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밤이 더 즐거운 부산으로
부평깡통 · 초량이바구 · 수영팔도 야시장 인기 … 먹거리 · 볼거리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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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계절에 수많은 사람들이 부산야시장 세 곳(부평깡통야시장·초량이바구야시장·수영팔도야시장)에서 북적 북적 겨울밤을 즐긴다. 일상에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어 평소에는 먹지 못하는 독특한 음식을 맛보며 숨어 있던 행복을 불쑥 만나는 것이 야시장의 매력이다.
▲부산 첫 야시장 ‘부평깡통야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축제를 접목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거듭났다.
부산 첫 야시장 ‘부평깡통야시장’
우측통행이 원칙인 부평깡통야시장, 주말엔 5천∼7천명의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생겨난 규칙이다. 관광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한 부평깡통야시장은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3번 출구에서 신한은행을 끼고 약 5분간 걸어가면 활력 넘치는 불빛들로 손님을 맞는다. 동남아 야시장을 방불케하는 이곳은 ‘푸드카트’, ‘기념품카트’를 합해 30여개의 매대가 있고 이국적인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호떡집에 불났다’란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씨앗호떡.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촉촉하며 고소한 씨앗들이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부산을 대표하는 어묵을 바싹 튀겼다. 순한맛, 야채맛, 매생이맛, 고추맛 등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먹었던 쫀득이, 불량식품이 주는 짜릿함은 여전했다. 추억의 놀이인 ‘뽑기야, 놀자’ 코너가 향수를 자극한다. 중년부부가 비행기와 나비를 뽑아들고 ‘하하~호호’ 웃음을 터뜨린다. 붕어, 독수리, 호돌이, 잉어, 군함, 용, 비행기 등 탐나는 상품과 뽑기 잘 하는 방법을 적어두고 지나가는 동심을 노린다.
▲ ❶ 부평깡통야시장에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매대가 있어 관광객과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❷ 부평깡통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개장한 ‘초량이바구야시장’은 25개 매대 중 6개를 청년 창업가들이 운영한다.
축제 곁들인 문화관광형시장 전국적 명성
마약옥수수를 굽는 손길이 현란하다. 나무젓가락을 끼워 빙빙 돌리며 구워낸 노란 옥수수에 별미인 수제 가루양념을 뿌려 준다. 그 맛을 보면 중독이 된다고 해서 마약 옥수수다. 일본 음식으로 ‘니꾸마끼’는 니꾸(고기)+마끼(말이)다. 양념된 밥에 삼겹살을 말아 일본 미소된장으로 만든 소스를 발라 구워먹는 음식이다. 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푸드카트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같이 생긴 예쁜 여인이 상냥하게 웃고 있다. 냉면구이인 ‘중궈구이’는 중국동북에서 먹는 거리음식이다. 냉면 사리에 야채와 고기를 섞은 다양한 재료들을 철판에 볶아 주는 별미다. 그리고 추위 속에서 맛본 터키 아이스크림의 깊은 단맛은 다시 찾게 되는 품목이다.
우드 아트의 고급스러운 공예품을 파는 곳도 인기다. 우드샤프를 사면 오직 나만의 펜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즉석에서 이름을 새겨준다. 천연소가죽으로 만든 전통무늬 팔찌와 반야심경을 모티브로 한 고급열쇠고리, 전통창호램프 등이 있다. 유독 부산의 특색을 담은 가방고리와 열쇠고리가 시선을 붙든다. 부산의 대표생선인 고등어 모양에 사투리를 새겼다. ‘단디해라’, ‘고마해라’, ‘괘안타’, ‘쫌!’, ‘가가 가가’ 등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구수한 사투리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부평깡통야시장은 단순히 음식과 물건을 파는 장터를 넘어 핼러윈 파티, 크리스마스 깡통파티 등 다양한 축제를 곁들여 젊은이들이 먹고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110m 거리에서 매일 저녁 7시 30분∼11시 30분까지 열린다.
부산역 가까운 ‘초량이바구야시장’
부평깡통시장에 이어 두 번째로 개장한 ‘초량이바구야시장’은 부산의 명소로 등극할 채비를 끝냈다. 청년 사업가 투입이라는 야심찬 콘셉트로 열린 이바구야시장은 요즘 ‘빛축제’로 한껏 흥이 올랐다. 도시철도 1호선 초량역 1번 출구 쪽에 위치한 초량전통시장은 밤이면 화려한 ‘이바구야시장’으로 변신한다. 번쩍 번쩍 조명터널이 방문객을 맞는다. 부산역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을 살려 빛축제(1월31일까지) 기간에 코레일 ‘내일로’(청년에게 일정 기간 무제한 철도 탑승을 제공하는 여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에게는 20% 상품할인권을 제공한다.
언니 취향을 저격한다는 유럽스타일 ‘레슈티’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소시지와 감자치즈의 환상적인 궁합이다. 그 옆에는 ‘삼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운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다. 볶은 숙주나물과 묵은 김치를 삼겹살로 둘둘 말았다. ‘삼색 찌짐이’(부추, 김치, 호박)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메뉴다.
‘팔랑개비야 돌아라∼’ 매대를 빙 돌아 팔랑개비가 바람을 타고 논다. 이곳은 ‘볶음 떡볶이’ 집이다. ‘볶아, 더 볶아’란 구호를 외치는 떡볶이는 기존의 떡볶이와는 달리 떡을 철판에 볶아 소스를 뿌려먹는 새로운 레시피다. 아뿔사! 인기가 좋아 일찌감치 떨이했다. 붉은 양념이 묻은 둥그런 철판의 열정만 남아 있다.
▲‘초량이바구야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수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그만이다.
