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길 걸으며 만나는 자연,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숲길 걷기·천연 염색·목공예 등 프로그램 다채 … 자연 소중함 알고 실천하는 기회
I♥Busan / 부산 나들이 / 숲 체험 학습센터
- 내용
다람쥐는 식량을 저장하기 위해 도토리를 감추고, 나무는 햇볕을 더 받기 위해 필요 없는 나뭇잎에 수액 공급을 중단하고 나뭇잎을 떨군다. 도토리는 나름대로 제 계산이 있다. 풀씨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 갈 수 없으니 다람쥐 손에 옮겨져 영역 확장을 꾀한다. 열매가 나무로 성장하려면 자신이 태어난 나무로부터 멀어져야 확률이 높다. 도토리의 교통수단은 다람쥐인 셈이다. 고요해 보이지만 고군분투하는 숲, 그들의 생존방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숲 체험 학습센터의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청진기로 나무 소리를 듣고 있다.해설사 설명으로 배우는 자연의 신비
휴일, 집에서 뒹굴면 뭐하겠나.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아이들과 숲으로 가자. 물빛이 어룽거리는 숲속 길을 걷다보면 인간의 힘을 보태지 않고 스스로 빛나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 물속에서 첨벙거리는 잉어, 벚꽃의 하얀 춤사위, 오리 떼를 따라가는 조용한 물보라, 그리고 제비꽃의 보랏빛 수줍음을 살짝 훔쳐보는 일은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 비싼 영양제를 주는 것과 같다. 이쯤 되면 삐걱거리던 관계도 기름칠을 한 듯 부드러워지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봄의 새싹처럼 피어난다.
이왕 왔으니 피톤치드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숲에게 적극적인 대시를 해보자. 아무리 자주 보고 가까이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인간과 함께 지구를 꾸려가는 동식물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다. 숲 체험을 통해 직접 관찰하고, 냄새를 맡고, 나무를 안아보면 나무의 크기만큼 마음의 키가 쑥쑥 자란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숲의 넓이를 품어 다양하게 열린다.
청진기로 나무에 물오르는 소리를 들어 본 아이와, 들어보지 못한 아이의 생각은 확연히 달라진다. 한 발 더 깊이 생명의 이전과 이후의 시간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잠깐이라도 숲의 심장에 귀를 대고, 숲의 눈을 마주보면 다가올 성장통 쯤은 거뜬히 이겨내지 않겠는가.
청진기로 나무소리 듣는 이색체험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에 들어서자 꽃향기가 반긴다. 정문에서 동물원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저수지를 끼고 20분 정도(1.6㎞) 걷다보니, 2006년에 문을 연 '숲 체험 학습센터'가 보였다. 1층 전시실에는 기증받은 곤충박제와 모형, 여러 가지 나무이야기와 '꼬리명주나비'의 한 생을 보여주는 '나비생태학습장'이 있다. 2층은 시청각실 겸 만들기 교실이다. 4월의 숲속, 서른 명 남짓한 중학교 남학생들이 조를 짜서 숲 체험을 하고 있었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수면 위를 통통 튀는 물방울처럼 흥미진진한 질문들이 쏟아진다.
"선생님, 나무의 체관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아이들의 질문에 '숲 생태 해설사'가 작은 나뭇가지를 집어 들고 식물을 형성하는 관다발(물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여러분 주목! 나뭇가지 끝에 비눗물을 묻혀 힘껏 불면 체관을 빠져나간 공기가 비눗방울을 부풀립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통로가 나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네!" 대답이 시원하다. 숲이 환해진다. 그뿐만 아니다. 나뭇잎 탁본, 천연염색, 루페로 사물 관찰하기, 거울을 통해 나무보기, 목공예 만들기 등의 수업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점점 자연의 신비에 빠져들어 갔다.
숲에 대한 공부가 끝나고 밖으로 나섰다. 해설사가 든 바구니에 거울이 가득 담겨 있다. 어디에 쓰는 걸까? 속마음을 읽었는지 '거울보기 놀이'를 시작한다. 코 위에 손거울을 올리고 숲속을 걸어보라고 했다. "구름을 밟고 나뭇잎 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이에요." 구름과 나뭇잎을 척척 헤치며 걷는다. 낮달이 발끝에서 굴러간다. 소나무 꼭대기를 타고, 하늘에 패인 웅덩이를 피한다. 황홀하다. '생각 뒤집기'다. 땅만 딛던 발이 하늘을 디디면 사물은 춤추고 비틀린다. 거꾸로 보는 시선 끝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끌려 나온다. 훈련으로 산란되는 멋진 상상력들. 더구나 햇살, 하늘, 바람, 나뭇잎과 구름을 통과한 창의력은 인간을 이롭게 할 결과물을 낳을 것이다.
