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날씨가 슬슬 더워진다. 이렇게 덥고 입맛 없을 때는 후룩후룩 후루룩~ 시원하게 한 그릇 먹는 냉국수류만큼 더 좋은 음식도 없겠다.

냉국수 중에서도 밀면은 여름철이면 부산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고 자주 먹는 부산 고유의 음식이다. 부산에서 유래돼 오래도록 부산사람의 정서에 맞는 음식이기도 하다.

밀면은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등을 배합해 만든 면에다, 소 사골과 여러 가지 한약재, 채소 등으로 우려낸 육수를 살짝 얼려 시원하게 먹는 음식이다. 냉면처럼 물밀면, 비빔밀면 두 가지로 구분한다.

부산의 대표적인 여름 별미 밀면.

■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만든 음식

밀면은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이북지역 출신 피란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생각하며 대용으로 먹었던 음식이다.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메밀 대신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밀가루로 밀냉면을 만들어 먹었던 것.

당시 이북 피란민들이 즐겨먹던 냉면과 비교해, 밀면은 '밀가루 냉면'으로 불리며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 제공됐다. 가격은 냉면의 반값 수준. 메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하고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전분을 소량 섞어서 면을 뽑았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과정을 거치며 '밀면'으로 탄생된 것이다. 그래서 밀면은 밀면의 탄생지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부산지역 특유의 음식이다. 때문에 부산으로 오는 많은 여행객들이 꼭 한 번은 먹어보고 가는 음식이 밀면이기도 하다.

■ 밀면 탄생지 부산, 곳곳에 밀면 맛집

밀면의 탄생지이다 보니 부산에는 오랜 전통의 밀면집들이 많다. 밀면의 원조인 내호냉면을 비롯해 한약재 향이 은은한 한방육수의 가야밀면과 개금시장의 개금밀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부산역 앞의 초량밀면 그리고 서면의 춘하추동밀면 등이 사랑을 받고 있는 밀면집들이다.

밀면은 다양한 채소와 한약재, 사골을 푹 고아서 만든 육수의 맛이 일품이다. 깊고 진한 국물에 한약재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살얼음 육수를 살살 걷어내어 건져먹는 밀면 가락은 쫄깃하면서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해 씹는 맛이 여간 아니다.

연일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쫄깃한 면발에 시원한 육수의 밀면이 입맛 당길 때이다. 밀면은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데 최고의 음식이다. 칼로리도 낮기 때문에 여성들 다이어트에도 좋겠다. 더위에 지쳐가는 몸과 마음, 시원한 밀면 한 그릇으로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의 전문은 부산 대표 잡지 '부산이야기(iyagi.busan.go.kr)' 6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