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어?”
부산 나들이 / 정관박물관
국내 최초 삼국시대 생활사 박물관 … 보고·입고·체험하며 배우는 역사 공간
- 내용
“저∼어기가 외할머니께서 옛날에 사시던 곳이야.” 삼십대 초반 젊은 엄마가 남자아이 둘에게 사진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사진은 둘. 하나는 정관신도시 개발 전 농촌 사진이고 하나는 개발 후 아파트단지 사진이다. 엄마가 가리킨 지점을 아이들이 바라본다. 큰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댄다. “이상하네. 아파트가 하나도 없네.”
올 1월 기장군 정관면에 ‘정관박물관’이 개관했다. 정관박물관은 국내 최초 삼국시대 생활사 박물관이다.자리를 옮긴 엄마는 옛 지도를 가리킨다. 18세기 중엽 기장현 지도다. 지도에는 정관에서 좌천, 정관에서 송정·양산·동래, 정관에서 철마·기장읍, 정관에서 월평으로 가는 소두방 옛길이 점선으로 상세히 나와 있다. 소두방은 소댕의 방언. 솥뚜껑이란 뜻이다. 산세랄지 지형이 솥뚜껑처럼 생겼다 해서 생긴 지명이다. 재를 넘어 또는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옛길은 구불구불 곡선이다. 마음속에 구불구불 들앉는다. 작은아이가 보채자 젊은 엄마는 애를 번쩍 들어 올린다. 들어 올려 이 길 저 길 옛길을 손가락으로 따라간다.
올 1월 개관 … 관람객 발길 이어져
“평일은 300명 가까이 오고 주말 휴일은 3천명도 옵니다.” 새 박물관이 기장군 정관면 소두방공원에 들어섰다. 박물관 명칭은 '정관박물관'. 부산박물관 분관으로 한국 최초 삼국시대 생활사 박물관이다. 1월 26일 개관했으니 이제 한 달 남짓. 한 달 남짓에 불과하지만 언론 보도 이후 찾는 사람이 엄청 늘었다는 게 안내데스크 직원 말이다. 정관 주민은 물론이고 부산 곳곳에서 찾아온다. 나들이 명소가 부산에 또 하나 생긴 셈이다. 박물관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자리에 육아종합지원센터(3월)와 도서관(6월)이 들어선다.
정관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된 유물을 관람하고 있다.정관박물관은 유물과 유적을 동시에 보여 준다. 박물관 안은 유물 위주로 구성하고 산책로와 공원을 겸한 박물관 바깥은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유적으로 구성한다. 박물관 안에서 유물을 보고 바깥에서 유물이 쓰였던 유적을 봄으로써 유물과 유적의 일체감과 입체감을 꾀한다. 유물과 유적의 공유는 삼국시대 기장 정관 사람들, 그러니까 부산에서 살았던 옛사람들의 삶을 손금 들여다보듯 생생하게 재현한다.
박물관 유물과 유적은 옛 사람살이 축소판. 정관 가동마을 유적과 기장 청강·대라리, 철마면 고촌마을 생활유물을 전시한다. 삼국시대 이 일대를 살았던 사람들 살림살이와 생활상이 선연하다. 당대 풍경까지 짐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촌 유적지에서 발굴된 나무 유물은 재질이 참나무가 많은 반면 가동 유물은 밤나무가 많다. 참나무 우거진 고촌 숲과 밤나무 우거진 가동 숲. 박물관을 둘러보노라면 역사의 사이사이 참나무 향내, 밤나무 향내가 맡아진다.
정관박물관은 가동마을 유적과 기장 청강 · 대라리, 철마면 고촌마을 생활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삼국시대 이 일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과 당대 풍경까지 살펴볼 수 있다(사진은 삼국시대 마을모형을 보고있는 시민 모습).“정관박물관은 기장 유일의 박물관입니다.” 이현주 관장은 박물관이 고품격 문화시설임을 강조한다. 고품격 문화시설이 박물관 불모지 기장에 들어서면서 기장 문화의 격을 한껏 높이리라 기대한다. 정관박물관은 정관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방곡리와 가동 유적지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보존하고 전승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신도시 개발로 살던 곳을 떠난 주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공간이다. 부산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 열린 박물관을 지향한다. 청강·대라리 유적은 부산울산고속도로를 놓으면서 발굴한 것이다.
삼국시대 '소두방' 생활 그대로 옮겨
박물관은 모두 4층.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린다. 상설전시실은 3층으로 어린이체험실과 수유실이 함께 있다. 박물관 바깥은 야외 전시공원이다. 상설전시실은 '소두방의 생활'과 '소두방의 기억'으로 나뉜다. '소두방의 생활'은 삶의 보금자리, 소박한 밥상, 생활의 발견, 풍요와 안녕의 기원, 영원한 안식처로 세분된다. 의식주의 기본인 집에서부터 살림살이와 먹거리, 생업활동, 풍습, 그리고 삶의 마지막 단계인 장례의식까지 유물과 영상, 모형, 그래픽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소두방의 생활' 세부 전시실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삶의 보금자리'는 집 지을 때 사용한 건축부재와 집모양토기 등을 전시한다. 가동 유적 36호 집을 복원해 관람객이 직접 삼국시대 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소박한 밥상'은 가동 유적 사람들이 사용한 그릇과 음식물을 전시한다. 식량을 저장하는 구덩이와 고상창고를 복원했다. 고상(高床)은 다락방을 연상하면 되겠다. '생활의 발견'에서는 당시 풍습과 풍물을 엿본다. 가동 습지에서 발굴된 나무신발 등과 농사와 고기잡이, 사냥에 관련된 유물과 모형을 전시한다.