숲 체험 학습센터의 숲 체험 프로그램은 숲 생태 기초 설명, 오감체험 활동, 나무 관찰, 목공예품 만들기, 천연염색, 솔방울 놀이, 입김으로 나뭇잎 나르기, 먹물주머니를 두드려 나뭇잎의 탁본 뜨기, 편백 숲길 걷기, 나무 이름을 맞추기, 나무 이름표 달아주기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자연재료로 직접 목공예품 만들며 오감 자극
숲속을 한참 거닐다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이 직접 목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무얼 만들까? 잠시 궁리를 한다. 칸칸의 상자에는 마른 솔잎, 히말리아시다, 박주가리 씨앗, 도토리껍질, 가죽나무 열매, 독일 가문비 나뭇잎, 밤송이, 은행 잎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나무는 왜 폭신폭신하죠? 신기해요." "그것은 떡갈나무란다.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만들지." 떡갈나무는 나무줄기 바깥쪽에 두터운 코르크가 발달하는 특징이 있다. 공기층이 생긴 껍질을 벗겨 코르크 마개를 만드는데, 삶는 과정을 거치면서 탄력성이 더해져 와인병 입구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숲 해설가 선생님의 설명은 알찼다. 뿐만 아니라 나무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무늬와 질감을 일일이 만져보고 비교하느라 아이들은 상자를 떠나지 못한다.
이렇듯 자연에서 나온 다양한 재료로 진행되는 목공예 작업은 나무의 결을 쓰다듬고 나뭇잎의 잎맥을 만지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그러니 당연히 감성지수는 상승할 수밖에. 재료를 골라 자르고 오린 것을 책상에 비치된 글루건으로 붙이느라 정신이 없다. 한 아이는 제가 만들던 것을 밀쳐두고 낙엽을 쪼개 잠자리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친구를 돕는다. 두루미의 긴 다리를 안정감 있게 세우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다.
숲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먹물 주머니를 두드려 나뭇잎을 탁본할 수 있다(사진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나뭇잎 탁본을 하고 있는 아이들).꽃잎으로 물들이는 꽃빛 손수건
"흔들리는 발아래 작은 나뭇가지로 괴어 봐" 작업을 통해 협력과 배려를 배운다. 손은 바쁘고 마음은 섬세해진다. 만들기가 끝나고 제일 잘 만든 작품에 박수가 쏟아졌다. 상상력, 창의력, 협동심, 성취감을 주는 숲 체험 학습.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곳은 흔치 않다. 숲이 주는 선물이다. 작품의 토대가 되는 둥근 나무토막은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잘라두는데, 매끈한 것보다 상처 있는 것들이 모양을 내기에 적합하단 걸 알게 된다. 특징 없이 밋밋하게 자란 나무보다 휘고 구부러져 개성을 뽐내는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듯 상처를 두려워 하지말자! 숲속 체험을 통해 '힘듦'을 견디고 더 나아가 문제해결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면 무엇을 망설이는가. 지금 당장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숲속 체험학습을 예약하시라. 더군다나 자신이 만든 작품은 가져 갈 수 있다.
대바구니에 눈시울처럼 촉촉한 꽃잎들이 포개져 있다. 천연염색 체험에 준비된 재료는 쑥, 진달래, 노란 팬지, 쪽색이 묻어나는 풀잎, 빨간색 베고니아와 진분홍색 철쭉이다.
손수건만한 흰 천 위에 꽃과 풀을 예쁘게 배치해서 자그마한 몽돌로 콩콩 두드리면 자연의 빛깔이 옮겨 앉는다. 꽃의 알록달록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꽃을 욕심껏 넣은 아이의 작품에는 꽃이 사라졌다. "꽃모양이 잘 살아 나려면 여백을 남겨줘야 합니다." 꽃이 말하는 이야기를 천이 받아 적는다. 절제의 미덕을 배우는 것은 덤이다.
꽃잎을 직접 돌로 찍어 천에 물을 들이는 '천연염색'체험을 하고있는 아이들.11월까지 운영 … 연령별 특화 프로그램 체험
숲 체험 학습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기는 4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유치원부터 중·고등학생은 물론 동아리, 10인 이상의 개인도 체험할 수 있다.
33명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진 해설사가 많을 때는 하루에 300명이 넘는 단체를 지도한다.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연령과 특성에 맞게 다채롭게 준비돼 있다.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숲 생태 기초 설명 △오감체험 활동 △나무 관찰 △목공예품 만들기 △천연염색 △솔방울 놀이 △입김으로 나뭇잎 나르기 △먹물주머니를 두드려 나뭇잎의 탁본 뜨기 △편백 숲길 걷기 △나무 이름을 맞추기 △나무 이름표 달아주기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숲 체험 학습센터 1층 전시실에는 곤충박제가 전시돼 있다.학생들이 직접 만든 목공예품을 관람하는 아이들.숲속 선생님들의 무한한 숲 사랑 이야기를 듣다보면 환경오염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자연을 가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들에게 자연은 우리가 잘 사용하다가 훼손하지 않은 원상태로 후대에 물려 줘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이 '숲 체험'의 목적이기도 하다. 생태계에 대한 호기심이 '앎'으로 끝나지 않고,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는 '실천'으로 연계되는 것이 진정한 숲속 체험이다.
숲 체험 예약
-숲 체험 학습센터 070-7740-****
-숲 생태 해설 자원봉사회 010-3091-****
- 작성자
- 이영옥 시인
- 작성일자
- 2015-05-12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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