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음악과 사람들…부산에 살롱문화가 뜬다
소통하는 미니 예술관 시대…문화 오아시스 역할 자처
음악 있는 문화공간 '나다… 복고풍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
- 내용
- 카페 '나다' 인문음악회 '음유시인의 노래' 모습(왼쪽), '무지크바움'의 살롱음악회 콰르텟 현악3중주 연주 모습.
중세에서 시작한 음유시가가 울려 퍼지고 미처 다 쏟아내지 못한 음악해설로 한시간 반은 너무 짧았다. 해설 도중 심취한 박창호 고음악평론가는 러시아 돈 코사크의 자장가를 즉석에서 부르기도 했다. 지난 5일 음악이 흐르는 문화공간 '나다'에서 열린 인문음악회 '음유시인의 노래' 모습이다.
■ 광안리바다 끝자락에서 만난 음악공간
'나다'는 아동출판 일을 하던 신은정과 철학박사이자 고음악평론가인 박창호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카페다. 원주에서 인문학카페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나다'는 지난 10월 신은정의 고향 부산에서 다시 기틀을 잡았다. 민락회센터라는 의외의 지역에 문화공간의 둥지를 틀었다.
'나다'는 소규모 콘서트도 가능하고 한쪽 벽면을 차지한 한뼘 미술관은 대관료 없이 그림 전시도 된다. 인문학 강좌를 펼치거나 음악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AV룸도 따로 있다. 고음악 감상과 노래의 배경이 되는 역사와 문화까지 덤으로 얻어 가는 '해설이 있는 음악감상회'를 시작으로 인문학강연, 음악공연, 와인강좌 등 '나다'가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부부가 지닌 소양과 인적 교류만큼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753-6870)■ 진정한 살롱문화 추구
'무지크바움'은 옛날 고전음악감상실의 정서를 찾는 이에게 딱 어울리는 카페다. 교대역 근처 지하 서른 남짓한 공간, 음악을 뜻하는 Musik에 나무라는 뜻의 Baum을 붙인 '무지크바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진정한 살롱문화를 꿈꾸는 음악애호가 강경옥씨(54)가 경영하는 카페다.
최근 '무지크바움'은 세 돌을 앞두고 감상실 위주의 공간에서 연주 무대로 변신을 꾀했다. 연주자들에게 연주 공간을 더 내주고 싶은 '무지크바움' 대표의 음악사랑이 컸다. 40여 명 관람에 실내악 5중주까지 연주가 가능한 무대는 현의 빗나감 등 조금만 실수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살아 움직이는 악기 소리는 그 결이 느껴질 듯하다. 소리 울림이 좋아 연주를 해본 음악가들이 다시 찾고 싶은 연주장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연주자의 긴장감과 관객의 몰입이 뒤섞여 호흡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한 점이 주효했다.
11월에는 바이올린·성악·피아노가 함께하는 '삼인삼색' 무대, '그림과 음악과의 만남' 마르크 샤갈 등 매주, 매일 다양한 꼭지가 준비 되어 있다. 무지크바움의 최종목적지는 사교문화가 활짝 꽃피는 문화사랑방이다.(070-7692-0747)■ 서면거리 새로운 문화 주춧돌
소비문화가 만연하던 서면 영광도서 앞거리가 최근 문화로로 탈바꿈했다. 주역은 베이커리 카페 '클레어'와 '소민아트홀'이다. 영광도서 바로 옆에 있는 3층 건물이다. 정갈한 맛의 브런치와 커피만 즐겨도 바랄 나위 없지만 윗층에 안 올라보고 그냥 가면 손해다. 165평의 넓직한 2층 카페 외에 3층에는 120석 규모 연주회장 '소민아트홀'과 갤러리가 4개나 있다. 옥상에는 하늘정원도 있다. 목원치과 이명호(61)·임희숙(59) 원장 부부가 은퇴 후 쉼터로 삼겠다던 작은 소망이 점점 커져 백화점급 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소민아트홀은 이달에만 해도 피아노, 바이올린, 플롯 연주 등 작은 공연이 줄이어 기다리고 있다. 해설이 있는 오페라 감상, 다양한 매체와 신진의 의욕이 돋보이는 전시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소민아트홀은 서면의 문화 품격을 지켜나가는 도심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애정어린 발걸음이 골목문화 살려
이처럼 차와 음악, 미술 혹은 사진이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이 늘고 있다.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이란 다과를 즐기며 얻는 정서적인 휴식 외에 정보, 다양한 문화적 경험도 충족시킬 수 있게끔 두세 가지 문화 장르를 한 공간 안에서 생성해 내는 곳이다. 이제 개성을 찾는 젊은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문화욕구에도 어울려 점차 골목문화의 한 방향으로 틀을 잡아가고 있다.
부산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복합문화공간은 50여 개가 넘는다. 대형 문화예술회관들이 담보해 내지 못하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문턱 낮은 예술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하고 문화카페 운영의 현실은 녹록찮다. 카페 수입을 연주나 공연에 다 넣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일년을 버티지 못하는 곳도 많다. 이들 카페들이 골목문화의 꽃 혹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힘은 다름 아닌 이곳을 찾는 우리들, 문화향유자의 애정어린 발걸음일 것이다.
- 작성자
- 박성미
- 작성일자
- 2014-11-13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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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라좋다 제1654호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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