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이어지는 포구 … 맛나고 멋있는 해변길
[구동우의 부산을 걷다, 읽다] ② 기장 임랑∼기장군청(갈맷길 1-1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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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임랑해수욕장에서 기장군청까지 12㎞ 갈맷길 1-1코스는 아기자기한 포구가 이어지는 해변길이다. 갈맷길 안내에는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 만나는 예쁜 포구와 등대, 소공원, 카페, 수산물장터에 눈을 돌리다보면 한나절은 족히 잡아야 한다. 포구마다 늘어선 자연산 횟집, 붕장어회·구이집, 전복·낙지 파는 해녀집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걷기는 평이하다. 가끔 차들이 쌩쌩 달리는 31번 국도를 걸어야 하지만, 곧 해안길로 접어든다. 해수욕장 백사장을 지나고 갯바위 위로 만든 나무데크를 걸을 때도 있다. 대나무 숲 오솔길을 지나기도 하고, 솔숲 아래 펼쳐진 몽돌밭을 만나기도 한다.
부산 기장 임랑해수욕장에서 기장군청까지 걷는 갈맷길 1-1코스는 아담한 포구가 이어지는 해변길이다(사진은 범선 모양의 전망대에서 기장 앞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신평소공원).■ 붕장어·야구등대 등 먹거리 볼거리 풍성
출발지 임랑은 일출이 장관인 곳이다. 임랑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마을 이름이 '해맞이마을'이다. 이른 새벽에 도착해 떠오르는 해를 감상하고 걷는 것도 좋겠다. 아담한 해수욕장은 백사장을 깨끗하게 정비해 여름손님 맞을 채비를 모두 끝냈다. 일반 가정집 정원 잔디밭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 '캠핀박'(캠핑+민박)이 이색적이다. 편안하게 캠핑을 즐기려는 가족들에게 안성맞춤이겠다 싶다.
임랑해수욕장을 벗어나면 31번 국도를 잠시 걸어야 한다. 조금 위험한 느낌이 들지만 곧 다시 해안길로 접어들어 문중항과 칠암항에 닿는다.
칠암항은 매년 가을 여는 붕장어축제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나란히 붙은 문중항은 덜 알려졌다. 문중항은 조선시대 해산물을 저장해 두던 '해창(海倉)'이 있었던 곳. 그만큼 해산물이 풍부해 사람들이 모여들어 정 붙여 살았던 해안마을이다.
이천항 해산물 판매점.칠암항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오전부터 분주하다. 붕장어와 횟감을 실은 '물차'가 드나들고 횟집마다 장사 준비가 한창이다. '아나고(붕장어)' 회와 구이는 칠암항 일대 모든 횟집이 내놓는 메뉴. 우유빛깔을 내며 고소하게 씹히는 붕장어회와 매콤 달짝지근한 양념을 발라 숯불에 구운 붕장어구이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칠암항의 또 다른 명물은 방파제 위에 우뚝 선 빨갛고 흰 등대. 200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야구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기념해 야구배트, 글러브, 야구공 모양으로 조성한 야구등대는 기념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칠암항 수협 앞에는 '철완이 엄마' '끝자 아지매' 같은 재밌는 이름의 노점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는 칠암에서 나는 붕장어를 비롯해 가자미, 조기, 가오리, 도루묵, 오징어 등 각종 건어물을 판다. 살이 튼실한 건어물들은 값도 저렴하고 전국에 택배가 가능하단다. 건어물 판매장 옆에는 배를 가른 붕장어와 오징어가 그물에 누워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칠암항 등대.■ 파도 넘실대는 몽돌밭 야영족 즐겨 찾아
칠암항은 벗어나면 아담하고 예쁜 해변공원이 나온다. 신평소공원. 범선 모양의 전망대가 유명한 이곳은 사진 찍기에 좋다. 공원 근처에는 예쁜 카페들도 들어서 있어 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청춘들이 들르는 곳이다.
신평소공원 다음은 동백항. 오래 전 '동백정'이란 정자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다. 역시 아담한 포구다. 이곳에는 마을 해녀들만 채취할 수 있는 전복, 낙지, 말똥성게 양식장이 있다.
동백항을 지나 온정마을에 닿으면 야영족들에게 유명한 '해동성취사 앞 바닷가'가 나온다. 인근에 해동성취사가 있나본데 절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름드리 송림과 자갈밭은 야영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하루쯤 텐트 치고 지내고 싶게 한다. 인근에는 민박과 방갈로, 캠핑카 등도 있어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하기에도 그만이다.
■ 대야에 담아 파는 싱싱한 횟감 군침 꿀꺽
동백항 다음은 이동항. 이동항은 기장 미역·다시마 특구다. 전복으로도 유명하다. 바다의 물 흐름이 세차 다시마가 두껍게 자라는데, 그 다시마를 먹고 전복이 자라기 때문이다.
이동항에서 갯바위를 따라 걸으면 이천항에 이어 일광해수욕장이다. 이천항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대야에 담아 파는 싱싱한 붕장어와 횟감을 사서 인근 '초장집'에 가면 구워주거나 회를 떠준다. 펄떡이다 대야를 뛰쳐나올 정도로 힘센 붕장어가 1㎏에 3만원, 각종 횟감은 2만5천원이다. '일광 바다'를 푸지게 맛볼 수 있다.
일광해수욕장은 소설가 오영수 선생의 소설 '갯마을'의 배경이다. 아름다운 포구다.
갈맷길 1-1코스의 마지막 포구인 학리를 끝으로 기장 해변길 걷기를 마무리한다. 종착지 기장군청까지 3.2㎞ 남았지만 지나온 길만으로도 기장해변을 만끽하기에 족하다. 조선 3대 시가인(詩歌人) 고산 윤선도 선생의 유배지 죽성리 '황학대'가 지척이기는 하지만 아쉬움을 남겨두기로 한다.
- 작성자
- 글·구동우/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15-07-29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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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90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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