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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703호 문화관광

“사진, 카메라의 앞과 뒤 경계 넘는 도전”

부산서 사진전, 배우 조민기 씨
세 차례 쿠바 여행의 기록 ’조씨, 유랑화첩‘전 14일까지 갤러리 래

내용

지금으로부터 십 여 년 전, 카메라를 든 그의 이름은 호사가의 관심을 받았다. 세간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그는 묵묵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쿠바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흘렀다. 더 이상 사람들은 그의 카메라를 호사가의 취미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이력서에 짙은 잉크로 ‘사진가’라는 이름을 새기는데 성공했다. 바로 영화배우와 사진가라는 두 길을 한 길인 듯 묵묵히 걷고 있는 조민기 씨의 이야기다. 배우 겸 사진가 조민기 사진전 '조 씨, 유랑화(話)첩-쿠바' 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래에서 그를 만났다.

조민기가 찍은 쿠바의 풍경. 사진제공·갤러리 래

“이번 전시에 가지고 온 사진은 지난 2006년, 2008년, 2011년 세 차례 쿠바 여행을 하며 찍었던 사진들이예요. 쿠바의 사람들, 쿠바의 풍경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쿠바가 미지의 땅일 때 그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쿠바에 발을 디뎠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헐벗고 가난하지만 카리브해 햇살보다 더 환하게 웃는 사람들, 삶 자체가 풍경인 사람들, 작은 소유에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던 것. 2006년 첫 방문은 사진이 목적이 아니었단다. 그저 여행으로 떠난 길에서 새로운 세상과 문화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던 것. 그 후 2008년과 2011년 다시 쿠바로 떠났다. 두 차례의 쿠바행은 사진을 찍기 위해 작정하고 떠난 여정이었다. 그가 쿠바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약 한 달. 기간 동안 아바나를 비롯한 쿠바의 여러 도시와 골목을 걸었고, 사람들을 만났고, 쿠바의 풍경과 사람들을 미친 듯이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부산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이십여 점은 수만 컷 중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다.

그가 보여주는 쿠바의 풍경에는 사진의 근본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의 흔적이 보인다. 오래 기다려 찍은 찰나 속에는 기다린 시간의 흔적이 녹아있다. 그 기다림의 시간들이 그의 사진에 깊은 음영을 준다.

조민기가 찍은 쿠바의 풍경.

"어떤 사진은 오래 기다린 결과물이죠.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죠. 주파수를 띄우듯이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는 거죠. 그러면 기가 막히게 상상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요."

오랜 배우생활로 다져진 낮고 우아한 톤으로 말하지만, 순간 그의 눈빛이 번득였다. 무당이 신탁을 기다리듯, 그에게 사진은 세상과 자신을 맥락화하는 기적같은 '어떤 순간'일 지도 모르겠다. 피사체와 일체가 되는 순간의 환희를 말하는 그에게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중견배우라는 타이틀과 사진가라는 이름 사이의 괴리와 격절같은 것. 조민기 씨는 의외로 담담했다.

"잘 알고 있고,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짊어져야 할 저의 몫이예요."

세간의 불편한 시선마저 초월해버린 조민기 씨가 카메라를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배우로서 늘 카메라 앞에 서있던 제게, 사진은 카메라 뒤의 세계를 보여주었죠. 카메라의 앞과 뒤의 경계를 넘다들며 두 세계를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통과 융합이 바로 사진"이라는 답변.

이번 부산전시는 그의 첫 부산 전시다.

"쿠바 아바나해변처럼 바다가 있는 부산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 기쁘고, 뿌듯하고, 가슴의 두께나 더 커진 것 같아 행복하다"는 그는 전시 타이틀은 '조 씨, 유랑화(話)첩-쿠바' 이다. 그림 화자가 아닌 말할 '화(話)'자를 쓴다. 사진가 조민기가 세상에 거는 말 혹은 이야기가 이번 사진전이다. 그의 발걸음과 목소리가 그득한 사진은 갤러리 래에서 오는 14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 문의는 (995-2020)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5-11-0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70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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