청년 창업팀 참여로 활력 두 배
만두와 치즈가 만나 납작 만두를 낳았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덩치 큰 납작 만두는 전통시장의 인심을 닮았다. ‘꽃피는 솜사탕’은 컵 솜사탕, 삼색 솜사탕, 오리 솜사탕이 있는데 효소, 미네랄, 비타민, 섬유소 등 풍부한 영양소가 첨가된 유기농 설탕인 비정제당으로 만든단다. 생문어를 꼬지에 끼워 튀겨낸 물꾸럭튀김(문어튀김)은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가 좋다.
25개 매대 중 6개를 싱싱하게 번뜩이는 청년 아이디어로 채웠다. ‘청춘일터’에는 수제로 직접 담근 과일청을 팔고 있다. 피규어랜드에는 마뜨료쉬까(러시아 인형)와 여러 가지 곤충 피규어를 싸게 팔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날마다 축제’라는 매대에는 천연비누, 석고방향제, 소이캔들, 픽셀 악세사리를 파는데 빈 깡통을 재활용한 ‘스팸캔들’은 양초 값만 받는다. 큰 유리병 속에 노란 불빛이 겨울밤을 따스하게 만든다.
초량 이바구야시장은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매대도 있다. ‘내일은 학자금 대출 상환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의 등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무엇을 물어 봐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는 ‘친절’과 젊은 ‘열정’이 ‘초량이바구시장’를 명품야시장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새부산병원에서 물레수산까지 120m 구간에서 매일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동절기는 11시로 변경) 열린다.
다문화 먹거리·문화콘텐츠 만난 ‘수영팔도야시장’
대박 났다! 부산 야시장 3호인 수영팔도야시장은 다문화 먹거리를 콘셉트로 지난해 12월에 개장했다. 문을 연지 며칠 만에 평일에는 1천명 가까이, 주말에는 2천명이 훌쩍 넘는 인파가 몰린다. 야시장을 가기 위해 도시철도 2호선 수영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는 지하통로에는 후릿그물로 고기 잡는 과정을 그린 ‘좌수영어방놀이’ 벽화가 있다. 여러 사람들이 호흡을 맞춰 작업하는 민속놀이처럼 팔도야시장은 세계 각국의 음식과 문화가 글로벌하게 모여 삶의 고단함을 털어낸다. 수영팔도야시장 인근 좌수영성에서 열리는 무형문화재 정기공연도 수영팔도야시장으로 옮기게 된다니 기대가 남다르다.
팔도시장 내 120m 구간에 인도네시아, 대만, 터키, 스페인, 영국, 미국 등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매대 14개와 케냐 수공예품 매대가 있다. 수영팔도야시장의 슬로건은 ‘세계의 맛과 팔도시장의 만남’이다.
케밥의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털모자를 쓴 어린 꼬맹이와 머리가 하얀 팔순 노인까지 입안에 고이는 침을 삼키고 있다. 케밥은 양념한 고기를 수직 쇠꼬챙이에 끼워 기둥처럼 세워진 화덕에서 회전시켜 겉에서부터 익힌다. 세운 채로 익히기 때문에 기름이 빠져나가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고 담백한 맛을 낸다. 다 익으면 얇게 잘라서 야채와 함께 또띠아에 말아 먹는 터키의 전통음식이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수영팔도야시장’은 ‘세계의 맛과 팔도시장의 만남’을 주제로 다문화 음식과 문화공연이 어우러진다(터키 음식인 케밥을 맛보는 시민들, 작은 사진은 케냐 수공예품 가게).
좌수영성 무형문화재 공연 야시장에서
대만의 닭날개 볶음밥은 닭날개 뼈를 발라내고 그 안에 야채 밥을 볶아 넣고 직화로 구웠다. 베트남 사탕수수음료를 만드는 사탕수수나무가 큰 통에 한 무더기 담겨 있다. 원액을 뽑아내는 기계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나무를 만져보고 원액을 짜낸 껍질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코에 대보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그 외, 인도네시아 샤떼아얌, 일본 타미센, 태국 팟타이, 이탈리아 빠네스, 베트남 반미, 대만 치파이, 맥시코 브리또, 영국 스카치 에그, 미국의 자몽주스도 한 자리 차지했다. 오목한 댓잎에 이슬처럼 담겨 있는 물방울떡은 일본 야마나시현 ‘하큐슈’ 마을에서 팔고 있는 지역 특산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떡이 아니라 젤리다. 케냐 수공예품 가게에는 젊은 친구들이 바글바글하다. 가격은 3천원에서 5만원까지. 아프리카에서 부경대로 유학 온 케냐 청년이 유창한 한국말로 호객을 한다. “자, 구경하고 가세요. 예쁜 사람은 공짜로 줍니다.” 농을 섞어 장사를 하는 품새가 반은 한국인이다.
알록달록한 새깃털로 만든 호신용 목걸이(5천원)가 인기다. 비즈로 만든 아프리카 처녀 촛대는 7천원이다. 스텐레스로 만든 깜찍한 반지는 균일가 5천원, 표정이 귀여운 커다란 분홍색 물하마는 2만5천원, 그 외 7천원∼1만2천원인 예쁜 동물인형들이 즐비하다. 은근슬쩍 흥정도 잘하는 케냐 청년은 시종 싱글벙글이다.
수영팔도시장 내 새마을금고에서 고려왕족발까지 120m 구간에서 매일 저녁 7시∼12시까지 열린다. 3곳의 야시장 음식 값은 1천원에서 5천원이라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맛을 볼 수 있다.
- 작성자
- 이영옥 시인
- 작성일자
- 2016-01-1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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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통권 제111호(2016년 1월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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