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봄 밟으며 그림 나들이 가자
갤러리조이 전영근 초대전 '길 위의 연가' 4월 9일까지
시립미술관 '노벨로 피토티'전 4월24일까지
미광화랑 '황규응 회고전' 3월18일∼4월18일
- 내용
/ GO∼ 미술관 /
봄은 미술관으로 나들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겨우내 움츠려 있던 굳은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돋으면 머잖아 꽃이 벙근다. 찬란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자연이 펼치는 색채의 향연과 또다른 색과 선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부산의 미술관들은 해운대를 중심으로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계절의 축복과 미술이 펼쳐 보이는 미의 향연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미술관으로 가는 봄의 발길을 소개한다.
▲ 전영근 `복사꽃'.
| 캔버스에 담아낸 여행의 추억
보고 있으면 어쩐지 가방을 꾸려 길을 나서야 할 것 같은 유혹에 빠지는 작가가 있다. 여행과 길을 주제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전영근 작가다. 그의 그림이 달맞이언덕 한 화랑에 걸렸다. 갤러리 조이에서 지난 9일부터 시작한 '전영근-길위의 연가'전이다.
작가의 테마는 여행과 길, 그리고 자동차다. 여행길 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인간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다. 그의 그림은 일탈을 꿈꾸면서도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욕망과 목표에 쫓기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여유와 행복 그리고 희망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봄꽃이 흐드러진 시골길을 달리는 노란 자동차의 지붕에는 단출한 트렁크 하나가 매달려 있다. 그의 그림속 여행자의 짐은 가볍다.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던져버리고 꼭 필요한 것 만 챙겨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전시기간 4월 9일까지. 문의 (746-5030)
이탈리아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노벨로 피노티(77)의 작품이 부산을 찾았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김영순)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노벨로 피노티(Novello Finotti)'전은 부산에서 처음 피노티의 작품을 소개하는 개인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노벨로 피노티는 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탄생'을 보여주고 '죽음'이라는 숙명의 문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시립미술관 2층 H전시실과 1, 2층 로비에서 미술팬과 만나는 그의 작품은 1960년대 중반부터 최근작까지 아우른다. 오십년을 아우르는 시간동안 피노티가 펼쳐보인 작품 세계를 일람하는 한편 연대기적으로 어떠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노벨로 피노티는 주로 대리석, 청동 등의 재료를 이용해 추상과 구상의 양면성을 지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전개해왔다. 신체와 문학, 신화, 사회적 메시지 등의 다층적인 주제들을 결합시킨 그의 작품은 현대 이탈리아 조형예술의 소역사라고도 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진철 학예연구관은 "깊이 있는 신체구조의 이해를 바탕으로 섬세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조각가 노벨로 피노티의 작품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 조각의 신체 해석과 표현의 성숙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전통조각과 현대적 추상조각의 조화를 통해 인체 조각의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24일까지 이어진다. 시립미술관 기획전으로는 전시 기간이 한달정도로 비교적 짧다는 아쉬움이 있다. 르네상스 이후 현재까지 700여 년 동안의 이탈리아 조각의 역사가 공백상태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다. 문의 (740-4241)
▲ 황규응 `낙동강변'(부분).
| 향토성 가득한 수채화 매력
부산 근대미술을 개척한 황규응(1928∼2004)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 열린다.
미광화랑에서 오는 18일부터 시작하는 황규응 회고전은 수채화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황규응에 대한 재평가와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마련하는 자리다.
황규응은 부산 미술계에서는 아주 드물게 평생을 거의 수채화로만 일관했던 작가다. 화가로서는 이례적으로 초등학교 교사(내성초등학교, 좌천초등학교), 형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황규응은 직장생활 틈틈이 시간을 아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규응은 자갈치, 남포동, 송도, 금정산, 상마마을 및 하마마을, 영도의 조선소, 태종대, 광안리, 을숙도 등 부산 근교의 다양한 정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작품은 필치와 구도가 꾸밈없이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어눌하고도 질박한 작가 특유의 미감이 돋보이는, 화려하지 않은 중에 소박하고 어눌한 필치를 구사했다. 특히 텁텁하고 습윤한 대기감이 잘 표현된 우중(雨中)의 풍경들이야말로 더할 바 없이 독보적이라는 평이다.
미광화랑 김기봉 관장은 "선생은 지역 화단에서 향토성에 바탕을 둔 이 시대 마지막 수채화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부산 근대 미술계를 이끈 대표적인 수채화가의 작품을 통해 유화와는 또 다른 결의 부산미술의 한 맥을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 관장은 "작고 후 바로 회고전을 열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연기되어 왔다"며 "회고전 날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부산, 경남지역이 꼭 기억해야만 할 주요 작가의 작품세계가 세상에서 잊혀지게 될 것 같은 절박한 위기감을 느껴, 올해 첫 기획전으로 `황규응 회고전'을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기간 4월 18일까지. 문의 (758-2247)
- 작성자
- 김영주
- 작성일자
- 2016-03-16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부산이라좋다 제1720호
- 첨부파일
-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