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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2월호 통권 136호호 문화관광

독서·전시·공연·커피·자연 와이어공장에 꽃핀 문화

부산 이색 놀이터 - 복합문화공간 F1963

내용

공간의 미학을 꽃피운 ‘F1963’이 알차게 몸집을 키웠다. 

지친 일상을 쓰다듬어 줄 손길이 필요하다면 수영 ‘F1963’으로 가보시라. 

재생과 복합문화를 추구하는 이곳은 독서·휴식·전시·공연은 물론 커피·자연·역사 등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일곱 마리 토끼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45년간 와이어를 생산하던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문화의 꽃밭으로 변신한 지 2년 만에 부산 복합문화 공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F1963’는 기존의 커피전문점 ‘테라로사’, 체코 전통 맥주집 ‘프라하 993’뿐 아니라, 비엔날레 작품을 전시했던 자리에 중고서점 ‘Yes24’와 ‘석천홀’이 들어왔고, ‘중정’을 끼고 전통주를 빚어 파는 ‘복순도가’가 새롭게 선보였다. 그리고 야외에는 원예점인 ‘뜰과 숲’이 보태졌다.

 

복합문화공간 F1963  

▲중고서점 ‘예스24’.

 

 

와이어 공장에 스며든 커피향 … 카페 ‘테라로사’

하늘색의 철강 구조물을 지나 부드러운 커피 향에 끌리듯이 ‘테라로사’로 빨려 들어간다. 고려제강에서 쓰던 발전기와 작업대, 와이어를 감았던 보빈이 여기저기 흩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룬 재생의 공간답게 웅장하면서 세련됐다. 쌓아둔 커피 생두 자루가 이곳이 커피전문점임을 말해주고 있다. 2년 전 어린 묘목이었던 커피나무가 제법 뿌리를 내렸는지 잎도 무성해지고 몸통도 굵어졌다. 넓은 매장 안의 테이블과 좌석 배치는 감각적이면서도 안정감 있다. 긴 테이블 위에는 1960년대 건축된 공장의 천장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꿈속처럼 아득하다. ‘테라로사’의 핸드드립은 커피 추출 구멍이 3개짜리인 ‘칼리타 드리퍼’만 고집한다. 불편해도 초심 그대로다. 신뢰가 간다. 커피바 반대편에는 포장 원두와 직접 만든 디저트를 판매하는데 커피와 함께 먹는 천연 발효빵과 치즈 생크림 빵 맛은 일품이다. 네모 모양의 뜰 ‘중정’은 F1963 한복판에 있다. 하늘이 보이는 열린 공간이다. ‘F1963’는 중앙정원을 가운데를 두고 양 옆으로 나눠져 있는 구조다. 중정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커피농장에서 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듯 느긋한 기분마저 든다.

중정에는 몽골 유목민들의 주거형태인 삼각뿔 모양의 ‘춤’(텐트의 일종)과 흡사한 텐트가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 중정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해도 된다. 그 앞에는 돌을 쌓아 모닥불을 피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날씨만 괜찮다면 매일 오후 4시쯤부터 모닥불을 피워 7시쯤이면 불꽃이 활활 타올라 겨울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다. 모닥불이 타오르면 참나무 타는 냄새에 홀려 커피 잔을 들고 중정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F1963 중정에는 텐트를 세우고 모닥불을 피워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F1963 중정에는 텐트를 세우고 모닥불을 피워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책·독서·문화 어우러진 공간 … 중고서점 ‘예스24’

‘F1963’에서 가장 핫한 공간은 역시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서점 ‘예스24’다. 중고 도서를 사고 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공연·전시·작가와의 만남 등 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메가톤급 문화서점이다. 부스에 전시된 커다랗고 오래된 인쇄기계가 활자의 역사를 전한다. 천장에 닿을 듯한 원고지 모양의 구조물에는 시·소설 등 감동을 준 명문장들이 시시각각 흐르고 있다. 매장 내에는 동아출판이 기증한 대형 활자주조기와 실링기·인쇄기·엮음기 등 총 7개의 인쇄기기를 전시하고 있다. 책과 출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작은 출판 박물관 같다.

 

와이어를 생산하던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지 2년 만에 복합문화공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사진은 F1963에 들어선 중고서점 ‘예스24’에 설치된 인쇄기계). 

▲와이어를 생산하던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지 2년 만에 복합문화공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사진은 F1963에 들어선 중고서점 ‘예스24’에 설치된 인쇄기계).

 

‘예스24 F1963점’은 약 20만여권의 인문·문학·역사·경제서적 등을 갖췄으며 오래된 외국 중고서적·절판 중고도서·희귀본 등도 판매한다. 또한 음반·DVD·학용품·음악 감상용 소품·장난감·에코백에 이르기까지 판매하는 상품이 그 종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다.

약 1천983㎡(600평)의 탁 트인 공간에 속이 뻥 뚫린다. 천장에 닿을 듯 높고 길게 늘어선 서가 앞에 서면 외국의 오래된 도서관에 와 있는 듯하다. 서점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답게 사람들은 여유롭게 책과 책 사이를 거닌다. 음료 반입이 가능한 매장이니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뽑아 들고 어디서든 자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다. 편한 자리 아무 데서나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기존의 서점과는 다른 여유가 있다. 책을 진열한 서가나 책으로 칸을 구분지은 듯한 소파, 엇갈리게 배치한 의자의 각도, 책갈피를 열어 책을 모로 세워 둔 것처럼 생긴 책꽂이, 작은 박스의 배치 하나까지 마음을 쏟지 않은 곳이 없다.  

