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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1651호 문화관광

세상 속 비엔날레, 비엔날레 속 세상

‘세상 속에 거주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풀어놓은 해답
11월2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등…본전시와 특별전 30개국 484점

내용

당나귀가 책을 읽는다? ‘메밀꽃이 필 무렵’ 소금처럼 뿌려진 메밀밭 길을 가는 당나귀가 아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도 아니다. 책 읽는 당나귀다. 그것이 궁금하다면 부산시립미술관으로 가보자.

줄리앙 베르티에(프랑스) '영구적인 움직임', 전기모터에 의해 계속 회전하는 고양이의 원리를 도슨트가 설명하고 있다.

예술이 세상 속에 거주해야 한다고 한다.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을 맡은 올리비에 케플랭은 "세상 속에 거주하기란 세계의 변화에 대한 모든 반응과 의지를 뜻한다." "현대의 불안한 세상에 대해 예술가들은 통찰력을 예술로 표현해 내고 있으며 그것이 먼 미래에서는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답일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20일에 개막, 중반에 접어든 비엔날레는 추상적인 회화에서부터 비디오, 설치, 조각, 사진 등 다재한 매체로 다양한 예술을 표출하고 있다. 30개국에서 161명이 484점의 작품을 출품한 가운데 본 전시와 2개의 특별전, 다양한 학술 프로그램과 국제교류행사, 시민참여행사 등으로 다음달 22일까지 진행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본전시’, 부산문화회관에서 진행되는 '비엔날레 아카이브展(전)',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아시안 큐레토리얼展(전)'까지 3개의 전시장이 형성하는 비엔날레의 삼각지대에서 세계 변화를 구현할 답을 찾아보자.

필라 알바라신(스페인) '당나귀', 당나귀가 책을 읽는 모습으로 인간의 역사를 우화하고 있다. 사진제공·국제신문

■책 읽는 당나귀
수천 권이 쌓인 거대한 책더미 위에 앉아 당나귀가 책을 보고 있다. 사람 키 두 배가 훌쩍 넘는 당나귀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스페인 여류작가 알바라신의 설치작업 'Anseria'은 초현실주의적이고 우화적이다. 인간의 역사이자 정보인 책들이 당나귀처럼 읽을 수 없다면 한낱 무용지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투명아크릴의 무게감
인도 출생의 아니쉬 카푸어는 이번 전시에 주목받는 세계적인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카푸어가 선보인 작품은 (무제) 정육면체의 투명한 아크릴 속에 공기방울을 넣어 만든 설치 작품이다. 다 드러내고 보여주어도 공기방울은 보는 이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란 의미다. 정육면체의 아크릴은 투명함이 주는 가벼움과 부피감이 주는 무게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작품 가격이 자그마치 20억 원을 넘어 이번 전시 중 최고가 작품으로 알려졌다.

치하루 시오타(일본) '축적- 목적지를 찾아서', 공중에 매달린 가방은 떠도는 유목민적인 삶을 상징한다. 사진제공·국제신문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노마드
200여 개의 여행 가방이 공중에 매달려 부유하고 있다. 구름처럼 떠있는 가방 몇몇은 모터 장치가 달려 불안정하게 진동하며 움직인다. 여행가방들은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떠도는 자의 낯설기, 불안, 공포다. 치하루 시오타의 ‘축적-목적지를 찾아서’는 오늘날 중요 이슈인 노마드(nomad)적인 무장소성, 유랑에 의한 불안정성, 미래의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가방을 매달은 빨간 로프는 핏줄 혹은 탯줄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존재론적인 물음마저 던진다. 여행을 좋아하는 시오타에게 여행가방은 삶이자 자기 자신이다. 그러나 타자와 만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일 따름이다.

이수경의'번역된 도자기'

파편과 이어붙임
깨어진 도자기 파편들이 하나둘 이어 붙여져 있다. 마치 무한 증식 중인 괴물 같다.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다. 숱한 파편들과 이어붙인 유동성은 부서질 듯 불안과 덧없음으로 보이기도 하면서 사물의 존재의 다시 생각케 한다. 반면 동양적인 감성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며 뒤섞이는 에너지로 변환해 마침내 폭발할 것 같은 힘을 보여준다. 파편들은 모두 순금으로 매웠다. 아니쉬 카푸어의 아크릴 작품 다음으로 고가를 호가하는 작품들이다.

 

 

 

 

베르티에의 ‘영구적인 움직임’

■돌고 도는 고양이
박제된 고양이가 버터 바른 빵을 등에 얹은 채 전기모터에 의해 끊임없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쥘리앙 베르티에의 ‘영구적인 움직임’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착지를 잘 하는 고양이와 버터 바른 빵을 공중에 동시에 던지면 어느 것이 먼저 떨어질까 하는 물리실험을 비꼬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물리법칙에 의하면 고양이와 빵은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반복되어 끊임없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베르티에는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욕망의 부조리를 보여 주는 작업을 추구한다.

