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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1호(2016년 1월호)호 문화관광

바다에 부치는 흰여울문화마을의 작은 소망

I♥Busan / 우리 마을 사랑방 / 흰여울문화마을

내용

“옛날엔 우리 동네가 밀려갔다 밀려 온 동네에요. 한 집에 두 가구도 살고, 작은 방 하나에 다섯 명도 살고. 출·퇴근길에 사람들이 파도처럼 밀려갔다 밀려왔어요. 그만큼 집집마다 사람이 많이 살았단 말이지. 그때는 부산에 공장이 많았잖아요. 통근버스 타고 영도다리 건너 시내 쪽으로 다 일을 나갔어요. 아침저녁으로 이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였어. 그땐 여기가 큰길이었으니까. 이 축대 밑으로도 집들이 많았고 해변을 따라 술집들이 즐비했어요. 이 자리도 반찬가게가 있던 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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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울문화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흰여울 점빵’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운영은 마을의 젊은 주부들이 돌아가며 한다.


푸른 바다로 흰 비단 같은 개울물 흘러내리던 곳

진순여(63세) 흰여울마을공동체 회장이 들려주는 옛 마을 모습은 지금과는 영 딴판이었다. 이송도에서 태어나 63년째 살고 있는 진 회장은 영선2동 15통장이다. “외지 사람들은 흰여울이라 그러고 마을사람들은 지금도 ‘이송도’라 부르는” 영선2동이 흰여울문화마을의 원래 이름이다. “우리 마을에 골목이 전부 열네 갠데, 옛날엔 골목길을 따라서 도랑이 흘렀는데 복개를 해버렸어요. 비가 오고 난 뒤면 바다로 흘러내리던 그 하얀 물길이 얼마나 맑고 예뻤던지. 도로명주소 사업하면서 ‘흰여울’이라 부르잖아요.”

커피, 라면 등의 요깃거리를 파는 ‘흰여울 점빵’이 흰여울문화마을 아랫길에 생긴 것은 불과 몇 달 전 일이다. 흰여울을 찾는 방문객들이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목이라도 축이면서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마을사람들이 같이 출자해서 품일로 빈 집을 고쳐 만들었다. 마을 젊은 주부들(그래봤자 40~50대 주부들이다)이 돌아가면서 품앗이로 가게 운영을 맡고 있다. 생활소품 만들기 강좌도 열린다. 각자 집안일도 해야 하는데 전문적인 가게 운영 노하우가 아쉽다. 

건물 안 좁은 계단을 오르면 낮은 천장에 작은 탁자 서너 개로 꽉 차는 ‘하꼬방 찻집’.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풍경이 독특한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대이동을 위해 초원 위에서 잠시 쉬고 있는 누우 떼 같은 배들, 아침저녁 화려한 색채의 유화에서 깨끗하고 정갈한 수채화로 변하는 바다는 이곳 ‘흰여울만의 장소성’으로 절로 경탄을 자아낸다.

이웃 정 넘치는데 마을일엔 관심 적어

“집들이 전부 다섯 평(16.5㎡), 일곱 평(23㎡), 여덟 평(26.4㎡)이에요. 30~40년 이상 살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고 늙은 분들이나 있지 젊은 사람들은 들어오려고 안 하지. 이우지(이웃) 정은 넘치지만 마을 일은 별 관심이 없어요.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여기 사무국장이 자꾸 찾아와서 같이 일해 보자고 쑤시고, 통장 일을 해보니까 우리 마을이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은 거야. 예전엔 지금처럼 마을이 깨끗하지 않았어요. 흰여울마을이 알려지면서 쌍쌍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오고, 견학도 자주 오고, 서울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그리 좋아해요. 그런 분들한테 지저분한 마을 모습 보여드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마을을 깨끗하게 유지해야겠다 해서 한 달에 한 번 마을청소도 하고, 손이 안 닿는 위험한 축대는 구청에 이야기해서 특공대(해병대전우회) 분들이 밧줄 타고 함께 청소도 하고 그래요.”

진순여 회장을 쑤셔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인도한 김두진(47세) 영도문화원 사무국장이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연다.

“도시활력증진사업이 올해부터 본격 추진됩니다. 2017년까지 총 34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는데 33억원 정도는 하드웨어 쪽이고 1억원 정도가 주민역량강화사업에 들어가죠. 급경사와 계단길 정비, 마을회관, 공영주차장을 만듭니다. 마을 자체 노력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공동체사업 공모에도 선정됐어요. 빈집을 리모델링한 흰여울사랑방에서 매주 주민노래교실과 골목극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여행객을 위한 숙박도 제공하는데 주민들도 그렇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조용하고 편안하다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정겨운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게 흰여울마을의 비전입니다. 입주 작가들도 주민 커뮤니티 활동할 수 있는 분들로 새로 모시고, 주민들을 찾아가는 문화사업을 해보려 합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부산시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추진 지역이다. 주민 스스로, 마을을 살고 싶고 활력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주민 주체 도시재생사업이다. 역사와 문화마을 재생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 올해가 사업 추진 2년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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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울문화마을은 마을 자체 노력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공동체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빈집을 리모델링한 흰여울사랑방에서 매주 주민노래교실과 골목극장을 운영한다.

 

마을 보전 바라고 주민공동체 활력소 필요

흰여울문화마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영화 ‘변호인’ 촬영지였던 집은 지금 공사중이다. 마을안내소로 활용한다. “부산시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에 주민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반성이 나오거든요. 주민 주도로 마을 발전 의지를 높여서 사업을 해야 하는데, 먼저 주민들이 보고 느껴야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고,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주민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집에 있는 주민들을 어떻게 밖으로 나오게 할 건지가 사실 큰 문제입니다. 주민 사생활이 침해받는 관광지로 변해서도 안 되겠죠.” 김두진 사무국장의 진단이다. 주민으로서 흰여울문화마을이 어떻게 바뀌면 좋겠는지 물었다.

“큰 변화 없이 이 상태로 보전하면서 주민 불편사항을 해소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빈집이 많으니까 마을이 위험해 보이지 않게 옛날처럼 이 길에 뭐라도 내놓고 팔 수 있고, 마을공동체와 협의해서 작은 가게도 듬성듬성 생겨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면 좋죠.” 전체 306동 건축물 중에 20년 이상된 건물이 96%인 294동, 무허가 건물이 80%가 넘는 흰여울문화마을의 2016년 새해 소망이다. 

작성자
원성만 기자
작성일자
2016-01-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1호(2016년 1월호)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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