켜 생활과 존재의 흔들림 속에서도 버티고 견뎌내야 할 마음과 삶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기어코 ‘오늘’을 살아내야 할 삶의 통점을 받들어 ‘내일’로 나아간다.


김 시인은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고 기억하는 작업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유감(有感)’과 ‘초량, 소녀 앞에 서다’는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성과 위안부 강제동원의 폭력성을 조명한다, ‘불턱 방담(放談)’, ‘현무암 각질 서비스’ 등은 광복 공간 제주에서 벌어진 참담한 국가 폭력의 슬픔을 애도한다. ‘진혼을 위한 서곡-괭이 바다’, ‘뼈무덤-그날, 여양리’는 6·25전쟁 중 마산 여양리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을 증언의 형식으로 복원한다. ‘사드, 그리고 Donna Donna’와 ‘임진강’, ‘둥근 만남-널문리 주막마을에서’ 등은 신냉전 체제의 위험을 비판하며 평화를 위한 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박형준 문학평론가는 ”시적 언어를 요상한 체험을 통해 가장하지 않고, 일상의 영역에서 타인의 고통과 역사적 트라우마를 읽어내고자 하는 시도, 이것이야말로 김요아킴 시의 미덕“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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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아킴 시인.
 

김 시인의 ‘문학적 성실성’은 주변에 잘 알려져 있다. 부산에서 시인으로 현직 교사로 살아가며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장과 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14년째 청소년 종합 문예지 ‘푸른글터’ 편집위원과 편집주간을 맡아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요아킴의 시는 말랑하지 않다. 말랑하지 않다는 게 딱딱하거나 굳어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사유의 전개와 시적 표현이 단단하고 치밀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김요아킴의 사유는 금곡동 아파트이며 공중에 매달린 공중부양사이고 위안부 피해자다. 아프고 낮은 곳에서 뻗어 나오는 시적 사유와 표현은 감정과 언어의 과잉을 배제한다. 그의 시가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도서출판 애지 펴냄. 1만 원.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10-2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1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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