고대 사람들은 새를 귀히 여겼다. 새가 씨를 물어 줘 풍요롭게 지낸다고 믿었다. 하늘의 신과 땅의 주술자를 이어 주는 매개체라서 마을의 안녕이 새에게서 온다고 생각했다. '풍요와 안녕의 기원'에서는 삼국시대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긴 새 모양 토기와 각종 상형토기, 점을 치고 의식을 치르기 위한 각골·동물뼈·원반형 토기를 전시한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신을 섬기던 청강·대라리 유적 모형을 볼 수 있다. '영원한 안식처'는 무덤과 무덤 부장용 철기와 토기 등을 전시한다. 기장 최초로 확인된 용수리 고분군 43호 덧널무덤 부장용 판갑옷이 시선을 끈다.
신도시 개발로 사라진 마을 역사담아
'소두방의 기억'은 정관신도시 개발로 살던 곳을 떠난 사람들의 향수를 되살리는 공간이다. 기장 정관에서 근대와 현대를 살았거나 사는 사람의 흔적을 담아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6·25전쟁 정전 이듬해인 1954년 정관국민학교를 졸업한 김도봉 학생 졸업장이며 6학년 사회국사 시험지며 연필 글씨 삐뚤빼뚤한 공책이며 하나같이 향수를 자극한다. 신도시 개발 전후 정관 사진은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이고 얻은 게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기억의 주체는 사람. 기장에서 정관에서 족적을 남긴 선인들의 기록은 흥미롭다. 정관면 예림리 출신 김일개 삼형제는 모두가 임진왜란 의병장. 온천장과 동래성 격퇴에 큰 공을 세웠다. 지금도 철마면 의열사에서 봉향한다. 1919년 4월 9일 좌천 장날 3·1만세운동을 도모했던 정관 출신 다섯 의사는 오진환, 김윤희, 정지모, 신두성, 박일봉. 혹독한 고문과 고문으로 인한 죽음, 그리고 피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가장의 죽음과 피신은 남은 가족의 삶을 힘겹게 했다. 광복 후 상하이에서 귀국한 오진환 의사는 고문 경찰 변흥수를 동래경찰서에 고발한다. 한 자 한 자 피눈물로 써내려갔을 고발장이 심금을 울린다.
“아이야, 지금은 이 안에 사람이 많으니 조금 있다 세 시에 올래?” 자원봉사자 이재영 씨는 진땀이다. 체험실 입구에 서서 관람객에게 대기 번호표를 나눠 주고 있다. 체험실은 아이와 보호자로 북적인다. 장롱에 있는 삼국시대 옷을 꺼내 입은 아이들이 여기도 보이고 저기도 보인다. 삼국시대 옷을 입고 지게를 진 여자아이는 세 살이나 됐을까, 지게작대기 용도를 몰라 이리 휘둘러보고 저리 휘둘러본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 댄 엄마가 연신 '여기를 보세요, 여기를 보세요' 해도 작대기를 막무가내 휘두른다.
삼국시대 옷 입고 체험하며 배우는 박물관
체험실은 체험공간과 놀이공간, 상영공간 등으로 나뉜다. 체험공간에서는 집모양토기, 상(床), 베틀, 수레 만드는 과정을 체험한다. 집모양토기는 기장 용수리 유적 등 몇 군데를 제외하곤 대부분 출토지를 알 수 없다. 정관박물관 집모양토기가 더욱 있어 보이는 이유다. 아이는 집모양토기를 차곡차곡 만들어 나가고 엄마, 아빠는 그 옆에서 찰칵찰칵 셔터를 눌러 댄다. 삼국시대엔 어떤 놀이가 있었을까? 놀이공간은 삼국시대 놀이를 알려 준다. 무예에서 스포츠로 발달한 격구와 씨름과 마숙놀이, 일이 곧 놀이가 된 사냥과 길쌈, 그리고 주사위와 윷놀이 등이 삼국시대 놀이다.
정관박물관은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많다. 직접 삼국시대 옷도 입고, 퍼즐로 삼국시대 토기도 만들어볼 수 있다.“이런 실물이 바깥에 있는 게 다른 박물관과 다르네요.” 야외 전시공원은 전시실, 체험실과 함께 정관박물관 3대 보배. 산책로를 겸한다. 크고 작은 살림집과 망루, 고상창고 등 삼국시대 마을을 복원해 공원으로 꾸민 공간이다. 참나무 삼중 울타리는 보는 사람마다 감탄한다. 할머니와 엄마·아빠와 남동생, 일가족 삼대가 함께 왔다는 김서윤 양은 초등 4학년. 박물관을 여럿 가 봤지만 여기 박물관은 야외 전시가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말투가 어른스럽고 의젓하다. 박물관 자주 가는 아이는 누구라도 어른스럽고 의젓하지 싶다.
상설전시실은 ‘소두방의 생활’과 ‘소두방의 기억’으로 나뉜다. 소두방 생활관에는 삼국시대의 생활상이 전시돼 있고, 소두방의 기억관에는 정관면에 살던 옛사람들의 흔적이 전시돼 있다.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무료 개방.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월요일이 휴일이면 다음날 쉰다. 시내버스 37, 73, 182, 188, 302번과 급행버스 1007, 1008, 1010번, 기장군 마을버스 8번이 다닌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기장군 정관면 정관중앙로 122. (문의전화 051-720-6900).
정관박물관 전경.야외 전시공원은 크고 작은 살림집과 망루, 고상창고 등 삼국시대 마을을 복원해 공원으로 꾸민 공간이다.야외 전시공원에 자리한 정관애국지사추모탑.
- 작성자
- 글·동길산/사진·문진우
- 작성일자
- 2015-03-04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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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69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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