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멈칫', 파도소리에 책장 넘기고 새소리에 밑줄 긋는다
해운대·일광해수욕장 바다 북카페, 부산시민공원, 공원 북카페 '눈길'
부담없이 무료 이용할 수 있어 책 읽고 피서하고 일석이조
- 내용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세워진 작고 투명한 유리건물. 사방이 투명 유리로 된 조립식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해운대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눈이 시리게 푸른 해운대 바다와 흰 파도, 먼 바닷길을 달려온 파도소리가 통유리 벽을 넘어 건물 안으로 쉼 없이 밀려든다. 결 고운 은빛 백사장 위에 오도카니 자리 잡은 유리의 집, 옥상으로 오르는 간이계단, 알록달록한 바캉스 룩을 차려입은 피서객들이 연신 들고 나는 투명한 유리의 집. 이 작은 건물, 이상하다. 정체가 무엇일까?
지난 5월 해운대 바닷가에는 작은 가건물이 세워졌다. 입구에는 흰 바탕에 검은 색의 담백한 명조체로 새긴 '책 읽는 바다카페'라는 문패가 걸려있다. 맞다. 이곳은 지난해 5월 문을 연 해운대해수욕장 바다 북 카페다. 해운대구와 사회적 기업 유즈드북이 함께 만들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소인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과 부산시민을 위해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해운대구가 공간을 제공했고, 유즈드북은 책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관공서와 사회적 기업의 협업으로 이색적인 문화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책 읽는 바다카페'에는 유리 벽면을 따라 긴 띠처럼 만들어진 책상, 좌석 17개를 갖추고 있다. 비치하고 있는 장서는 200여 권. 대부분 기증 받은 책이다. 우연히 '책 읽은 바다카페'를 찾은 익명의 한 시민은 개인 장서 수십 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책 읽는 바다카페'는 책이 있는 '카페'다. 도서관처럼 조용하고 엄숙할 필요가 없다. 해수욕을 하다 지치면 잠시 들러 쉬어가도 된다. 책을 읽어도 좋고, 읽지 않아도 좋다. 가벼운 만화책을 뒤적여도 좋다. 그저 느긋하게 바다를 보고 있어도 좋고,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다. 무엇을 하든 그것은 당신의 자유, '책 읽은 바다카페'가 지니고 있는 큰 매력이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문을 연 '책 읽는 바다카페'.지난 5월 문을 연 카페는 해운대해수욕장의 보석이 됐다. 빼어난 바다 경치와 휴식과 책의 조합은 이곳에 들른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매일 카페로 출근하다시피 한다는 백미현 씨(해운대구 중동)는 "바다를 보면서 책을 읽는 재미는 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일반적인 카페처럼 주인 눈치보지 않고 오래 있어도 되고요. 비치된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어서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책 읽은 바다카페'에서는 비치된 장서를 판매도 한다. 2천~3천원이면 갖고 싶었던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온몸에 모래를 잔뜩 개구쟁이 서너 명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북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와! 책이다."
"야, 여기 만화책도 있다!"
"우리, 만화책 보고 가자."
꼬맹이 독서가들은 카페 바닥에 퍼질러 앉아 도라에몽과 포켓몬 만화책을 뒤적인다. 아이들의 발바닥에 묻은 해운대바다의 모래에서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책읽는 바다카페' 실내전경.부산에는 해운대해수욕장 '책 읽는 바다카페'말고도 이색적인 북카페가 여럿 있다. 일광해수욕장 임해봉사실 안에도 작은 소담한 북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일광바닷가의 소박한 정경만큼 작고 아담하지만, 한여름의 작렬하는 태양을 잠시 피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부산시민공원에도 북카페가 있다. 부산시민공원 북카페에서는 맑고 고운 새소리에 밑줄을 긋고, 숲의 바람소리에 책장을 넘긴다.
부산에서 만나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뜨거운 8월의 태양이 두렵하면, 잠시 바닷가 북카페와 숲속 북카페의 그늘로 숨어도 좋을 것이다. 부산시가 시민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당연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부산시민공원 카페는 유료.
북카페 운영시간
▶ 해운대해수욕장 '책 읽는 바다카페' : 오전 10시~오후 7시. 관외 대출 가능.
▶ 일광해수욕장 '북카페' : 오전 9시~오후 6시. 관외 대출 가능
▶ 부산시민공원 '북카페 숲' : 오전 10시~오후 9시. 카페내 도서 무료 열람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6-08-0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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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74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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