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문화관광

양은도시락·해물파전·막걸리 … 추억 맛보는 이바구길

초량 산복도로 어르신들 운영 … 젊은 세대와 6·25전쟁 시절 기억 공유
부산을 맛보다! / 초량 이바구길 맛집

내용

'초량 이바구길'은 초량산복도로에 얽힌 역사와, 피란민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기록해 놓은 길이다. '이바구'는 경상도 말로 '이야기'란 뜻으로, '초량산복도로 주변 이야기'를 골목 따라 걸으며 보고 들을 수가 있다. 간선도로와 산복도로를 골목과 계단으로 이으며, 우리 부산 근현대사의 이면을 추억의 이야기로 전해주기에 전국에서도 초량산복도로를 걷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초량 이바구길'은 산복도로로 향하는 군데군데 가파른 계단과 급한 경사길이 탐방객의 발길을 막아서기도 한다. 때문에 곳곳에 잠시 쉬어가는 휴게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탐방할 수가 있다. 이들 가게는 산복도로 마을사람들이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음식들이 집에서 먹는 상차림처럼 편하고 부담이 없다. 추억의 맛과 엄마의 정성 그리고 산복도로 사람들의 옛이야기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초량 이바구길'의 맛집들을 소개한다.

'추억의 도시락' 맛보는 '168도시락국'

이바구길 중 초량교회 부근 '168계단'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168도시락국'은, 옛날 '추억의 양은도시락'과 엄마 손맛의 '시래깃국' 등을 파는 곳이다.

노란 양은도시락을 파는 '168도시락국'.

자리에 앉아 추억의 도시락을 시킨다. 자식들의 도시락 쌀 때의 아련한 추억이 동했는지 양은도시락에 밥이나 반찬이 넉넉하고 옹골지다. 하얀 쌀밥 위에 계란프라이가 얹히고 콩나물과 김치, 무채, 멸치볶음, 소시지 등속이 들어있다.

반찬을 털어 넣고 도시락을 마구 흔든다. 학창시절 도시락비빔밥을 해먹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한참을 흔들어 도시락 뚜껑을 여니 밥과 반찬이 서로 뒤섞여 알록달록하다. 한입 크게 떠서 입에 넣는다. 각각의 반찬들이 밥과 어우러지며 각각의 맛들을 낸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 맵싸한 맛, 짭짤한 맛, 달달한 맛들이 이리 섞이고 저리 어울린다.

따라 나온 시래깃국도 맛본다. 국물이 입 안 가득 구수하고 짭조름하다. 도시락 비빔밥을 먹은 후, 입가심하듯 입 안을 개운하게 가셔준다. 그리고는 다시 도시락밥을 당기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렇게 먹다보니 배가 불뚝 선다. 배가 부르니 마음마저 푸근해진다.

'168도시락국'을 운영하는 어르신이 손님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6·25 막걸리' 옛 정취 물씬 … 남녀노소 즐겨 찾아

 '168도시락국'에서 나와 다시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곧이어 '6·25막걸리'가 나온다. 사다리처럼 가파른 '168계단' 위쪽에 위치한 막걸리 집으로, 힘든 계단을 오른 후 그 시절 추억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할 수 있는 주막이다.

'잊지말자 6.25, 다시보자 친구야', '그 때를 아십니까?'란 문구를 가게 창문에 붙여놓았다. 한국전쟁 시절 피란을 와, 고향을 그리며 눈물의 나날을 보내던 이들의 절절함이 묻어난다. 이곳에 이들의 기억을 공유하며 막걸리 한 잔 하는 곳이 바로 '6·25막걸리' 주막인 것이다.

저녁 무렵, 막걸리 집에는 남녀노소가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다. 옛날 학교에서 쓰던 의자, 피란시절 흑백사진, 자개농으로 만든 탁자 등이 옛 향수를 자극한다.

해물파전과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6·25 막걸리'.

상차림은 주로 막걸리와 해물파전, 도토리무침, 오징어무침 등이다. 음식들이 모두 엄마 손맛이 배어있어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럽다. 막걸리에 해물파전을 시킨다. 막걸리는 시원하게 거침없이 넘어가고, 해물파전에는 알이 굵은 파와 해물들이 넉넉하고 총총하다. 고소하고 풋풋한 파전이 막걸리 한 잔 더 마시게 한다. 이번에는 새콤하게 잘 익은 깍두기가 입맛을 자극한다. 이러구러 마신 막걸리가 한 병을 넘고 두 병을 넘기고 있다.

'6·25 막걸리'를 운영하는 어르신 모습.

부산항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

'유치환 우체통' 근처에 게스트하우스 '까꼬막'과 마을카페인 '천지빼까리 까꼬막 카페'가 있다. '천지빼까리'는 경상도 말로 '굉장히 많다'라는 뜻. 까꼬막은 아주 가파른 언덕비탈길을 말한다. 말하자면 '비탈길이 아주 많은 곳의 카페'란 뜻으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카페 실내에는 통유리 창으로 부산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부산항대교가 정면으로 보이고, 부산국제여객터미널과 신선대부두, 영도와 해양대학교 캠퍼스인 조도가 한꺼번에 조망된다.

각종 커피와 차를 파는데,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마을 부녀자들이 음료를 내어준다. 커피 한 잔을 시킨다. 중년의 여인이 다소곳이 커피를 내린다. 커피향이 바람에 날려 그윽하다. 한 모금 마시니 입 안 가득 커피의 풍미가 내내 맴돈다. 한참을 커피와 함께 부산항을 바라보니 모든 세상사가 평화롭기만 하다.

피란민들의 신산하고 질곡의 생활사가 곳곳에 묻어있는 곳, 초량산복도로. 이 길을 걸으며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옛 향수를 반추하는 것이 '초량 이바구길'이다. 이 길을 걷다가 추억의 노란 양은도시락집이나 잔술 파는 막걸리 주막을 만나거든 잠시 앉아 시원하게 목을 축이시라. 천천히 걷는 길 '이바구길'의 묘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
글 최원준 시인
작성일자
2015-06-1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