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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764호 문화관광

부산 옛 풍경, 오래된 역사와 만나는 미술관 여행

부산 사진 초창기 활동한 임응식·정인성 사진가 전

내용

부산시립미술관 '시간의 산책자들-임응식·정인성'전은 오래된 골목을 산책하듯 천천히 둘러보아야 하는 전시다. 굽어진 골목의 어느 모퉁이에서 불현 듯 목이 메어 주저 앉을지도 모른다. 땟국 절은 치마 저고리, 얼기설기 땋은 머리,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양은 광주리에는 꽃이 흐드러져 있다. 누군가의 할머니였거나 어머니였거나 누이였을 젊은 여인들의 가난한 뒷모습에서 기억의 고방에서 잠자고 있던 지난 시절들이 겨울 햇살처럼 쏟아진다. 뭉근하고, 아프다. 
 

대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흑백사진은 가난했으나 행복했던 시절과 전쟁의 참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들이 옛 거리를 소요한다. 작은 키와 마른 몸의 사람들이 순순한 햇살 속을 걸어가던 지난 시절의 부산이 선명하다. 사진 속 부산은 다른 공간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지난 시절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에게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에게도 사진들이 주는 울림은 예사롭지 않다.
 

전시되고 있는 사진은 무시로 말을 건다. 이곳에서 생을 살아낸 이들의 서사가 켜켜이 쌓인 부산이라는 공간이 품고 있는 기억들이 관람객들에게 건네는 인사다. 아침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지는 언덕에서 바라본 충무동 언덕배기와 수정동 골목, 광복동과 남포동의 풍경은 낯설고 익숙하다. 그 시절 그곳에 존재했던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수줍은 웃음을 던진다. 때로 혼자, 때로 여럿이 함께. 부산을 거닐었던 이들의 두런거리는 말소리를 메아리로 확장시키는 장치는 작품 해설이다. 이 전시는 부산 사진 1세대를 개척한 임응식· 정인성 두 작고 작가의 사진뿐 아니라 작업노트와 작품 해설까지 빠짐없이 챙겨 보아야 한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의 나래이션처럼 사진을 깊게 이해하고 감응하게 만든다. 
 

전시 제목은 사진의 내용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와 지금 이곳에 몸담고 있는 현재라는 시간의 두 축이 '시간의 산책'이라는 통로를 통해 만난다. 피그먼트 프린트로 새롭게 인화된 사진의 풍경을 거슬러 올라 옛 사람과 풍경을 만나는 산책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시간이다. 오는 2월 26일까지.
 

한편 설 연휴동안 부산시립미술관은 정상 개관한다. '활짝 열린 방'전과 '이중섭-백년의 신화'전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1-740-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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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응식 '1951년 부산'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7-01-2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76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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