 

온 가족 함께 즐기는 독서 공간 … 작가와의 만남 인기 

“저게 뭐지? 로봇이잖아!” 꼬마들 서넛이 신기한 듯 로봇을 졸졸 따라가고 있다. 서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인 ‘어라운드(AROUND)’다. 이것이야말로 폐공장이었던 과거와 미래의 일꾼이 될 로봇이 함께 꾸려가는 혼합형 시간서점이 아니던가.

로봇 ‘어라운드’는 매장 내 도서 수거를 돕는 역할을 한다. 로봇 상단부에 설치된 적재함에 책을 올리면 책에 붙은 바코드를 읽어내고 원래 꽂혀있던 장소로 로봇이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다 본 책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번거로움을 대신해 주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 맞춰 충돌 방지 기능까지 갖췄다고 한다. 

‘예스24 F1963점’은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들을 위해 ‘키즈존’을 따로 마련했다. 시야를 가리지 않는 실내에 바깥 풍경을 한껏 끌어들인다. 신발을 벗고 올라 갈 수 있는 평상으로 된 널찍한 다락이랄까? 아이들이 드러눕거나 엎드려 책을 보고 있다. 가구 사이로 지나다닐 수 있는 구조가 아이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키즈존’ 앞쪽에 배치된 입식 테이블 근처는 독서낭독회가 열리는 장소다. 얼마 전 ‘기다리는 행복’ 저자 이해인 수녀의 팬 사인회가 있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선망하는 무대다. 이처럼 독서인구의 취향과 욕구를 세세하게 반영한 ‘예스24’는 하루 평균 방문객 2천500명, 주말에는 4천명 가량이 찾는데 특히 가족 단위 고객과 책을 좋아하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전시·공연 넘나드는 문화 공간 ‘석천홀’

F1963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자존심인 ‘석천홀’이 1천983㎡(600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석천홀은 전시와 공연이 모두 가능한 공간으로 공연이 결정되면 600여개의 의자가 설치된다고 한다. 안내부스를 지나면 보이는 홀 전체가 오래된 철제 구조물이다. 다시 한 번 “아, 이곳이 공장이었지”하는 생각이 든다. 굵직한 파이프가 천장과 벽면을 장식했다. 접시모양의 음향시설과 반짝이는 조명은 누군가 살고 갔을 고된 시간을 어루만지는 것 같다. 오른쪽으로 가니 좁은 복도에 서가가 숨어 있었다. 잠깐 쉬어 갈 겸 책을 빼들고 고개를 드니 사각 창틀 너머로 대숲이 보인다. 이렇게 차별화된 무대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개관기념 연주를 마쳤고, 15권의 빅북 조형물을 설치했던 ‘우리가 사랑한 24인의 작가들’ 전시회도 열렸다. 다음 작품은 ‘석천홀’의 야심작인 ‘부산리턴즈’가 1월 27일부터 2월 25일까지 전시된다. 바다·영화·노래·야구·골목 등 5개의 키워드로 부산의 도시·삶·문화를 조명한다. 특히 시각예술에서 대중문화, 지역연구 아카이빙(프로그램 디지털화)까지 부산의 역동적 문화 지형도를 그릴 계획이다. 오프닝에는 부산을 주제로 한 현대무용과 스트릿 퍼포먼스를 무대에 올린다.

 

맥주·막걸리·차 등 먹거리도 다양

‘F1963’은 먹거리도 다양해졌다. ‘F1963 프라하993’는 993년 체코 최초의 양조가인 ‘브제브노프’ 수도원의 방식으로 맥주를 제조해 파는 공간이다. 1천년을 넘게 이어온 전통 체코 맥주를 직접  맛볼 수 있고, 체코 양조장의 기술자들과 체코 현지 쉐프가 만드는 다양한 체코 전통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전통주인 막걸리와 퓨전한식을 먹을 수 있는 ‘복순도가’도 들어왔다.

 

‘F1963 프라하993’에서는 체코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F1963 프라하993’에서는 체코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뜰과 숲’ 원예점은 자연과 도시의 일상을 연결하고자 ‘F1963’에 꾸민 아기자기한 뜨락이다. 정원꾸미기와 텃밭 가꾸기에 필요한 꽃·흙·화분·나무·비료 등 다양한 원예용품을 판매하고, 가드닝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장소다. 온실의 따스함과 푸르른 정원 속에서 유기농 차와 샐러드 같은 소박한 자연식 먹거리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원예점 ‘뜰과 숲’에서는 원예용품 구매는 물론, 가드닝 수업도 받을 수 있다.  
▲원예점 ‘뜰과 숲’에서는 원예용품 구매는 물론, 가드닝 수업도 받을 수 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대나무 숲으로 청량한 ‘소리길’이 뻗어있다. 공장의 콘크리트 바닥을 잘라 만든 소리길은 혼이 담긴 길이다. 도심의 미세먼지를 정화시키는 맹종죽의 숲, 탄력 있는 와이어처럼 유연하게 부산문화를 끌어안는 복합문화공간 ‘F1963’은 유혹한다.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한 번 빠져보라고. 문화와 공간을 맘껏 누리는 시간 여행을 우리 함께 떠나보는 건 어떨지? 

작성자
이영옥 시인
작성일자
2018-02-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2월호 통권 136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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