김수자의 작품 '호흡 : 만다라'

■우주와 하늘을 호흡하다
방에 들어서면 오색의 빛을 뿜어내는 원형물체가 벽에 걸려 있다. 작가의 거친 호흡과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김수자의 작품 ‘호흡 : 만다라’는 순환과 윤회, 영원의 의미를 상징하는 원이 지닌 종교와 문화에 대한 복합적인 설치 작업이다. 우주의 에너지와 유한한 인간, 순간과 영원, 우주와 우주 속의 나. 세상의 이분법적 관계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만다라를 따라 맴돈다. 만다라는 존재의 덧없음, 순간성, 사라지는 존재의 본질을 예술로 보여주고 있다.

동물의 대화를 듣다
변기 위에 앉아 진지하게 생각에 잠긴 닭이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찬 카이-유엔의 ‘분수-소변기/소변기-분수’는 비천하게 세상에 던져진 닭을 통하여 식욕과 욕망을 은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벗겨진 신체와 같은 닭들을 벽돌처럼 쌓아올려 홀로코스트의 고통을 떠오르게 한다. 찬 카이-유엔은 마르셀 뒤샹의 ‘샘’처럼 새로움과 충격을 던지는 개념미술을 추구하는 작품세계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다.

아시안 큐레토리얼展(Asian Curatorial)_칙고 협도조합 + 안시형(Chiggo Co-Road Association + Ahn Sihyung)_크레이지 스페셜(Crazy Special (Busan Version))

한국 비엔날레의 역사, '비엔날레 아카이브전'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 아카이브전은 지난 50년간 국제 비엔날레에서 주목 받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보여준다. 최초 외국 비엔날레 진출 작가인 김창열부터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대표주자 이강소, 비엔날레의 여왕 김수자를 비롯, 권오상, 최우람 같은 젊은 작가들까지 세계가 주목한 한국 작가 48명의 작품 109점을 감상할 수 있다. 비엔날레가 생소한 관람객에게 한국현대미술의 족적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전시다.
코디최의 작품 ‘thinker’를 잠시 보자. 그는 ‘thinker’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양미술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한번도 제대로 생각을 안 해봤다. 충격이었다. 서양미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소화불량의 상태가 숱한 소화제와 휴지를 덧입혀 만든 핑크색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상자의 구멍에 엉덩이를 넣으면 저절로 조각과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이 된다.

젊은 작가들의 기백, ‘아시아 큐레토리얼전’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폴 4개국의 큐레이터들이 모여 기획한 '아시아 큐레토리얼展'의 제목은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이다. 영국 시인 존 메이스필드의 시 '방랑자의 노래'에서 따왔다. '아시아 큐레토리얼전'이 열리고 있는 고려제강 자체가 히트작이다. 철구조물들이나 자재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장이 핑크색 커텐을 달고 신선한 전시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천장의 레일을 따라 계란이 구르고 창밖에는 털이 다 벗겨진 닭들이 날아다닌다. 이창운의 '여행 중'은 닭과 계란의 무모한 여행을 이야기한다.
무 보얀의 '뚱보-생기'는 그리 안쓰럽지 않다. 비만을 웃음거리로 보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떼어놓고 잠시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 유안은 다롄의 '할머니 집'에 있는 사물을 빠짐없이 페인트로 재현했다. 방바닥에서부터 칫솔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거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기 쉬운 물건들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린 캔버스들을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시간, 그리고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공작새보다 요란한 장식을 한 폭주족 오토바이가 금방이라도 튜닝음을 내며 달릴 기세다. 오토바이는 방금 일본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펑키하다. 낡은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폭주족 문화를 대표하는 '재패니즈 양키'를 일본의 칙고 협도조합(재패니즈 양키)과 우리나라 아티스트 안시형이 만나 '크레이지 스페셜(부산 버전)'을 만들었다.
'아시아 큐레토리얼전', 공장을 전시장으로 탈바꿈시킨 젊은 작가들의 겁 없는 도전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비엔날레 사용설명서
비엔날레 조직위는 관람객과 소통을 위해 10명의 에듀케이터가 지도하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3개의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본 전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작품 해설을 해주는 서비스로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하루 3회(오전 11시, 오후 2, 5시),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는 5회(오전 11시, 낮 12시30분, 오후 2, 4, 6시) 운영하고 있다. 참여프로그램은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화 프로그램, 현대미술 소외계층을 초청해 전시를 감상하는 초대 프로그램,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학생 프로그램 등이다.
전시장 벽에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2014 부산비엔날레 모바일 홈페이지로 연동되어 폰으로 작품 해설을 바로 볼 수 있다. 관람 편의를 위해 부산시립미술관,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 등 3개 전시장을 이어주는 셔틀버스가 매 주말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본전시는 관람료 1만원, 나머지 2개의 특별전은 무료 관람이다.

작성자
박성미
작성일자
2014-10-2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1651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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